[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노조간부의 조합활동시간이 업무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산재인정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건의 경위>
2018년 1월 24일 49세의 서울고속철도사무소 기관사(이하 “재해자”)는 노동조합 간부 워크숍에 갔다 와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당일 23시경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유족급여를 신청하였으나 부지급판정을 받았다. 과로사 판단 기준에 있어 고용노동부는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보통 12주 평균 1주에 52시간을 근무해야 과로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 일반 기관사들은 교번근무에 따라 4주 평균 18일을 근무하고, 1주 평균 36시간을 근무한다. 재해자는 재해발생일 기준 4주 동안 23일을 근무하여 5일 추가 4주 평균 1주에 46시간을 근무하였다. 재해자가 더 많이 근무한 이유는 평창올림픽을 위해 경강선이 신설되면서 해당 소속 기관사 10% 이상을 파견 보냈고 그로 인해 추가 근무가 요구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재해자는 본인의 정규근로시간 외에도 서울고속철도 노조지부의 부지부장과 산업안전(산안)부장 직책을 맡고 있었다. 조합활동을 업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 시간은 다음과 같다. (i)피해자가 사고발생일 전날 1박 2일로 진행된 지부 간부 워크숍에 참석한 시간(16시간). (ii)사망발생일에 노조측의 교번근무표 작성 담당자로서 업무를 수행한 시간(월 평균 8시간), (iii) 사망 1시간 전에 노조지부 산안부장으로 전날 고속철도가 지체운행된 사건에 대해 회사 담당자와 업무 협의를 한 시간 (1시간). 즉,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의 ‘정규 근로시간’으로만 과로사를 판단하였고, 전술한 노조간부의 조합활동을 업무 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아 결국 본 사안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구체적 사실관계>
– 재해자는 1990년 12월11일에 입사하여 2018년 1월 24일 심장마비로 사망할 때까지 고속철도 기관사로 교번근무표에 따라 기관차를 운행하였다.
– 재해자가 소속된 서울고속철도사무소 노동조합 지부는 기관사 23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되고 있으며, 재해자는 노조 부지부장과 산안부장 간부직책을 수행하였다.
– 서울 고속철도 사무소는 2018년 1월 평창올림픽 경기를 위해 최근에 개통된 경강선 고속철도 운행을 지원하기 위해 소속 기관사 27명을 파견하였고, 이로 인해 재해자는 사망 전 4주간 추가로 5일 간의 근로를 더 하였다.
– 재해자는 소속 조합원 230명의 교번근무표를 작성하는 작성하는 담당자로 매 월 단위로 사측 운행담당자와 교번근무표를 조정하여 확정하였다. 2018년 2월 교번근무표는 설날 특별운송 기간이라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 노동조합 지부는 조합 간부 워크숍을 2018년 1월 23일부터 1월 24일까지 1박 2일로 대천 콘도에서 개최하였다. 조합간부 워크숍은 규약에 따라 연 2회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사전에 단체협약 통보의무에 의거하여 회사 노조담당자에게 통보되었다. 본 워크숍은 회사로부터 전혀 비용지원 없이 100% 조합비로만 진행되었다.
<유족의 주장>
현 고속철도 기관사의 과로사 사건에 있어, 재해자의 근로시간 뿐만 아니라 특수한 근무상황의 가중요인, 조합간부로서 참여한 조합활동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업무상 재해인정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재해자의 (i)근무시간은 4주 평균 46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정상적인 고속철도 기관사의 4주 평균 36시간 보다 27%나 많은 점, (ii) 재해자의 업무상 가중요소로 다수의 야간근무, 불규칙한 교번근무, 고속철도의 1인 승무와 고속운행에서 발생하는 긴장감과 소음 등의 환경적인 요소가 고려되어야 하는 점, (iii) 특히, 재해자는 노동조합의 간부 자격으로 재해 당일 전날 노조규약에 명시된 1박2일의 간부워크숍에 참여하였던 점, (iv)그 밖에 당일 재해자는 자택에서 노조 교번근무표 작성업무를 수행하였고, 또한 노조 산안부장으로 철도운행 지연사고에 대해 조합원을 대변하여 회사측 담당자에게 항의하기도 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아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서울행정법원은 본 과로사사건을 판단함에 있어, 고용노동부 ‘업무상 질병 인정지침’의 근로시간에 더하여 노조간부 조합활동을 회사의 노무관리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의 업무로 보아 조합활동 시간을 포함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해야 할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서울행정법원 2021. 10. 27. 선고 2019구합86761)>
(1) 근무시간: 재해자의 업무시간은 발병 전 1주간 38시간 56분, 발병 전 4주간 42시간 21분, 발병 전 12주간 37시간 48분으로 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만성 과로의 업무시간 기준에 미치지는 못한다. 그러나 재해자의 업무시간은 동료 기관사의 근로시간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고 이에 더하여 재해자는 노동조합의 부지부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근무시간 외에도 상당한 시간을 조합활동을 위해 투입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재해자에게는 불규칙한 교대제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를 하였다는 업무 가중요인도 인정된다.
(2) 조합활동시간: 재해자가 노동조합 부지부장으로서 조합활동에 투입한 시간은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인정하는 근로시간에는 포함되지 않더라도 업무상 과로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고려되어야 한다. 재해자는 2017년 11월부터 단체협상에 참여하였고, 2016년 중순 무렵 이후 2년째 승무근무표 작성을 협의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사망 직전인 2018. 1. 23.~2018. 1. 24.에는 근무를 하지는 않았지만 노조간부 워크숍에 1박 2일 일정으로 참석하여 임금피크제 등 현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특히 승무근무표 작성업무의 경우 매달 반복되고, 230여명의 기관사들의 야간 근무시간이나 휴무일을 안배하여 업무를 조정하는 일로 난이도가 낮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업무시간 외에 부가적으로 수행되어야 했다. 이와 같이 재해자는 앞서 본 업무시간에 더하여 노조활동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장기적으로 재해자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주었을 여지가 있다.
실제로 재해자가 사망한 2018. 1. 24.은 재해자의 휴무일에 해당하였지만, 재해자는 노조간부 워크숍에 참석한 후 교번근무표 검토 작업을 하였고, 열차 지연 사고와 관련하여 동료 기관사의 책임 없음을 본사 담당자에게 설득하는 등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에 관련된 일을 수행하였다.
(3) 업무 가중요인: 재해자의 승무근무표에 의하면 출근과 퇴근이 모두 불규칙적이고, 일주일에 1~2번은 야간 근무를 하면서 새벽에 퇴근하는 등 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존재한다. 또한 재해자는 혼자서 KTX를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운전하여야 하고, 비상 시 대체인력이 열차 내 존재하지 않으며, 장시간 운행 중에도 열차 도착시간을 맞추어야 하는 등 재해자의 업무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업무로써 업무부담 가중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승무근무표의 검토는 기관사의 노동강도와 임금이 직결되므로 기관사들의 이러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았고, 마감시간이 정해져 있어 재해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4) 사망직전의 스트레스: 위와 같이 과중한 업무에 더하여, 재해자는 사망 당일 승무근무표 작성과 협의를 보조하던 김해진으로부터 관련 업무를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기도 하였다. 2월 승무근무표 작성의 경우 평창동계올림 개막, 인천공항 제2터미널 개통, 설연휴, 경강선 개통으로 인한 기관사 파견 등으로 인해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았다. 재해자가 열차 지연 사고와 관련하여 본사 담당자에게 동료 근로자의 입장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였던 사정을 비추어 보면 재해자가 업무와 그에 관련된 조합활동으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5) 사망의 원인: 재해자의 업무와 그와 관련한 조합활동으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는 심박동과 혈압을 상승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재해자와 같이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심장마비를 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