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시를 노래하다, 강석우 그리고 가곡의 밤’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2025년 10월 13일 (월) 저녁 18:50
용산 온누리교회 본당
가곡의 선율 속으로 저녁 마실을 나섰다.
오늘의 무대는 방송인 강석우 씨가 주최한 〈가곡의 밤〉으로 그가 소속된 온누리교회 본당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배우로서의 익숙한 얼굴 뒤에 숨겨진 ‘가곡을 사랑하는 음악인’으로서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 자리였다.
무대에는 소프라노 강혜정, 김순영, 바리톤 송기창, 이응광, 그리고 이웅 음악감독, 피아니스트 이소영, 클래식기타리스트 이미솔, 앙상블 Sonare가 함께했다. 작지만 단단한 구성의 팀이 만들어낸 울림은 깊고 순수했다.
공연은 세 개의 테마로 엮여, 마지막 무대에서는 자신의 곡들을 선보였다.
12개 선정 곡들을 각 성악가가 네 곡씩 번갈아 부르며 인터미션 없이 두 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지루함보다는 몰입의 밀도가 점점 깊어졌다.
또한 강석우 씨의 짧고 담백한 해설과 시 낭송, 그리고 색소폰 연주가 곁들여지며, 가곡이 단순한 노래를 넘어 ‘시와 선율을 통해 우리 말과 감정의 예술’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마지막 앙코르곡 강석우 작사 ,작곡 〈내 마음은 왈츠〉 까지, 가을비를 마중하는 듯한 따뜻한 마무리는 잘 익은 동치미 국물처럼 시원한 여운을 남겼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이 좋아, 노래가 좋아”라는 마음이 모인 관객들의 진정성은 그 어떤 화려한 공연보다 따뜻한 선물로 안겼다.
때론 우리 가곡을 오늘 처음 접한 관객들도 많았다.
오늘도 가곡을 지키고, 전하며, 이윤 없이 대가 없이 가곡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하나 된 만남은 그래서 더욱 귀했다. 우리 가곡을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 지역사회로, 더 가깝게 전파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선곡과 프로그램 해설
〈Mattinata〉 아침의 노래 (R. Leoncavallo) 소프라노 강혜정
이탈리아 벨칸토의 화려함 속에서도 아침의 투명한 공기를 그려낸 곡으로 강혜정은 맑은 햇살처럼 첫 무대를 열며, ‘삶의 시작’과 ‘사랑의 설렘’을 동시에 노래했다.
〈Non ti scordar di me〉 물망초 (E. de Curtis)소프라노 김순영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제목처럼, 그리움과 사랑의 지속성을 담은 곡으로 김순영의 따뜻한 음색은 이별의 아픔을 품은 채, 사랑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Parla più piano〉 대부 (N. Rota) 바리톤 송기창
영화 〈대부〉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이 곡에서 송기창은 감정의 절제를 통해 깊은 인간애를 표현했다. 그의 중후한 바리톤은 사랑과 권력, 회한이 교차하는 영화적 장면을 극적으로 되살렸다.
〈Erlkönig〉 마왕 (F. Schubert) 바리톤 이응광
괴테의 시에 곡을 붙인 독일 가곡의 정점.
이응광은 부성애의 절규, 공포, 죽음의 유혹을 한 곡 안에서 폭발적인 드라마로 완성했다.
피아노와 목소리가 하나 되어 그로테스크한 긴장을 극대화했다.
〈코스모스를 노래함〉 (이기순 시,이흥렬 곡) 을 연주한 강혜정은 가을 들판의 순결한 꽃, 코스모스를 노래하며 인간의 신앙과 사랑을 상징한다. 그의 음성은 맑고 따뜻한 믿음의 결을 그려냈다.
〈진달래꽃〉 (김소월 시,김선경 곡) 김순영
떠나는 이를 향한 슬픔과 체념의 미학이 깃든 명가곡. 김순영의 절제된 감정과 서정적 호흡이 시의 정서를 품격 있게 살렸다. ‘광야’를 빚듯 내면의 결을 낱낱이 빚은 듯, 고운 선율을 뽑아낸 작곡가 김선경의 재능이 돋보였다.
〈청산에 살리라〉 (김연준 곡) 송기창
자연 속 자유와 인간 존재의 평화를 노래한 곡.
송기창의 융숭한 음성은 청산의 고요함과 생명력을 담아냈다.
〈시간에 기대어〉 (최진 곡) 이응광
시간을 친구 삼아 인생의 여정을 관조하는 철학적 곡으로 이응광의 따뜻한 중음은 인생의 고요한 흐름을 깊은 울림으로 전했다.
〈이별의 시간〉 (강석우 작사, 곡) 강혜정
강석우의 시적 감성과 음악적 서정이 만난 작품은 떠남의 아픔보다는 사랑의 여운을 고요히 품은 노래로, 강혜정의 해석은 바텐더 의자에 앉아 올곧게 이별을 안듯이 연주를 토해낸 시도가 연주 집중력을 더해 좋았고, 이미솔의 기타 선율과 하나로 한 편의 시처럼 클래식의 정수와 향수를 불러내어 주었다.
〈가을 그리고 겨울〉 (강석우 작사,곡) 송기창
계절의 경계를 넘어, 삶의 덧없음 속에서도 희망을 품은 곡. 송기창의 묵직한 음성이 ‘가을의 깊이’를 노래하며 관객의 마음을 적셨다.
〈4월의 숲속〉 (강석우 작사,곡)
소프라노 김순영
봄의 기억 속에 숨겨진 시간의 빛을 노래한 곡.
김순영의 맑은 음성은 숲의 푸른 기운처럼 청아했다. 이 곡은 계절을 넘어 그 서정으로 밀고 간 내밀한 선율 하나만으로도 사계절을 품어내었다.
〈정녕 그리운 것은〉 (강석우 작사, 곡) 바리톤 이응광
세월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사람과 시간’에 대한 노래. 이응광의 절제된 감정이 오히려 눈물겨운 그리움의 깊이를 더했다.
🍂 마치며
가을의 공기 속에서, 한 편의 시와 같은 가곡들이 서로의 마음을 잇는 밤이었다.
가을비로 잔잔히 익어가는 저녁이
‘사람의 온기와 시의 숨결이 있는 자리’로 기억될 공연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가곡의 품격이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밤이다.
“음악은 언어가 멈춘 그곳에서,
마음의 진실을 대신 말한다.” — 하인리히 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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