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 판단 (하급자가 상급자에 한 모욕적인 언어)

[정봉수 칼럼]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 판단 (하급자가 상급자에 한 모욕적인 언어)

[정봉수 칼럼]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 판단 (하급자가 상급자에 한 모욕적인 언어)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업무수행 중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다 보면, 동등한 직위에서 서로의 다툼에 대해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상급자가 하급자의 막말에 대해서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 규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직장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야 직장내 괴롭힘이 성립된다. 이번 사건은 하급 직위의 도급사원이 상급직원에게 막말을 한 것이 과연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지 문제가 된 사건이었다.

 2023년 10월 16일 부장급 직원(피해자, 여성, 강00부장)은 파견근로자(행위자, 남성, 김00대리)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를 하였다.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회사 메신저(MS Teams Messenger)로 피해자의 업무처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였다. 이에 피해자는 행위자의 발언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신고를 하였다.

피해자는 행위자인 파견근로자로부터 막말을 들었고, 이로 인하여 더 이상 같이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설명하였다. 이 사건을 접수 받은 회사는 다음 두 개의 문제에 대해 접하게 되었다. 첫째는 피해자가 받은 근무시간 중의 막말이 직장내 괴롭힘의 요건에 해당되는가의 문제이다. 둘째는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이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하면, 회사는 타 회사의 파견직원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사실관계>

 해당회사는 강남사무실, 삼성사무실, 역삼사무실이 있고, 각 사무실에는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담당자가 있다. 삼성 사무실은 피해자가, 강남사무실은 행위자가, 역삼 사무실은 다른 직원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위 세 사람은 모두 사무실 관리(OM)업무를 나누어 하지만, 서로 보고라인은 다르다. 사무실 관리는 각 근무지인 사무실을 관리하는 것이므로, 서로 독립적인 업무 영역에 있다. 다만, 바우처 수령과 배부업무, 행랑 업무 등 일부 협업을 요하는 업무가 있다. 주로 사내 메신저(MS Teams)로 업무 연락을 주고 받으며, 두 사람 간 대면 업무는 월 1회 정도 이다.

 피해자인 강00부장은 2020년 10월에 입사하여 삼성 사무실의 사무 관리자(Office Manager)로 근무해 온 정규직원이다. 이에 반해 행위자인 김00대리는 용역업체 소속의 파견근로자로서 2023년 7월부터 강남 사무실에서 사무 직원(Office Administrator)으로 근무하고 있다. 서로 주고받은 메신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파견회사 소속 김00대리>
①    (강부장의 업무에 불만 제기)
강 부장님, 선호하는 오피스 요청 들어오는 거 수정 제대로 좀 해주세요. 바우처 줄 때도 같은 일 여러 번 해야 되고 헷갈려요. 바우처 명단 정리는 강 부장님이 하는 것인데 본인은 맨날 저한테 이거 해주세요 저거 해주세요 하시잖아요.
 
②(강부장의 답변에 화가 나서 강부장 비방)
강 부장님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건가요? 선호하는 오피스 때문에 헷갈리는게 몇 번째 인지 잘 아시죠? 본인이 잘못한 건 절대 사과 안 하시네. 내가 강부장님 하고 같은 업무를 하는 위치라서 많이 참고 있는 거 느끼시나요? 웬만하면 좋게 지내려고 하는데……
강 부장님도 뭐 그렇게 착한 사람 같지는 않고, 저도 그렇게 착하지가 못해요. 그러면 이 참에 그냥 서로 타고난 대로 서로를 대해보죠. 그게 일할 때 서로 더 편하겠죠? 내가 뭐 물어보고 안 할 테니까. 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런 소리 앞으로 하지 마시고. 말할 때 반말 섞어서 짧게 하시는 거 고치세요. 한번 더 존대 말 짧게 하면 저한테 반말 들을 겁니다. (중간 생략)
본인이 누구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얘기할 위치도 아니고 그럴 자격이 없어요. 그리고 그럴만한 자격이 없지요. 그죠? 아니죠 전 admin (담당자) 이지만, 강 부장님이 시키는 걸 하는 사람은 아니죠. (중간 생략)
 
③(강 부장의 HR에 업무변경 요청 언급에 화냄)
HR에 얘기 좀 제발 해보세요. 그간 내가 하고 싶은 말 많이 참았으니까요. (중간 생략)그 일을 3년 하셨으면 일 남한테 넘길 생각 그만하고. 뭔 지시를 하려면 모범이 되어야지 뭐하는 겁니까? (중간 생략) 사과는 절대 못하시겠죠? 자존심은 또 있으시네.
내가 되게 많이 착했죠. 지금까지 느끼셨어야 하는데… 네, 꼭 연락해주세요. 둔하시네… 감정은 본인이 제일 많이 드러내요.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참… 강 부장님 같은 사람보면 똑같이 할 겁니다.
회사생활 오래하신 분이 지금 그 모양이시면 참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요. ㅠㅠ
<정규직 강 부장>
①(김대리의 업무불만에 비협조 답변)
김 대리님이 직접 하세요. 수정을 해 달라는 게 이 업무를 제대로 알고 요청하신 건지 모르겠고요. 사실 이 업무를 직접 처음부터 리드하는 당사자한테 그렇게 얘기하시면. 헷갈리는 건 이해되는데요. 자료는 업데이트를 매번 저한테 요청하실 게 아니라 직접 업데이트 하시면 되요.
(중간 생략)
 
②(HR에 김대리 업무변경 요청 답변)
그냥 애초에 일을 같이 할 상황 같진 않으니
HR에 얘기해서 정리하기로 하시죠굳이 서로 대화할 필요가 없어 보이네요.
같은 Manager Position으로 들어오신 걸로 이해되세요? 누가 들으면 매니저 포지션으로 들어와서 업무역량이 차고 넘쳐서 혼자 일할 수 있는 상황으로 이해하시는 것 같은데.
저나 HR에서 생각하는 걸 넘어서는 상황이긴 하네요. 그건 한번 HR에 문의해보세요. ㅋㅋan뭐라고 하실지…… (중간 생략)
제가 반말을 ㅎㅎ 얼마나 섞어서 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반말을 해서 기분 나쁜 거라면 제가 미안하고요. 저는 사과를 할 내용이 있고 안할 내용이 있고를 구분할 뿐이에요. 제가 HR에는 연락해 놓을 테니 나중에 업무 잘 적응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③(김대리의 비방에 대해 대화 의도적 중단)
회사에서는 굳이 감정싸움을 할 일도 아니기도 한데, 암튼 매우 흥미롭네요.
ㅎㅎㅎ 나중에 회사생활 좀 더 해보세요.

<괴롭힘의 내용 구체적 기술>

 대화내용 중 “강 부장님도 뭐 그렇게 착한 사람 같지는 않고”, “자존심은 또 있으시네”, “둔하시네”, “감정은 본인이 제일 많이 드러내요 ㅋㅋㅋ 무슨 유치원도 아니고 참” “회사생활 오래하신 분이 지금 그 모양이시면 참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요” 등의 발언은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비방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이는 행위자가 업무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툼 중에 나온 말이고, 면담 중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향후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 후 행위자는 이번 건처럼 피해자를 비방하는 행위에 있어 반복성이나 지속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피해자는 해당 메신저 대화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괴롭힘 사건은 일회적인 사건이었고 이후 피해자는 업무 연락을 포함한 행위자와의 대화를 자발적으로 일체 거절하고 있다.

 

<회사의 조사내용>

회사에는 2023 10 16  부장(피해자) 행위자로부터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하였다. 피해자(이하 신고자)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증거자료로 당일 오후 220분부터 오후 3 15 사이의 MS Teams 메신저 내용을 사측에 제출하였다.

 이에 회사의 인사팀 담당자는 2023년 10월 19일 행위자에 대해 면담을 실시하였다. 행위자는 “피해자로부터 신입이라는 이유로 인격적인 모독과 무례한 대접을 받았다. 그래서 한번쯤은 말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팀즈 메신저로 앞서 언급한 대화를 하였다. 스스로 적절치 못한 행위는 인정하나 사과는 못한다”는 입장이다.

 2023년 11월 1일 회사의 인사담당자는 신고자와 면담을 통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신고자는 행위자의 태도가 회사의 문화와도 맞지 않고 계속 같이 근무하기 힘들다고 말하였다. 행위자는 2023년 10월 25일 업무와 관련한 메신저에서도 동일한 태도를 보였다. 신고자는 행위자의 괴롭힘 행위로 인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고 건강이 악화되었다며 행위자와의 업무분리 및 이에 대한 징계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본 직장내 괴롭힘 신고 사건에 대해 신고자와 행위자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2023년 11월 20일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파견근로자에 대한 판단>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에 해당하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제3자에 해당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자파견은 고용과 사용을 분리하는 특수한 관계이므로, 사용 관계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장내 괴롭힘은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는 공동의 사용자로 보고 있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34조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데, 제1항에서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하여는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파견법 제21조에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라는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 내의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파견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파견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사건의 적용에 있어서도 사용자는 사업장의 근로자와 동일한 잣대로 파견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모두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보아 근로기준법 직장내 괴롭힘 규정에 따른 사용자의 의무와 책임을 공동으로 부담한다. 원칙적으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공동 조사ž조치하여야 하나, 사용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므로 사용사업주가 조사ž조치하고 성격상 파견사업주가 이행해야 할 내용은 파견사업주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지 여부 판단>

앞서 설명한 사실관계를 직장 내 괴롭힘 법리를 비교하여 판단하면 다음과 같다. 행위자는 비정규직 직원 (파견근로자)이고 피해자에 비해 하위 직급의 근로자이다. 이에 반해 피해자는 상위 직급이고 정규직 근로자로 행위자의 차후 정규직 고용이나 업무평가에 있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행위자가 피해자의 직장 내 지위나 업무 관계 등의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행위자는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는 “자존심은 또 있으시네” “회사생활 오래하신 분이 지금 그 모양이시면 참 문제가 많은 것이 아닌가요?”, “유치원도 아니고” 등의 발언은 피해자를 비방하는 발언이고, 직장내 괴롭힘의 양태 중 폭언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직장내 괴롭힘 판단을 떠나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폭언을 한 것은 업무의 위계질서가 존중되는 조직사회에서 수용될 수 없는 행위이다.

행위자의 폭언에 해당되는 대화내용은 피해자에게 정신적인 괴롭힘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피해자는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업무상 행위자를 기피하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행위자의 괴롭힘으로 인해 피해자는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며, 업무수행과 관련된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할 때는 3가지의 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즉, 1) 업무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2) 업무의 적절한 범위를 넘어 과도한 행위, 3) 이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주거나 업무환경을 악화시켜야 한다. 본 사안에 대해서는 위의 2)와 3)은 충족되지만, 행위자가 하급 직원이고 고용상 비정규직 (파견직원) 이고 관계 등에 있어 약자의 위치에 있다. 따라서 행위자는 피해자에 대하여 위의 1) 업무의 우위에 있지 않으므로 직장내 괴롭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시사점>

 회사는  직장내 괴롭힘 신고 사건에 있어 파견근로자이자 하급직원의 근로자의 상급 근로자에 대한 업무의 적정범위를 넘은 비방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 여부만 판단하였다. 여기서 업무상 부적절한 행위이고, 차후 하급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주의나 경고 등의 징계조치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직장내 괴롭힘 사건은 두가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는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가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비방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 여부이다. 본문에서는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행한 부적절한 언어폭력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유는 직장내 괴롭힘의 요건에 있어 직위나 관계 등의 우위에 있는 자가 하급 직원에게 가하는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 이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파견근로자 직장내 괴롭힘에 행위자 또는 피해자가   있는  여부이다. 파견근로자와 관련된 직장내 괴롭힘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사용자는 직장내 괴롭힘 처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용자는 파견근로자에 대해 사용사업주로서 근로기준법 76조의 3 해당하는 사용자의 조치의무를 이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인터넷)법률신문 “상시 폭언 ‘직장 내 괴롭힘’ 인정… 법원, “위자료 700만원 지급하라 2024. 2. 11. 구글 검색 2024. 6. 2. ‘직장 내 괴롭힘’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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