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11 테마, 검증하라, 좋은 마음을 신뢰의 구조로 바꾸어라

[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11 테마, 검증하라, 좋은 마음을 신뢰의 구조로 바꾸어라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사람은 좋은 말을 좋아한다.

“믿어 주세요.”

“제가 했습니다.”

“진심입니다.”

“다 알고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한 겁니다.”

듣기에는 참 따뜻하다.

문제는 시장이 따뜻한 말만 먹고 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진심은 귀하다.

그러나 진심만으로 정산할 수는 없다.

좋은 뜻은 아름답다.

그러나 좋은 뜻만으로 재생산을 결정할 수는 없다.

감동은 필요하다.

그러나 감동만으로 공동체의 질서를 세울 수는 없다.

그래서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이라는 말은 차갑게 들린다.

마치 누군가가 안경을 코끝에 걸고 서류를 넘기며 “증빙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검증을 싫어한다.

“우리를 못 믿습니까?”

“공동체인데 너무 딱딱한 것 아닙니까?”

“좋은 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해야 한다.

좋은 일이기 때문에 더 해야 한다.

공동체이기 때문에 더 해야 한다.

사람을 믿기 때문에 더 해야 한다.

이것이 역설이다.

검증은 사람을 의심하는 일이 아니다.

검증은 사람의 수고를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장치다.

검증은 따뜻함의 반대가 아니다.

검증은 따뜻함이 오래가게 하는 뼈대다.

뼈대 없는 따뜻함은 처음에는 포근하지만, 오래가면 흐물거린다.

기준 없는 공동체는 처음에는 가족 같지만, 나중에는 기억력 싸움이 된다.

“제가 했습니다.”

“저도 했습니다.”

“그분은 안 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봤습니다.”

“언제요?”

“그때요.”

“무슨 때요?”

“그때 있잖아요.”

이쯤 되면 공동체가 아니라 안개 속 청문회다.

기록이 없으면 기억이 싸우고,

검증이 없으면 기록도 흔들린다.

기록은 남기는 일이고,

검증은 그 기록이 믿을 만한지 확인하는 일이다.

기록이 씨앗이라면,

검증은 그 씨앗이 진짜 살아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다.

기록이 장부라면,

검증은 그 장부가 사람의 수고와 시장의 흐름을 바르게 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기록만 있고 검증이 없으면 숫자는 많아지지만 신뢰는 약해진다.

검증 없는 기록은 오래된 냉장고 속 반찬통과 같다.

분명히 뭔가 들어 있는데, 열기 전까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기존 시장도 검증을 했다.

다만 무엇을 검증했는지가 문제다.

결제가 되었는지 검증했다.

배송이 되었는지 검증했다.

클릭이 몇 번 나왔는지 검증했다.

광고 전환율이 얼마인지 검증했다.

고객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검증했다.

숫자는 열심히 보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자주 검증하지 않았다.

정말 필요한 상품이었는가.

사용자는 만족했는가.

다시 만들 가치가 있는가.

생산자는 정직했는가.

소비자의 경험은 다음 생산에 반영되었는가.

사람의 활동은 공동체의 신뢰로 돌아왔는가.

그 소비가 사람과 지역과 지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가.

이 질문은 뒤로 밀렸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시장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클릭 수는 편하다.

판매량도 편하다.

매출은 더 편하다.

그러나 “정말 좋은 생산이었는가?”라는 질문은 불편하다.

“정말 필요한 소비였는가?”라는 질문은 더 불편하다.

“누가 어떤 활동으로 어떤 가치를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은 매우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한 질문이 빠진 시장은 쉽게 화려해지고 쉽게 썩는다.

겉은 번쩍인다.

속은 비어 간다.

광고는 커지고,

상품은 많아지고,

후기는 넘치고,

할인은 요란한데,

사람은 점점 믿지 않는다.

“또 광고겠지.”

“또 과장이겠지.”

“또 처음만 좋겠지.”

“또 누군가만 챙기겠지.”

이 말이 시장에 퍼지면 끝이다.

신뢰가 무너진 시장에서는 좋은 말도 늦게 도착한다.

좋은 상품도 의심받고,

좋은 의도도 계산으로 보이며,

좋은 공동체도 또 하나의 장사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새로운 시장은 검증을 피하면 안 된다.

검증은 신뢰의 문이다.

문이 있다고 해서 사람을 막자는 것이 아니다.

문이 있어야 안과 밖이 분명해진다.

문이 있어야 들어온 사람도 안심하고, 안에 있는 사람도 안심한다.

아무나 마음대로 드나드는 집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밤이 되면 불안하다.

공동체도 그렇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참여가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다.

말한 사람과 움직인 사람은 다르다.

움직인 사람과 기록한 사람은 다르다.

기록한 사람과 검증된 사람은 다르다.

검증된 활동과 분위기만 만든 활동은 다르다.

이 차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조용히 움직인 사람이 억울하지 않다.

그래야 목소리 큰 사람이 모든 것을 가져가지 않는다.

그래야 진짜 참여가 허공에 날아가지 않는다.

검증은 작은 사람을 보호한다.

이 말이 중요하다.

검증은 강한 사람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사람, 성실한 사람, 말보다 일을 먼저 한 사람을 보호한다.

목소리 큰 사람은 검증이 없어도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말을 크게 하고, 이야기를 길게 하고, 분위기를 잡는다.

하지만 조용히 일한 사람은 대개 말이 짧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박수가 아니라 기록이고, 기록을 인정해 주는 검증이다.

검증은 조용한 수고를 시장의 언어로 번역해 준다.

“그분 참 열심히 하셨어요”에서 끝나지 않게 한다.

무엇을 했는지,

언제 했는지,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어떤 참여와 연결되었는지,

어떤 근거가 남았는지 확인하게 한다.

그래야 공동체가 공정해진다.

해학적으로 말하면, 검증 없는 공동체는 명절 밥상과 비슷하다.

전을 부친 사람은 기름 냄새를 뒤집어쓰고 있고,

제일 많이 먹은 사람은 “역시 가족이 최고야”라고 말한다.

설거지하는 사람은 조용히 물을 틀고,

소파에 앉은 사람은 국가 경제를 걱정한다.

가족은 사랑으로 넘어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는 누가 전을 부쳤는지,

누가 장을 봤는지,

누가 설거지를 했는지,

누가 논평만 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밥상이 덜 억울하다.

KN541이 만들려는 시장도 마찬가지다.

필요를 말했는가.

사전예약구매에 참여했는가.

상품을 사용했는가.

후기를 남겼는가.

사람을 연결했는가.

가치가게를 운영했는가.

에코 베이스에서 활동했는가.

교육을 듣고 실천했는가.

전자오두막에 공동체의 기억을 남겼는가.

이 모든 것은 기록되어야 하고, 검증되어야 한다.

검증은 복잡하게 만들자는 말이 아니다.

흐름을 분명히 하자는 말이다.

좋은 검증은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안심하게 한다.

무엇을 하면 되는지 알게 하고,

무엇이 인정되는지 알게 하고,

어떤 기준이 있는지 알게 하고,

어떤 경우에는 조정되는지 알게 한다.

기준이 없는 자유는 처음에는 편하다.

그러나 나중에는 불안하다.

기준이 있는 자유는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다.

그러나 나중에는 신뢰가 남는다.

시장도 그렇다.

검증은 자유를 없애는 것이 아니다.

검증은 자유가 책임을 갖게 하는 일이다.

좋은 마음은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의 가치가 되려면 책임 있게 확인되어야 한다.

이것이 성숙한 시장이다.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된다.

검증은 사람을 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검증은 사람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검증은 누군가를 혼내기 위한 몽둥이가 아니다.

검증은 공동체가 배울 수 있게 하는 거울이다.

무엇이 잘되었는가.

무엇이 부족했는가.

무엇이 반복될 만한가.

무엇이 고쳐져야 하는가.

무엇이 멈춰야 하는가.

무엇이 다음 생산과 다음 활동의 근거가 되는가.

이것을 보게 하는 거울이다.

거울이 없으면 얼굴에 묻은 것을 모른다.

검증이 없으면 시장의 흐름에 묻은 먼지를 모른다.

거울이 있다고 해서 얼굴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다.

더 잘 씻고, 더 단정하게 나가자는 것이다.

검증도 같다.

공동체를 의심해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더 단정하게 세우기 위해 필요하다.

좋은 생산도 검증되어야 한다.

좋은 말로 포장된 상품이 아니라,

사용자가 다시 원할 만한 상품인지 보아야 한다.

필요에서 출발했는지,

품질은 충분한지,

가격은 설명 가능한지,

포장은 과하지 않은지,

배송과 사용 과정은 괜찮은지,

후기와 불만은 무엇을 말하는지,

재생산할 가치가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검증 없는 생산은 자기 확신으로 달린다.

자기 확신은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검증이 없으면 고집이 된다.

고집이 생산을 만나면 재고가 생기고,

재고가 광고를 만나면 소비자는 피곤해진다.

좋은 생산자는 검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검증을 통해 더 좋아진다.

좋은 소비도 검증되어야 한다.

내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 정말 필요였는지,

광고가 만든 욕망이었는지,

한 번 쓰고 말 것인지,

다시 선택할 만한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선택인지 보아야 한다.

소비자도 검증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내가 원하니까 필요하다”는 늘 맞지 않다.

밤늦게 배고픈 사람이 원하는 것은 대체로 내일 아침의 내가 책임져야 한다.

할인 앞에서 원하는 것도 대체로 택배 박스가 도착한 뒤 다시 심문해야 한다.

검증은 생산자만의 숙제가 아니다.

소비자도 배워야 할 태도다.

나는 왜 샀는가.

정말 필요했는가.

써 보니 어땠는가.

다시 살 것인가.

다음 생산에 무엇을 말할 것인가.

이 질문이 소비를 성숙하게 한다.

참여도 검증되어야 한다.

참여라는 말은 아름답다.

하지만 참여라는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다 인정하면 참여의 품격이 흐려진다.

단톡방에 박수 이모티콘을 보낸 것과,

현장에서 사람을 안내한 것은 다르다.

좋아요를 누른 것과,

실제 후기를 남긴 것은 다르다.

말로 응원한 것과,

사전예약구매를 설명하고 참여를 이끈 것은 다르다.

행사장에 왔다 간 것과,

행사를 준비하고 정리하고 기록한 것은 다르다.

모두 소중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것은 아니다.

검증은 이 차이를 구별한다.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면 공정이 무너진다.

공정이 무너지면 참여가 식는다.

참여가 식으면 공동체는 말만 남는다.

검증은 참여의 온도를 지키는 일이다.

뜨거운 마음이 계속 타오르려면 공기가 필요하고, 장작이 필요하고, 불길을 지킬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나 아무 말이나 던지면 불은 커지는 것이 아니라 연기만 난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좋은 참여는 불꽃이 아니라 등불이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타오르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길을 밝히며 이어져야 한다.

검증은 그 등불의 유리를 닦는 일이다.

작아 보이지만 중요하다.

유리가 더러우면 불이 있어도 빛이 흐려진다.

검증 없는 참여는 빛이 흐려진다.

검증된 참여는 사람들에게 길을 보여 준다.

이제 우리는 검증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검증은 차갑기만 한 단어가 아니다.

검증은 공동체의 체온계다.

열이 나는지,

차가워졌는지,

과열되었는지,

식어 가는지,

어디가 아픈지 알려 준다.

체온계를 싫어한다고 열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검증을 피한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검증을 피하면 문제는 안에서 커진다.

작은 오해가 불신이 되고,

작은 불신이 갈등이 되고,

작은 갈등이 공동체의 균열이 된다.

초기에 확인하면 조정이다.

늦게 확인하면 싸움이다.

검증은 싸움을 줄이는 지혜다.

검증하라.

필요를 검증하라.

기록을 검증하라.

참여를 검증하라.

사용 경험을 검증하라.

재생산의 근거를 검증하라.

참여가치의 흐름을 검증하라.

검증은 한 바퀴를 깨뜨리는 것이 아니라, 한 바퀴가 제대로 돌게 하는 축이다.

필요가 검증되어야 생산이 정직해지고,

사용 경험이 검증되어야 재생산이 정확해지고,

활동이 검증되어야 참여가치가 공정해지고,

기록이 검증되어야 공동체가 배운다.

검증이 없는 순환은 금방 흐려진다.

검증이 있는 순환은 시간이 갈수록 단단해진다.

여기서 문명이 시작된다.

문명은 좋은 말의 모음이 아니다.

문명은 좋은 말이 반복 가능한 질서가 되는 것이다.

좋은 소비,

좋은 생산,

사전예약구매,

생소융합,

소비생산,

한 바퀴,

기록.

이 모든 말이 실제 시장이 되려면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이 없으면 말은 아름답지만 위험하다.

검증이 있으면 말은 구조가 된다.

구조가 되어야 사람이 기대도 된다.

구조가 되어야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구조가 되어야 지역으로 확장되어도 무너지지 않는다.

구조가 되어야 문명이 된다.

오늘의 결론은 분명하다.

검증은 의심이 아니다.

검증은 신뢰의 기술이다.

검증은 차가운 절차가 아니다.

검증은 따뜻한 공동체가 오래가기 위한 기준이다.

검증은 사람을 작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검증은 사람의 수고를 정확히 보이게 하는 일이다.

검증은 좋은 마음을 막는 문이 아니다.

검증은 좋은 마음이 시장의 신뢰로 들어가는 문이다.

이제 우리는 말해야 한다.

좋은 뜻은 좋다.

그러나 좋은 뜻은 검증을 통과할 때 공동체의 질서가 된다.

좋은 활동은 귀하다.

그러나 좋은 활동은 검증될 때 참여가치가 된다.

좋은 생산은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생산은 사용과 평가를 견딜 때 재생산의 자격을 얻는다.

좋은 시장은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검증된 신뢰 위에서 오래간다.

검증하라.

그 한마디가

좋은 마음을 좋은 구조로,

좋은 참여를 좋은 신뢰로,

좋은 시장을 좋은 문명으로 바꾸는 문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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