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채용절차에 있어 사업주의 의무

[정봉수 칼럼] 채용절차에 있어 사업주의 의무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기업에서 근로자 채용은 원칙상 사용자의 고유 권한 사항으로, 기존에는 이를 규율하는 법이 없었다.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하고자 할 때 요구하는 채용서류와 채용심사 비용은 구직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채용시장의 관행상 사용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반환하거나 구직자의 요구에 따라 돌려주는 경우는 거의 희박하다. 또한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할 의사가 없으면서 구직자의 사업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사업장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짓으로 채용하거나 구인 공고를 내는 등 채용과정에서 부조리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2014년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이 제정되면서 상시 30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채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자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고 있다(제3조).  

 그리고 최근 공사기업체에서 채용비리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되면서 채용절차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2019년 7월 17일자로 채용절차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이번 채용절차법 일부개정사항은 누구든지 법령을 위반하여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제4조의2 제1호), 누구든지 채용과 관련하여 금전, 물품, 향응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금지(제4조의2 제 2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를 위반 시 벌칙 조항(제17조)을 신설해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채용상 불공정 제재와 채용상 지켜야 할 의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이를 통해 채용절차에 있어 사업주의 의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채용상 불공정 제재>

1. 거짓 채용광고 금지 (법 제4조)

사용자는 근로자를 채용할 의사가 없으면서 채용을 가장하여 아이디어를 수집하거나 사업장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거짓의 채용광고를 내면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의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법 제16조). 이는 취업하기 위해 채용광고를 보고 응모한 구직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회적 비용과 피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 내용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구직자를 채용한 후 정당한 사유 없이 채용광고에서 제시한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용자는 구직자에게 채용서류 및 이와 관련한 저작권 등의 지식 재산권을 자신에게 귀속하도록 강요해서도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된다 (법 제17조).

이는 사용자가 채용공고에서 제시한 직종, 고용형태 및 근로조건을 임의로의 변경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맞지 않고 구직자의 구인공고에 대한 신뢰는 보호할 필요성이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채용광고에 제시된 근로조건의 변경금지는 구직자가 사용자에 비하여 열위에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근로조건을 구직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것을 금지하여 구직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이다. 그리고 구직자가 제출한 저작권이나 지적재산권에 관하여서는 「저작권법」과 「지식재산기본법」등 관련 법령에서 그 권리를 보호하고 있지만, 실질적 보호가 미흡하기 때문에 채용절차법에서 금지규정을 도입하면서 직접적인 보호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2. 채용비리 금지 (법 제4조의2)

사용자가 누구를 채용할지 여부는 사용자의 고유권한 이므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용자가 개별채용이 아닌 공개경쟁을 통해 채용하는 경우에는 채용공고에 따른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이번 2019년 7월에 개정 시행된 채용절차법은 공정한 취업기회를 박탈하고 건전한 고용질서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채용비리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채용에 관한 부당한 청탁, 압력, 강요 등의 행위 및 채용과 관련하여 금전, 물품 등을 제공하거나 수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기존의 채용비리에 대한 처벌은 형법의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였으나, 법리상 업무방해죄의 적용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번 채용절차법에서는 위의 내용을 새롭게 명시하여 노동법으로써 불공정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채용비리에 있어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위계나 위력 정보처리 등을 통한 수단상의 위법이 있어야 하고, 사람의 업무 즉 타인의 업무에 대한 방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정채용의 관여자는 통상 해당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로서 채용업무는 본연의 업무에 해당하고 업무방해죄 성립을 위한 타인의 업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률상의 한계가 존재하였다. 따라서 이번 채용비리를 채용절차법에서 금지함으로써 기존에 채용비리행위 제재에 대한 공백을 일부 보완하였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3. 직무와 관련 없는 개인정보 요구 금지 (법 제4조의3)

 사용자는 구직자에 대하여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개인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기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러한 수집이 제한된 개인정보는 (i) 구직자의 본인의 용모,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ii) 구직자 본인의 출신지역, 혼인여부 및 재산, (iii) 구직자 본인의 직계 존비속 및 형제자매의 학력, 직업, 재산 등이다. 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다만, 입법과정에서 채용서류에 증명사진 부착은 수집제한에서 제외되었다. 그 이유는 증명사진의 경우는 채용시험이나 면접에서 수험생 동일성 확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4. 구직자에게 채용심사 비용 부담 금지 (법 제9조)

 사용자는 채용심사를 목적으로 구직자에게 채용서류 제출에 드는 비용 외 일체의 금전적 비용(채용심사비용)을 부담시킬 수 없다. 다만, 사업장 및 직종의 특수성으로 인해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구직자에게 채용 심사 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이를 위반시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여기서 채용심사 비용은 사용자가 채용을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드는 비용부터, 채용광고 등의 비용, 채용서류를 접수 받은 후 해당 구직자에 대한 채용적격 여부를 심사하는데 드는 비용 등 채용과 관련하여 사용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일체의 비용을 말한다. 이 부분에 대해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하여야 한다.

 

III. 채용상 지켜야 할 의무

1. 고지의무

 사용자는 구직자에 대하여 총 4번의 고지 의무가 있다. 채용서류가 잘 접수 되었는지, 채용일정 및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채용여부 및 불합격자 서류반환 청구권한이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 고지방법은 채용절차에 있어 해당사항에 대해 지체없이 홈페이지 게시, 휴대전화에 의한 문자전송, 전자우편, 팩스, 전화 등을 이용한다.

①   응시 접수 단계에서의 고지 : 채용서류의 접수사실 (법 제7조 제2항);

②   채용 과정 단계에서의 고지 : 채용일정 및 채용과정 (법 제8조);

③   채용 확정 단계에서의 고지 : 채용여부 (법 제10조);

④ 채용 확정 후의 고지 : 채용서류 등의 반환 등 (법 제11조 제6항).

2. 서류반환 의무 (법 제11조, 제17조 제3항)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과정에 있어 구직자의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자격증명서, 입증자료 등을 요구하기 때문에 구직자가 기업 1개소를 지원하는데 부담비용이 평균 15만5천원(경제적 비용 6만3천원+시간적 비용 9만2천원)이고, 취업성공시 까지 1인당 449만 5천원(29회 지원)에 달한다고 조사되었다. 구직자가 채용서류를 돌려받게 되면 그만큼 구직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용자는 최종 채용이 거절된 구직자가 채용서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본임임을 확인한 후 구직자가 반환을 청구한 날로부터 14일 안에 구직자에게 채용서류를 발송하거나 전달해야 한다. 다만, 홈페이지 또는 전자우편으로 제출했거나 사용자의 요구 없이 자발적으로 구직자가 채용서류를 제출한 경우는 반환 의무를 지지 않는다. 사용자는 구직자의 반환 청구에 대비해 구직자의 채용여부가 확정된 후 14일부터 180일 안에서 회사가 정한 기간만큼 채용서류를 보관해야 하며, 보관 기간은 구직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채용서류 반환에 드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부담하나, 구직자의 신청에 따라 수취인 부담으로 발송하는 경우에는 구직자가 부담할 수도 있다. 만약, 채용서류의 보관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이러한 사실을 구직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원 이하에 처해지게 된다.   

3. 서류의 보관 및 삭제

 사용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채용서류를 보관해야 한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그 밖에 사용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채용서류가 멸실된 경우, 사용자는 채용서류의 반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본다(제11조 제3항). 보관 기간은 반환 미청구시 채용서류의 반환을 청구일까지, 반환 요청시에는 채용서류를 첨부한 특수취급 우편물의 발송일까지 또는 구직자에게 전달한 시점까지이다(시행령 제3조).

 채용서류에는 구직자의 개인정보가 담겨있어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이 높으므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서류를 파기해야 한다. 반환 청구기간이 지나거나 채용서류를 반환하지 않은 경우「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채용서류를 파기해야 한다(법 제11조 제4항). 이 경우 채용서류의 파기할 시점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지체 없이(5일 이내) 파기해야 한다. 개인정보의 파기방법은 ① 전자적 파일 형태인 경우: 복원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영구 삭제, ② 기록물, 인쇄물, 서면, 그 밖의 기록매체인 경우: 파쇄 또는 소각한다(개인정보보호법시행령 제16조).

 

사용자의 채용권한은 사용자의 고유한 권한으로 어떠한 제한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채용과정에서 사용자의 권리남용으로 인하여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였고, 채용비리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켰다. 이러한 점에서 채용절차법은 사용자의 채용과정에 있어 권리남용을 일부 제한하고, 구직자의 구직활동비를 줄이고, 공정한 채용절차를 확립하는데 크게 기여 할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아직까지 채용절차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홍보가 부족하여 실질적으로 구직자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채용절차법의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 사용자의 채용상 무제한의 권한을 일부 제한하고, 구직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정봉수 칼럼] 채용절차에 있어 사업주의 의무
▲사진=학사장교(Chat GPT  생성그림)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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