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한국예술가곡보존회(회장 김재규)가 주최한 제26회 〈그리운 금강산 최영섭 가곡제〉가 7일 밤 성황리에 열렸다.
늦가을의 빛이 붉게 물든 예술의전당
2025년 11월 7일(금) 저녁 7시 30분, IBK챔버홀의 공기는 어느 날보다 맑고 투명했다.
작곡가 최영섭을 기리는 이번 무대는 우리 가곡을 세상에 알리고자 평생을 바친 최영섭 작곡가(700여 곡 작곡)의 업적을 기리는 각별한 자리였다.
특히 그의 대표곡이자 국민가곡이된 〈그리운 금강산>은 한국 가곡사와 함께 ‘불멸의 선율’로 기억되고 있으며, 분단의 아픔과 조국 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낸 명곡이다.
그동안 최영섭 작곡가는 90평생을 오롯이 음악에 헌신했다. 그는 어느 새 우리 가곡사의 산증인이자, 후배 음악가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존재가 되었다.
이에 한국예술가곡보존회는 그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고, 그의 작품들을 기록하고 기념하며 한국 가곡 발전을 위한 헌신과 열정을 공연을 통해 음악으로 노래로, 이어 가고자 했다.
챔버홀을 가득메우는 피아노 소리 향연~
다른 악기 앙상블 꾸밈음 하나 없이 오로지 피아노 한 대가 아우르는 가장 정직한 무대였다.
이날 공연에는 화려한 무대장치도, 오케스트라도 없었다. 오직 성악가의 호흡과 피아노의 숨결, 단 두 가지로만 무대가 완성됐다.
1부에서는〈잃어버린 내 고향〉, <얼굴〉, 〈그대 그리움〉이 이어지며 가사가 수채화처럼 마음을 적셨다.
특히 바리톤의 저음이 무겁게 깔린 〈신고산 타령〉에서는 민요 특유의 흥과 유머가 살아나 객석을 미소로 가득 채웠다. 이어〈가을 단상〉, 〈기쁨 꽃 향기〉, 〈추억의 제주 공항〉, 〈신아리랑〉,〈나의 그대〉, 〈고향의 노래〉, 〈아! 팔봉산〉, 〈가을의 은행나무 길〉까지 곡마다 성악가의 호흡과 감정은 서로 다른 결로 피어났다.
1 부 마지막 곡을 장식한 소프라노 변선아의 음성은 고요를 부르며 잔잔한 가을날을 되새겼다.
누군가는 속삭이듯 고백했고,
누군가는 절규하듯 토해냈다.
그 순간, 관객은 노래 ‘한 곡’만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듣고 보는 듯 했다.
-2부, 소리와 감성의 결이 더 깊어진 무대
2부 첫무대로는 소프라노 예이나의 연주로
〈바람의 아이〉, 〈천년의 그리움〉으로 열렸다. 아릿한 사랑의 온도가 무대 위에서 농도를 더했다.
이어 바리톤 이승환의 〈완전한 사랑〉, 〈논산팔경〉이 연주되었고 노래는 고향의 평화로운 풍경이 그려졌다.〈첫눈〉, 〈어느 별에서 다시 만날까〉에서는 겨울밤 창가에 선 것 같은 쓸쓸함이 스며들었고, 소프라노 임경애 감성연주는 무대 위에 별을 띄웠다.
이어 바리톤 류승완 〈대관령〉, 박경준의 〈인생길〉, 〈섭지코지> 까지
연이어 우리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프라노 김지현의 연주로 〈바닷가 내 고향>,〈한라산啊> 은 선굵은 한 편의 인생 여행기였다.
그리고 마지막 특별 무대로〈그리운 금강산〉연주자로는 전설의 메조소프라노 백남옥이었다.
첫 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공연장은 더 이상 공연장이 아니었다.
~~누구의 주재(主宰)런가 맑고 고운산~
“내 마음의 금강산은 언제나 갈 수 있으랴.”
그 한 줄 가사 안에 선 선율들은 분단의 아픔, 그리움, 민족의 염원이 모두 담겨 있었다.
백남옥은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바이욘즈 순회공연, 오페라 출연, 방송 등으로 활동하며 경희대 성악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해온 성악가이다.
최근에는 유투버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무대에 오를 때면 꼭 한복을 입는다.
“우리의 노래는 우리 옷을 입어야 합니다.”
그렇게 그녀의 〈그리운 금강산〉은
노래가 아니라 기도였고, 음악이 아니라 염원이었다.
“가곡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다”
이날 마지막 피날래 무대로는 선배와 후배가 하나가 된 뜻깊은 자리였다.후배 성악가들은 최영섭 작곡가의 곡들을 정성껏 불렀고, 선배는 그들의 노래를 따뜻하게 품었다.
피아노 한 대, 목소리 하나.
가장 정직한 무대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가곡은 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이며 정체성이라고…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을 떠나는 사람들은
<그리운 금강산>을 흥얼거렸다.
누군가는 부모님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떠올렸다.
그리고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언젠가 우리는 금강산에서 이 노래를 다시 부르자고…
그동안 한국예술가곡보존회가 걸어온 길은 결코 편안 하지만은 않았다. 2000 년대 코로나 시작되고 이삼년은 노래가 죽은 황무지 같았다 이후 우리 가곡이 긴 침잠을 깨고 거친땅을 일구듯 하나 둘 터를 가꾸어 다시 우리 가곡을 부르면서 지키게 되었다.
그 암흑같은 시간은 2020년 코로니를 정점으로 극한으로, 치닫다가 2023년 초 다시 부활되었다
‘한국가곡예술 보존회’는 2013년 설립된 이후
매년 호국의 달 6월과 늦가을, 정기 연주회를 이어오며 우리 민족의 정서를 담은 우리 가곡 을 발굴하고 활성화하며·보존을 위해 쉼 없이 걸어왔다.
김재규 회장은 말했다.
“가곡을 보존한다는 것은 지켜두는 것이 아니라, 다시 꽃피우는 일입니다.”
늦가을 예술의전당 하늘 아래,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우리의 노래는, 우리 마음의 고향이다.”
▲사진=전 출연진 단체사진(출처 : 김문기 포토랜드)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필자, 메조소프라노 백남옥, 김재규회장 ⓒ강남 소비자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