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아래의 사례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근로자의 평판 조회에 부정적 요소가 발견되어 근로자가 입사 전에 고용 취소를 통보한 사건이다.
미국에 위치한 다국적 기업(이하 “회사”)은 한국 지사장 (이하 “근로자”)을 고용하기 위해 면접과 서류전형을 거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회사는 근로자와 2023년 5월 12일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3주 뒤에 입사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해당 근로자와 같이 일했던 한국지사 직원의 부정적인 평판(이전 회사의 같은 직장 동료로 일했음. 너무 강압적 업무방식이라서 지사장이 입사하면 퇴사하겠다 밝힘)을 인지하게 되어, 5일 후인 5월 17일 근로계약을 해지하였다. 고용해지 서면통보서에 근로계약서 제1조에 “회사는 언제든지 이유불문하고 즉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면서 ‘부정적인 평판’을 고용해지 사유를 들었다. 근로자는 즉시 답변 메일을 통해 “고용해지는 한국노동법 위반이고, 회사에서 적절한 보상이 없는 경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이에 회사는 입사전 고용해지에 대해 원만히 무마하기 위해 1개월분의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근로자는 회사가 제시한 1개월분의 금전보상을 수용할 수 없고, 12개월분의 금전보상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를 비방하고 부정적인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에 법률자문을 요청하였고, 이에 대해 관련 사례를 검토를 한 후 적절한 답변을 찾아보고자 한다.
<관련 사례 검토>
(1) 입사예정일에 입사를 시키지 않고 6개월이 지난 후 채용을 취소한 사건
회사는 1997년 11월 말경 근로자들에게 최종합격통지를 하고 같은 해 12월경 서약서 등 입사관계서류 제출을 요구하여 교부받음으로써 근로자들과 회사 사이에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 취업할 시기를 1998년 3월 1일로 하였으나, 회사는 취업시기를 계속 미루어 오다가, 1998년 8월 18일 근로자들에 대하여 채용내정을 취소하였다. 이러한 채용내정 취소통지는 해고에 해당하고, 채용내정 취소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회사가 근로자들에 대하여 한 위의 채용내정취소는 무효이다 (서울지법 98가합20043).
(2) 입사일을 정하지 않은 채용내정 대기기간에 50%의 임금지급을 인정한 사례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위와 같은 근로자의 채용내정 사실 통보로 인해 장차 정식 취업시로부터 근로를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한 일종의 근로계약이 성립한다. 이때 근로자로서는 상당한 기간 내에 회사에 정식채용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된다. 회사는 당초 채용내정 과정에서부터 계획사업의 내용 및 규모, 그 진행전망 등 제반 사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채용할 직원의 수와 그 구성을 정하고 그에 따라 적정한 수의 합격자 만을 발표 및 채용내정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 회사는 이를 게을리 한 과실로 그 실행 가능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아니한 사업부문의 영선인력으로 근로자를 채용내정하여 합격 통지를 한 후, 뒤늦게 해당부문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유로 근로자를 정식채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회사는 근로자가 채용예정 기간동안 피고의 직원으로 정식 채용되기를 기대하면서 다른 취업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채용내정만으로 정식채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회사가 구체적인 입사예정일을 정하여 통보한 것은 아니므로 근로자가 그 정식채용 여부에 대한 사항을 회사에 문의하거나, 회사가 정식채용을 거절할 것에 대비하여 다른 일자리를 구하는 등의 조치를 강구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그러한 노력을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 회사가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 근로자의 과실비율을 50%로 하고, 회사의 책임을 나머지 50%로 제한한다(서울지법 2002나40400).
(3) 입사일을 정한 기간을 초과한 채용내정에 대해 전체기간 임금지급을 인정한 사례
회사가 1997년 11월경 근로자들에 대하여 채용내정통지를 함으로써 근로자들과 회사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다. 이 사건에서 근로자들은 적어도 최종입사예정일인 1998년 4월 6일부터는 회사의 근로자 지위에 있었다고 할 것이고, 회사가 근로자들을 현실적으로 취업시켜 근로자들이 노무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회사가 근로자들에 대하여 한 이 사건 채용내정취소는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1998년 4월 6일부터 채용내정이 확정적으로 취소된 1999년 6월 30일 까지의 임금을 구하는 것은 정당하다(서울고법 99나41468).
<쟁점에 대한 해결 방안>
이 채용내정자에 대한 해고통지에 대해 아래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통해 바람직한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질문1> 회사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어느 일방이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에 따라 고용해지를 하였는데, 이것이 한국 노동법을 위반한 것인지?
근로계약이 적법하게 체결 되었으므로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에 대한 입증책임은 회사에 있다. 다만,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기 위한 수준은 각각 다를 수 있다.
1) 근로계약 체결 시점부터 실제 근무 시작 시점까지 à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는 수준이 약하다. 어느 정도의 사유가 있는 경우 고용 취소가 가능하다.
2) 실제 근무를 시작한 이후 3개월 까지 à 정당한 사유에 사용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므로, 입증책임이 엄격하지 않다. 수습기간이 적용되어 사용자의 합리적인 판단이 인정되므로 근로자의 해고가 어렵지 않다.
3) 취업 후 4월 이후 à 객관적인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질문2> 회사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근로가 개시되기 전에 취소한 경우 회사는 어떠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근로계약을 체결한 이상 회사는 정당한 사유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근로자가 해고되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이 나온 경우에는 회사는 근로자를 복직시키고 부당해고 기간에 대한 임금 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
채용 내정 상태에서 입사를 시키지 않고 해고한 사례는 대부분이 장기간 입사를 시키지 않다가 근로계약 해지통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채용 내정이었던 근로자는 입사만 기다리면서 많은 시간과 기회를 낭비하게 된다. 이 경우에 판례는 채용 내정상태에서 대기하였던 기간에 대해 급여를 보상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질문3> 회사의 일방적인 근로계약 해지에 대해 근로자가 보상을 받기 위한 법적인 조치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요?
근로자가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거나 민사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부당해고의 사건의 경우 95% 이상이 노동위원회에서 처리된다.
① 부당해고 구제신청 → 지방노동위원회 (처리기간은 60일, 실제로 90일 소요)
② 재심 신청 (지방노동위원회 결정문 수령후 10일 이내) à 중앙노동위원회 (처리기간은 60일, 실제로 90일 소요)
③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행정소송 제기 (중노위 결정문 수령 후 15일 이내) à 서울행정법원 à 서울고등법원 à 대법원
④ 해고당한 근로자 → 민사소송 제기 (소송기간 제한 없음. 1심에 보통 1년 이상 소요) → 고등법원 → 대법원
부당해고 사건은 대부분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고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부당해고에 대해 민사법원에 제기할 경우, 장시간에 고비용이 들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불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권리구제를 위해 노동위원회를 더 선호하게 된다. 노동위원회는 소송기간이 짧게 소요되고 저비용에 노동법적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에게 더 유리하다.
<종합의견>
근로자 입장에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것인지의 여부는 전적으로 근로자의 재량에 달렸지만,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민사법원에 해고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할 것인지의 여부는 본인이 이길 가능성이 있고, 충분한 보상이 예상될 때 제기할 것이다.
회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채용내정 상태에서 고용을 해지통보 한 것에 대해 두 가지의 의견이 가능하다.
첫째, 외국 본사의 CEO와 한국의 지사장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국내의 지사에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 보통 지사장의 경우 한국지사를 대표하여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근로자성과 관련된 쟁점이 될 수 있다. 근로자성이 약한 경우 노동법적 보호보다는 서로 당사자간의 업무위임 계약으로 민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둘째, 근로자가 한국노동법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근로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고, 근로계약서는 한국 노동법이 적용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한국노동법이 적용된다. 이 경우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경우 회사는 법정대리인을 선임하여 사건에 대응할 것이다. 이러한 소송을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보상금 제시하여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