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소정근로시간내에서 근로계약 작성 원칙 (포괄임금제는 무효 원칙)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근로기준법이 변경되면 관련 판례도 변경된다. 대표적인 것이 근로계약에 소정근로시간이 필수기재사항으로 도입됨에 따라, 포괄임금제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다. 2007년 7월 1일 이전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 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을 명시했지만, 그 이후에는 임금, 소정근로시간, 법정휴일, 법정휴가와 기타 근로조건을 명시하였다. 이는 기존의 근로계약은 ‘근로시간’만을 명시하여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았지만, 개정법은 ‘소정근로시간’이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소정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1주40시간, 1일 8시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일하기로 정한 시간을 말한다(근기법 제2조 제8항). 이는 1주 근로시간인 40시간, 1일 8시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시간을 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정법 이후에는 소정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어 사실상 포괄임금제를 제한하고 있다.

변경후: 근로기준법 [시행2007.7.1]
제24조(근로조건의 명시)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제20조의 규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제54조의 규정에 따른 휴일, 제59조의 규정에 따른 연차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내용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2007년의 근로기준법 변경과 함께 도입된 소정근로시간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판례의 변경된 내용이 어떤 것이고, 앞으로 변경된 포괄임금제를 타당성 있게 도입하기 위한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소정근로시간>

 

1.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법규정

소정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제50(법정근로시간), 제69(연소자의 근로시간) 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6(유해 위험한 작업)에 따른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이는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정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과 소정근로시간, 기타의 근로조건을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계약에서 정하는 임금은 1주 40시간 내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원칙상 포괄임금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된다. 근로기준법 제58조는 근로자가 출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시간 근로자의 경우에도 “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2조의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하는 경우에는 당해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경우,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없다. 사용자가 단시간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기간제법 제6조). 기존에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만 연장근로에 따른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하였으나, 단시간근로자의 경우에는 법정근로시간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연장근로가산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2014.3.18. 도입). 이는 단시간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이 주20시간인 경우 이를 초과했을 때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소정근로시간으로 제한하는 이유

소정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일하기로 정한 시간을 말한다. 여기서 법정근로시간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말한다. 연장근로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최대 1주 12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다(근기법 제53조). 단시간근로자의 연장근로도 단시간근로자의1주 소정근로시간에 가산하여 12시간 한도 내에서 인정된다. 즉, 단시간근로자의 연장근로는 법정근로시간이 아닌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기간제법 제6조).  근로기준법 제17조에서는 근로계약서의 소정근로시간을 필수 기재사항으로 하여, 임금과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근로시간을 제한하여 근로자의 건강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사용자의 권리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고, 법정근로시간과 추가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제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해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임금제도를 말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작성시 필수 기재사항인 기본임금과 소정근로시간을 정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점을 볼 때, 포괄임금제는 사실상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임금지급제도라고 할 수 있다.

 

<포괄임금제에 대한 판례 변경>

 

1. 판례의 변경내용

기존의 판례는 2007년 7월 이전의 것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경우 임금, 근로시간 등 기타의 조건을 명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즉,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 급여액으로 지급하는 포괄임금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다면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이에 따라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특수한 형태의 근로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계산이 가능하지만 편의를 위해 고정연장근로수당을 신설하여 포괄임금제로 하는 경우도 허용하였다.

그러나 2010년 대법원은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요건으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지의 여부’를 제시하고 근로시간의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포괄임금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 판례는 근로기준법 제17조 근로계약의 내용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필수기재 사항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판례라고 본다. 즉, 근로계약 체결 시 기본임금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하고,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할 수 없다. 따라서 포괄임금제는 근로시간 계산이 어려운 감시단속적 근로자 등에 대하여는 적용되지만,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한 근로자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근로기준법의 개정안으로 인해 포괄임금의 판례 변화는 다음과 같다.

근로기준법 조항 변경 후, 대법원 판례 변경: 근로기준법 [시행2007.7.1]
2010년 대법원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구분하였다. ①“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이른바 포괄임금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그러나 ②“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2. 현행 포괄임금제에 대한 판례의 경향

2007년 7월 이후, 포괄임금제에 대한 일관성 있는 판례가 제시되면서 기존의 포괄임금제를 부정하고 있다. 2014년 대법원 판례는 이와 관련하여 명확한 설명을 하고 있다(대법원 2014.6.26. 선고 2011도12114 판결). 포괄임금제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로, “감시 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으로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한 판례는 포괄임금제를 부정하는 경우로, “그러나 위와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 앞서 본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한 때에는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계약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지를 따져 포괄임금에 포함된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 수당에 미달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라 할 것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하여 근로자에게 그 미달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3.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를 도입할 수 있으며, 이러한 업무는 근로기준법상 제시된 다음과 같은 업무라고 볼 수 있다.

(1) 감시 단속적 근로: 감시 단속적 근로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장관의 적용제외 인가를 받은 경우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휴게, 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이는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전제로 근로시간의 적용이 제외된다(근기법 제63조 제3항).

(2) 사업장 밖 근로: 근로자가 출장 및 기타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제58조 제1항).

(3) 재량근로: 근로기준법 제58조 제3항의 재량근로업무는 전문적 업무로 근로의 양보다는 질이나 성과가 중시되어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무를 말한다. 해당업무를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필요하다. 구체적 업무로는 연구개발이나 정보처리시스템의 설계나 분석업무, 신문이나 방송 등 기사의 취재 편성 업무, 디자인이나 고안업무, 방송이나 영화 제작의 프로듀서나 감독 업무 등이 있다(제58조 제3항).

 

근로계약서에 필수사항으로 소정근로시간을 기재하도록 한 취지는, 근로자가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행복추구가 가능한 근로조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업종에 한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장시간 근로가 고정연장수당인 포괄임금제를 통해서 만연해 왔다. 이는 임금을 소정근로시간에 맞추어 정하여야 하는 임금산정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사무직의 고정연장수당을 통한 장시간 근로는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포괄임금(chat GPT 그림)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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