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와 가곡이 짓는 따뜻한 집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가을은 음악을 닮았다. 뜨겁던 계절이 한 걸음 물러나고 바람 끝에 서늘한 음표 하나가 묻어오는 때, 사람의 마음도 문득 노래 한 곡에 오래 머문다.
9월 8일 오후 7시 송파문화예술회관에서 제19회 돌체 열린음악회가 열린다. 돌체클래식이 주최하고 (사)한국예술가곡총연합회가 주관하는 이번 무대의 주제는 ‘송파구민과 함께하는 음악, 그 이상의 감동’이다.
전석 무료 초대로 열려 지역 주민과 예술가가 음악으로 가까워지는 자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우리 시에 선율을 입히다
이번 음악회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우리말과 우리 시가 노래가 되어 무대에 오른다는 점이다. ‘가을의 기도’, ‘아름다운 나라’, ‘살짜기 옵서예’, ‘그리운 금강산’, ‘마음꽃 향기는’ 등 우리 정서가 깃든 가곡들이 가을밤을 수놓는다.
특히 서강석 송파구청장이 직접 쓴 시에 선율을 입힌 정영택 작곡의 ‘태극기’와 장동인 작곡의 ‘하나되어 나아가는 문화의 힘’도 만날 수 있어 지역과 예술이 만나는 의미를 더한다.
시는 종이 위에 머물 때 언어이지만, 선율을 만나면 사람의 가슴으로 걸어 들어간다. 가곡은 어쩌면 문학과 음악이 서로에게 내어준 가장 아름다운 방인지도 모른다.
가곡에서 오페라와 뮤지컬까지
무대의 결은 한층 다채롭다.
베르디 오페라의 장중한 아리아와 로시니의 재치 넘치는 ‘고양이 이중창’, 에디트 피아프의 ‘La vie en rose’, 뮤지컬 『영웅』의 대표곡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이강철·심미옥 시낭송가의 낭송은 노래 사이사이에 언어의 호흡을 불어넣는다.
무엇보다 초청음악가 소프라노 김은정과 테너 강신주를 비롯한 성악가들이 무대를 채우고, 음악감독 겸 피아니스트 장동인과 첼리스트 김상호가 선율의 깊이를 더한다.
필자 역시 손영미 소프라노로서 김현승 시, 안정준 작곡의 ‘가을의 기도’로 무대에 선다. 가을이라는 계절 앞에서 노래한다는 것은 어쩌면 한 해 동안 마음속에 쌓아둔 말들을 선율에 실어 조용히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돌체클래식 서영순 대표는 제19회 돌체 열린음악회는 ‘송파구민과 함께하는 음악, 그 이상의 감동’이라는 주제로, 가을의 길목에서 아름다운 선율과 따뜻한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감동의 무대를 선사할 것이라 하였다.
지역의 삶 속으로 걸어가는 예술
좋은 공연은 화려한 무대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객석의 한 사람이 노래 한 곡을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잊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며, 또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살아갈 작은 힘이 되는 것. 그것이 음악이 가진 오래된 능력이다.
예술이 삶과 멀리 떨어져 존재하는 특별한 장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와 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올 때, 도시는 조금 더 따뜻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열아홉 번째를 맞은 돌체 열린음악회는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지역과 사람, 시와 음악을 이어주는 작은 문화의 다리라 할 만하다.
공연의 마지막에는 출연진이 함께 ‘목련화’를 부른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하나의 화음으로 모이는 순간, 이날의 주제인 ‘함께하는 음악’은 비로소 가장 아름다운 의미를 얻을 것이다.
무대의 마지막 음이 사라진 뒤에도 음악은 끝나지 않는다. 시는 마음에 집을 짓고,노래는 그 집에 불을 밝힌다.
9월의 어느 저녁, 송파에서 함께 밝힌 그 불빛이
오래도록 우리 삶의 작은 위로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