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의 노래

[손영미 칼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의 노래

“헨델의 Ombra mai fu”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람마다 가슴속에 품은 노래가 있다. 수많은 멜로디가 계절처럼 흘러가지만, 내 영혼을 단번에 흔들고 무너진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며, 다시 살아가게 하는 노래는 단 하나뿐이다.

나에게 그 노래는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속 아리아, 〈Ombra mai fu>이다. 흔히 ‘라르고’라 불리는 이 곡은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지 않는다. 단지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을 찬미하는 단순한 노래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단순함 속에 놀라운 평화가 깃들어 있다. 세상의 소란이 잠시 가라앉고, 바람결 같은 선율이 내 마음에 머무른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나는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고요를 듣는 듯했다. 오래된 상처에 따뜻한 손길이 얹히는 순간처럼, 현악기의 숨결은 눈물의 길을 따라 흘렀고 목소리는 내게 속삭였다.

“너는 아직 살아 있다. 네 심장은 여전히 뛴다.”
이 노래는 기쁨의 날엔 환희를 더 크게 울려주고, 슬픔의 밤엔 울음을 대신 흘려주었다. 때로는 기도의 목소리로, 때로는 내 삶의 일기장 한 장으로 다가왔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만약 이 곡이 내 삶에 없었다면, 나는 얼마나 더 쉽게 지치고 얼마나 더 일찍 포기했을까.

그러나 이 노래 덕분에 나는 다시 일어나고, 다시 길을 걷는다.
〈Ombra mai fu〉는 나에게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붙드는 그늘이자, 언제든 안길 수 있는 품이다.

“음악은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을 전하고, 침묵으로는 감히 담을 수 없는 것을 드러낸다.” – 빅토르 위고

9월의 문턱, 가을의 정원 속에서 나는 헨델의 〈Ombra mai fu〉를 들으며, 내 영혼이 가장 평온한 세상을 안으며  그것이 단순한 음악적 경험을 넘어 내 삶의 리듬과 호흡을 조율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느낀다.

손영미
2025, 9월 가을의 문턱에서 ~

 

▲Handel: Ombra mai fu (Serse); Christopher Lowrey, countertenor, Voices o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 | Ombra mai fu | Xerxes | G.F.Handel

▲Franco Fagioli – Handel: Ombra mai fu

 

 

▲사진=좌로부터 전,KBS PD 감독 김재연, 베세토오페라 단장 강화자, 필자 ⓒ강남 소비자저널
[손영미 칼럼] 내 심장을 뛰게 하는 단 하나의 노래
▲사진=게오르크프리드리히 헨델의 초상화, 1726~1728년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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