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폐병으로 인한 사망 산재 인정 사례

[정봉수 칼럼] 폐병으로 인한 사망 산재 인정 사례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강남노무법인 정봉수 노무사

 

근로자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보상을 신청하면, 근로복지 공단은 재해조사 à 전문의(또는 전문기관 자문) à 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업무상 질병 여부를 결정한다. 재해조사만으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전문기관에 역학조사를 의뢰하여 그 결과에 따라 산재여부를 판단한다. 진폐증, 소음성난청, 납중독 등은 질병 자체만으로 업무관련성을 판단할 수 있지만, 암, 객혈, 천식, 피부염 등은 질병만으로 업무관련성을 찾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이런 경우에는 작업 환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업무 관련성을 판단할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산재사건은 재해자가 작업환경의 유해한 요소로 인해 입사전 기존 질병인 기관지염, 천식 등이 악화되어 다량의 피를 토하고(객혈) 사망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 신청인 대리인은 재해자 유족의 진술에 의존하여 작업장이 아연 정제과정에서 사용되는 다량의 황산약품에 노출이 기존의 질병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였지만, 실제로 사업장 접근이 제한되어 작업장 환경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해자의 유족의 진술에 의존하여 산재신청을 하였다. 이 사건을 접수 받은 근로복지공단은 재해자 사업장의 작업환경에 대해 전문기관인 직업성폐질환연구소(OLDI) 로 하여금 역학조사를 실시하게 하였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재해자의 질병이 작업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이 산재사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였다. 아래에서는 이 직업성 산재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재해자는 2006년부터 아연탄광 00제련소에서 근무한 후 61세 때인 2011. 12. 16일 아주대 대학병원에서 사망하자 2012. 2. 29일 유족급여/장의비 신청서를 근로복지공단 영주지사에 제출하였다.

(2) 2011. 12. 9. 객혈,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발생하여 연세대 원주기독병원에서 진료 받았으나 객혈이 지속되고 폐렴이 악화되어 2011. 12. 14. 아주대 대학병원으로 옮겨 요양하던 중 폐렴이 계속 진행되고 호흡 부전 및 장기 부전 등이 병발하면서 2011. 12. 16. 사망하였다.   

(3) 재해자는 경상북도 영주의 아연광산 00제련소에2006. 6. 12. 입사한 이래 2011. 9. 21까지 5년 3개월간(재해자의 나이: 56세 ~ 61세) 필터 프레스 기계를 관리하던 기계공이었다. 필터 압착작업(Filter Press)공정은 아연제련을 위한 공정 중 슬러지(진흙 상태)탱크에 들어온 슬러지를 녹여서 고체(Cake)와 액체(Filtrate)를 분리시켜 아연을 추출하는 과정이다. 재해자는 근무기간 중 필터 프레스 기계가 오작동 없이 잘 작동되도록 관리하고, 고체와 액체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고체가 바닥에 떨어지면 이를 청소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이 여과 과정 중에 ‘황산’ 약품을 사용하였고 재해자는 황산가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4) 재해자는 이 사업장에 입사하기 전, 2001년부터 2005년 (재해자의 나이: 51세 ~ 55세) 환경미화원으로 근무(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면서, 새벽 찬 공기로 인하여 만성 ‘기관지 염’ 및 ‘폐쇄성 폐질환’ 치료를 받아왔었다.  

(5) 재해자는 입사 이전 ‘기관지 염’ 및 ‘폐쇄성 폐질환’의 기존 질환이 있는 가운데   사업장에서 황산, 광물성 분진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여기에다 장기간 · 장시간 근무로 만성과로 및 실직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기존 질환이 악화되어 발생한 폐 고혈압과 객혈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6) 산재신청이 있은 후 1년 3개월이 지난 후, 2013. 5. 9. 질병판정위원회는 근로복지공단의 조사내용, 의학적 소견, 전문기관 역학조사의 내용을 가지고 재해자가 직업성 질병으로 사망하였다는 산재를 인정하였다.

 

1. 신청인의 사건 조사의 한계와 역학조사

이 유족급여신청사건에 있어 신청인은 재해자가 장기간 교대근무로 인한 만성 과로, 자신의 질병이 실직을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황산을 사용하는 유해한 작업환경이 원인이 되어 폐 고혈압으로 인한 객혈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신청인이 주장하는 과로나 스트레스에 의한 산재는 뇌혈관질환이지 객혈의 원인은 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사업장의 유해한 물질인 황산이 본 재해자의 기존의 질환인 기관지염 및 폐쇄성 폐질환을 악화시켜 폐 고혈압 및 객혈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다. 이 부분에 대해 신청인은 재해자의 사업장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업무상 질병 여부의 결정이 곤란한 경우에 근로복지공단은 자문의사협의회,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산업 안전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 그 밖에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관에 자문을 의뢰할 수 있다. 요양 업무 처리 규정에서 구체적으로 업무상 질병 여부의 결정이 곤란한 경우에 자문의사협의회에 심의를 의뢰하거나 산업 안전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 등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관련기관에 자문을 의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근로자의 기존질병이 업무상 질병에 미친 영향력이 불명확한 경우, 유해 물질의 노출 정도 및 유해 물질로 인하여 나타날 수 있는 임상 증상에 관한 의학적 소견, 업무상 질병 여부에 관하여 주치의사와 자문의사 소견이 다른 경우에 자문의사협의회에 심의를 의뢰하거나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업무상 재해 여부의 판단이 곤란한 경우, 업무와 질병간에 인과 관계 인정에 있어 역학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산업안전연구를 담당하는 기관 등 업무상 질병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관련 기관에 자문을 의뢰할 수 있다.

2. 역학조사와 산재인정(직업성폐질환연구소)
   재해자의 작업은 00제련소의 조액(정액)공정에서 넘어오는(관을 통해 자동으로 넘어옴) 용액 중 미량 금속을 회수하기 위한 필터 압착작업(Filter Press, F/P 분해)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잔류 용액과 케이크(고체)에서 나오는 증기 및 일산화탄소에 노출되었다. F/P 분해 중 강제 환기시설은 없었으며 약 3층 높이의 건물에서 자연환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일산화탄소는 일반 대기 중에 0.1~0.2ppm로 존재하는 가스이다. 대표적인 화학적 질식제인 일산화탄소는 신체 내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여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Carboxyhemoglobin)이 되어 저산소증을 일으킨다. 이는 폐 혈관 근육을 수축시켜 폐혈관 저항성을 높이므로 폐고혈압을 발생 및 악화시킬 수 있다. 현 작업장에서 일산화탄소 외에도 F/P분해 작업 중에는 황화수소가 평균 5.1ppm로 나타났다. 건강한 성인이 황화수소에 노출될 경우는 약50ppm에서는 폐부종이 나타나는데 작업 중 노출되는 황화수소 농도는 5.1ppm으로 폐손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으나 황화수소는 일산화탄소와 마찬가지로 폐고혈압 발생에 영향을 주는 화학적 물질이다. 따라서, 이미 고농도의 일산화탄소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재해자에게 황화수소의 복합 노출은 폐고혈압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


2006년 12월부터 반복적으로 고농도의 일산화탄소에 노출된 재해자는 일산화탄소 노출로 나타날 수 있는 두통, 운동능력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던 중 본 사업장에 입사하고 4년이 지난 2010년 8월에 중등도 폐고혈압이 발견됐고, 2011년 10월에서는 중증 폐고혈압으로 악화되었는데, 2010년부터의 각종 의무기록을 검토한 결과 폐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은 없었다. 따라서 재해자의 중증 폐고협압은 현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고농도의 일산화탄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폐고혈압 발생에 영향을 주는 황화수소에도 복합 노출되면서 발생했다고 판단된다. 폐고혈압은 객혈의 원인 질환 중 하나이며 폐고혈압이 있는 상태에서는 객혈이 쉽게 호전되지 못하고 호전되더라도 객혈이 반복적으로 재발될 수 있다. 따라서 재해자는 폐고혈압으로 인해 객혈이 발생하여 사망했다고 판단된다.



3. 
업무상 질병 판정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대구–2013– 296, 2013.5.9)


1)
재해자의 사망에 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전문기관에 의뢰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해자가 고농도의 일산화탄소와 황화수소에 복합 노출되어 폐 고혈압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고, 폐 고혈압으로 인한 객혈이 원인이 되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여 재해자의 사망은 업무상 질병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이다.       


2)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는 ‘고농도 일산화탄소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폐 고혈압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폐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으로 급성 호흡 부전, 급성 폐렴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한 사망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이다.


3)우리 질병판정위원회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자료 및 의학적 소견 등을 근거로 심의한 결과, 전문기관에서 실시한 작업환경 측정 결과에 따르면 재해자가 일산화탄소 및 황화수소에 반복 노출되면서 ‘폐 고혈압’이 발병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로 인한 합병으로 ‘객혈’이 발생하여 재해자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는바, 재해자의 업무와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의견이다.

역학조사 방법을 통한 산재여부 판단은 장시간의 소요와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지만, 직업성 질병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인과관계 제시해주기 때문에 재해자(신청자)와 산재판정기관이 결과에 대해 수용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직업병 산재사건에 있어서는 전문기관을 통한 역학조사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는 작업장 유해요소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산재예방 효과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봉수 칼럼] 폐병으로 인한 사망 산재 인정 사례
▲사진=2019. 1. 20. ( 이미지 소개), 2023. 1. 21. 구글 검색 : 업무상 폐병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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