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노동 사례 : 외국인 강사 수습기간 중 해고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외국인근로자 관련 노동사건을 주로 담당하는 노무사의 입장에서, 가장 억울하게 해고되었음에도 법적인 구제를 받지 못했던 사건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원어민 영어강사로 일하기 위해 엄격한 채용절차를 통해 선발되어 한국에 온 호주 출신 근로자가 C어학원으로부터 채용 1주일 만에 해고된 사건이다. 해고사유는 근로계약서상에 학원에 배치되기 전에 1주일간의 트레이닝을 이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본 근로자가 이 트레이닝을 이수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어학원에서는 새로운 강사 11명을 대상으로 과정별 트레이닝에 할당하면서, 본 근로자에게만 유일하게 고급과정 이수를 요구하였는데, 본 근로자가 중급과정은 이수하였으나 고급과정 이수에는 실패하자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었다.

  이 사건 다툼이 되고 있는 이 어학원의 해고조치가 정당한 해고인가에 대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주장 그리고 노동위원회의 법적 판단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사건의 주요경위를 보면,

– 2019. 4. 10. 인터넷상 원어민 강사 공고를 보고 이에 지원하였고, 호주 현지 채용담당자의 2주간의 채용시험을 통해 채용결정 되었음.

– 2019. 4. 27. 사용자와 예비 근로계약 체결

– 2019. 5월 비자발급을 위한 ‘범죄확인서’ 발급(5주 소요, 근로자 비용 부담)

– 2019. 6. 19. 사용자와 근로계약서 체결

– 2019. 7. 10. 호주 한국대사관 비자(E-2) 발급받음

– 2019. 7. 16. 한국 도착하여 어학원 제공한 숙소 입주 (항공로 근로자부담)

– 2019. 7. 20 ~ 7. 24 어학원 트레이닝 참석 및 7월 24일 트레이닝에 통과하지 못하였다고 해고 당함

– 2019. 8. 6. 근로자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

– 2019. 10. 16.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각됨

– 2019. 10. 26. 근로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

– 2020. 1. 10.  재심신청 기각됨

<어학원의 주장>  

 본 어학원은 다른 영어학원과는 달리 학생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다른 학원과는 달리 원어민 강사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좀 더 까다로운 방법을 가지고 원어민 강사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최초 원어민 지원자에 관련된 내용들을 수집하고 이력서와 에세이를 받아 전화 인터뷰를 받는다. 일반 면접과 같이 전화 인터뷰에서는 이 강사가 어떠한 생각과 사상을 가지고 있는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실력이 되는지 평가가 된다. 이 채용절차에 통과한 후 Offer of Employment라는 양식에 서명을 하게 되고 여기에는 어학원의 고용을 수락하겠다는 내용과 트레이닝에 대한 내용이 있다. 곧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마치고 나서 비자취득에 관련된 서류를 한국에 보내고 그 서류를 출입국에 제출하면 비자번호가 나오게 된다. 이 비자번호를 강사에게 주면 강사는 대사관 면접을 거쳐 비자취득 후 한국으로 올 수 있게 된다. 한국에 오고난 후에는 건강검진을 받고 트레이닝을 받게 되며 트레이닝에 통과를 하게 되면 근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본 근로자는 전화 인터뷰를 받고 Offer of Employment 에 동의를 한 후 7월 14일 한국에 입국하여 7월 20일 본사에서 트레이닝을 시작하였는데 기간은 5일이었고 7월 24일 금요일에 5일간의 트레이닝을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최종 시험과정(Mock-up)을 통과하지 못해 해당 트레이너는 강사에게 다시 준비를 하여 시험을 치면 계획대로 근무처로 이동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으나 강사는 이를 거절하였다. 트레이너는 이 강사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설명을 하였지만, 강사는 끝내 Mock-up 테스트를 하지 않겠다고 하여 결국 트레이닝에 Fail 판정을 받아 해고조치를 한 것이다.

<근로자의 주장>

 2019.6.9.일 근로자는 본 어학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근로자는 체결된 근로계약서를 가지고 호주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왔다. 어학원에서는 “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이수해야지 이 근로계약은 효력을 가진다” 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일반적으로 강사 배치전 교육을 말하는 것이지, 근로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호주에서 체결한 근로계약이 조건부 계약이고, 한국에서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쳐야 기 체결된 근로계약이 효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본 근로자는 한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근로계약서의 단서조항은 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이수하는 것이었지, 이수 후 합격이나 불합격 결과에 따라 고용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준 것은 아니었다. 또한 어학원은 근로자가 맡게 되는 강의가 원어민에게도 어려운 ‘비판적 사고’라는 논술과목이지 외국어를 배우는 교과과정이 아니었다. 이 고급과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재는 “Reading for Thinking”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대학교수가 활용하는 수업교재였다. 근로자는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하였고, TESOL (Teachers of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자격을 가지고 있으며, 2018년 체코공화국에서 1년 동안 영어강사로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어학원에서는 본 근로자를 해고하기 전인 2019년 6월, 한 미국인 강사가 본 근로자와 동일한 내용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에 왔으나 어학원측이 요구한  트레이닝을 성공적으로 이수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해고한 사실이 있다. 이 미국인 강사 또한 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이 교육과정으로 채용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한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 근로자도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항공료, 호텔비 등 모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였으며, 금전적 손해 외에도 시간, 노력, 기회비용 등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 채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 사건의 근로자가 원어민 강사들이 즐겨 찾는 카페에서 이 어학원에서의 억울한 사례의 글을 요청하자 이 근로자로부터 본 근로자와 유사한 해고사례에 대한 진술서를 보내주었다. 따라서 본 어학원의 이러한 채용형태가 부당한 것이라 판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당한 해고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본다.

<노동위원회의 판단 내용>  

이 사건의 주요쟁점은 첫째, 이 사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했는지 여부와 둘째, 근로계약이 성립한다면 이 사건 근로관계 종료가 사직인지 해고인지 여부 및 해고에 해당한다면 해고의 정당성(절차 포함)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의 서로 대립하는 수개의 의사표시의 객관적 합치가 필요하고 객관적 합치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의사표시에 나타나 있는 사항에 관하여는 모두 일치하고 있어야 하는 한편, 당사자가 그것에 중대한 의의를 두고 계약성립의 요건으로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이에 관하여 합치가 있어야 계약이 적법, 유효하게 성립한다.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 근로자가 우리나라의 외국어 전문학원에서 외국어 회화지도에 종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입국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바대로 재외공관의 장이 외국인입국허가서에 기재된 체류자격, 체류기간 및 근무처 등이 올바로 되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한 용도로 이 사건 사용자로부터 교육서비스용 동의서를 받아야 하며, 교육서비스용 동의서에 의하면 이 사건 근로자가 관련 학원의 트레이닝을 이수하여 교습자격증을 발급받은 순간부터 유효하게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는 조건부 계약유보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 이 사건 근로자는 이 어학원의 트레이닝센터에서 일주일 동안 교육을 받던 중 중급과정은 통과하였으나 고급과정은 통과하지 못하여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근로자와 이 사건 사용자 간의 근로계약이 적법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계약 성립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근로자의 부당해고 주장은 이유 없다 할 것이다.

 

<노동위원회 판단 비판>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이 사건의 근로계약서에 의하면 트레이닝 이수를 전제로 하여 근로계약이 정식 체결되는 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트레이닝을 이수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해고한 것이 타당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이 어학원의 트레이닝 과정입교자11명 중, 유일하게 본인만 영어 고급과정에 배치되었고, 이 어학원의 트레이닝이 이수과정이 아니고 합격여부에 따라 채용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과 자신이 맡게 될 수업이 영어강의가 아닌 대학수준의 영어논술 강의였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결코 이 어학원에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법과 판례에 근거하여 내국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그 결정은 존중하지만, 이 결정은 원어민 외국인강사의 채용상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정으로 향후, 사용자가 이러한 법률적 판단을 악용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부정적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인터넷)문화일보 뉴스 “노동착취에 우는 원어민 강사들” 2023. 5. 16. 자 , 2024. 6. 30.  구글 검색 : ‘외국인 강사 해고’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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