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최근 대기업의 직장내 괴롭힘이 언론에 보도되는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회사의 임원들이 직원에 대한 폭언, 폭행, 비인간적인 대우 등의 문제가 사실로 드러난 괴롭힘의 행위이지만 여전히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1년간의 직장내 괴롭힘 피해를 경험하였다고 응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73.3%나 되었다. 이러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이직을 고민(66.9%)하거나, 상급자나 회사에 대한 신뢰가 하락(64.9%)하고, 그 밖에 업무 능력이나 집중도 하락(64.9%) 등의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의 피해가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개선을 위한 사회적 요구로 인하여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2019년 7월 1일부터 입법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들이 직장내 괴롭힘을 이유로 권리구제를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에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를 명문화함으로써 사업주의 의무를 강화하고 근로자의 보호방안을 마련하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직장내 괴롭힘 발생시에 피해근로자나 제3자가 사업주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받았거나 직장내 괴롭힘 발생을 인지한 사업주는 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 조사과정에서 피해근로자를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조사결과 직장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징계조치를 하여야 한다.
기존에도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에는 경우에 따라 그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형사상 고소가 가능하였으나 그러한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직장내 괴롭힘으로부터 구제받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직장내 괴롭힘의 개념을 분명히 하였고, 특히 사업주의 직장내 괴롭힘 금지와 구제 절차 이행 의무를 규정함으로써 피해근로자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부터의 보호와 구제를 더욱 신속하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직장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사용자의 업무지시권과 근로자의 인격권이 충돌되는 경우가 있다. 사용자의 업무지시권은 인사권으로 기업질서의 유지와 확립을 위해 사용자가 가지는 고유한 권한이다. 사용자의 인사명령에 대해 법원은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한다. 이에 반해, 근로의 인격권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건강한 작업환경, 합리적인 근로조건의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포함한다.
여기서 업무의 적정범위에 대한 판단에 있어 사용자의 업무 지시권을 우위에 두어야 하는지 아니면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를 우위에 두어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 경우 업무상 적정범위는 ‘이익형량’을 통해서 위법성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직장내 괴롭힘의 성립요건 중 ‘업무상 적정범위 일탈’ 여부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기본권이 상호 조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목적에 부합하는 이익형량이 요구된다. 즉, 두 기본권이 충돌할 경우 어느 기본권을 우위에 두어야 하는지의 여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인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거나 상당성 결여 여부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직장내 괴롭힘 판단 체크리스트>
괴롭힘 행위인지의 여부는 “①위법행위와 관련한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②행위의 동기와 의도, ③시기와 장소 및 상황, ④피해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반응의 내용, ⑤행위의 내용과 정도, ⑥행위의 반복성이나 지속성 등을 종합하여 노동인격의 침해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
* 판단기준 (70% 이상: 중징계의 대상; 50% ~ 69% 경징계; 40~50% 회사의 경고/주의; 30% 미만 직장내 괴롭힘 아님)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은 직장내에서 기존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근로자들의 인격권 보장에 큰 역할을 하였다. 앞으로 직장내 괴롭힘 사건 발생시 고용노동부에서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사용자가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를 처벌하게 할 것이고, 이로 인해 차후 사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를 통해 직장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실질적 구제조치와 예방조치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