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이지만, 이를 남용했을 때에는 제재를 받는다. 사용자는 소유권에 바탕을 둔 경영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사업을 영유할 수 있지만, 노동조합의 활동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려고 할 때에는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또는 법적 구제의 대상이 된다. 근로자도 노동3권을 행사하면서 사용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는 형사, 민사, 징계의 책임을 진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언론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실무에서는 헌법상 보장된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노동조합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지배, 개입 금지규정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판단기준은 무엇인지, 실제 사례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용자의 언론의 자유>
사용자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만,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여서는 아니된다. 여기서 사용자의 의견표명이 노동조합의 운영을 지배-개입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는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하여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근로자를 상대로 집단 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회사의 경영상황 및 정책방향 등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을 하였다고 하여, 사용자에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징계 등 불이익의 위협 또는 이익제공의 약속 등이 포함되어 있는가의 여부이다. 그리고 다른 지배–개입의 정황 등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칠 수 있는 요소가 연관되어 있는지 여부이다.” 라고 판시하고 있다. ( 대법원 2013.1.10. 선고 2011도15497 판결)
(사례1) 2011년 한국철도공사 측이 철도파업 직전에 근로자를 상대로 파업과 관련한 순회설명회를 개최하였다. 철도파업이 예정된 상황에서 한국철도공사의 전반적 현황과 파업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면서 파업 참여에 신중할 것을 호소⋅설득하는 등 사용자 입장에서 노동조합이 예정한 파업방침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였다. 이는 사용자측에 허용된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사례2) 2006년 담임목사는 기독교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종교인으로서 신앙적 관점에서 교회 등과 기독교 신자인 그 직원들 사이의 종교적 상호 관계를 강조하면서 교회 직원 등의 노조 활동이 종교적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는 담임목사가 노동조합을 지배·개입할 의사로 그와 같이 발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례3) 해고된 노조위원장의 생활비 등에 충당하기 위하여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노조원의 조합비 임금공제액을 임금의 1%에서 1.5 %로 인상할 것을 결의하고 회사측에 이의 공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개별 노조원들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하며 공제를 유보하자, 노조가 유인물을 통하여 회사를 비방하였다. 이에 회사측이 노조의 주장을 해명하는 글을 써서 각 매장에 게시한 행위는 노조활동을 지배 ·개입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사용자의 표현이 노동조합의 운영에 지배, 개입이 되는지 여부는 다음의 3가지 요 소로 판단한다. ①주체: 사용자의 행위여야 한다.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②노동3권 침해여부: 사용자의 노동조합을 지배하거나 그 활동에 개입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다만, 노동3권의 침해의 결과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③지배-개입의사: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볼 때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려는 의사를 추정할 수 있으면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
부당노동행위의 판단기준은 사용자의 반조합적 언동이 노동조합에 대한 의견이나 단순한 비판의 발언에 그치는 경우에는 사용자의 표현의 자유로서 노동조합의 활동에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의 발언이 단순한 발언의 한계를 벗어나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를 방해, 간섭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사용자가 연설, 사내방송, 게시문, 서한 등을 통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그 표명된 의견의 내용과 함께 그것이 행하여진 상황, 시점, 장소, 방법 및 그것이 노동조합의 운영이나 활동에 미치거나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종합하여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운영 및 활동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의사가 인정된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4호에 규정된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하고, 또 그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의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까지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3.1.10. 선고 2011도15497 판결)
(사례1) 대학교의 총장이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하는 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노조는 만들지 마세요. 노조라는 게 우리 전체 직원에 의해서 직원들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어요? 노조라는 건 제3의 세력이 충돌을 일으켜요.”, “노조는 만들지 말고, 직원 전체회의 기구를 만들 테니까 거기에서 소통하세요.”라고 말하고, 같은 달 대회의실에서 전체 직원들을 상대로 “노조는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표현을 통해 온갖 혐의를 씌워 극한 투쟁과 대립을 하는 싸움의 명분을 만든다. 노조를 절대 만들지 말아 달라”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는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에 개입하는 행위이다.
(사례2) 병원장은 2010년 10월 1일자 이메일에서 “시설도, 장비도, 서비스도 딱히 내세울 것 없는 병원이 파업을 한다면 수많은 환자들이 순식간에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월급은 어디서 나오던가요? 환자가 없으면 나와 여러분의 월급도 나올 곳이 없습니다.” 병원장은 2010년 10월 4일자 이메일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간주하고, 조합원들이 파업을 선택하면 깨끗하게 병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의견표명은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관하여 단순히 개인적인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을 넘어 조합원 개개인의 판단과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할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다.
(사례3) 사용자가 노조 결성 사실을 인지한 직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반노동조합적 발언을 하였다. 사용자의 이러한 발언이 수차례에 걸쳐 반복되었으며 그 내용이 향후 인사 등에 있어 불이익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용자가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노조활동을 지배·개입할 의도를 가지고 행하여진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의 발언 이후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2명이 노조 탈퇴서를 제출하는 등 조합원수가 크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이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는 헌법상 보장된다. 즉, 이를 남용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보상, 징계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3권도 정당한 조합활동에 대해서만 민, 형사상 책임으로부터 면책 된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허위의 사실에 기초하여 사용자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그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사용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행위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을 받거나 구제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헌법상 보장된 권리라고 하더라도 이를 남용하는 경우에는 책임 또한 따른다는 사실을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