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삶이 어느덧 한 고비를 넘어가면, 사람들은 다시 ‘자신만의 노래’를 찾게 된다.
은퇴 이후 노래를 배우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래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리듬을 되찾는 호흡, 그리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치유의 예술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순간, 누구나 다시 젊어지고 한때의 자신을 올곧게 마주하게 된다.
그 행복한 노래가 오늘, 청담동의 작은 갤러리에서 울려 퍼졌다.
오늘은 3년 전 유럽연수팀과 함께
청담동 아트갤러리에서 살롱콘서트가 열었다.
필자가 부른 곡은 헨델이 1738년 런던에서 초연한 오페라〈세르세 Serse / Xerxes〉 중,
페르시아 왕 세르세가 부르는 아리아 중 <Ombra mai fu>였다.
이 곡은 기원전 48년, 그리스를 정복한 동방의 왕 ‘크세르세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성악에서는 ‘옴브라 마이 푸’, 기악편곡에서는 ‘헨델의 라르고’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갤러리 무대는 작았지만, 그랜드피아노가 있고 공명 또한 좋아 하우스 살롱콘서트 특유의 소소한 매력이 한껏 살아났다.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조용히 속삭이듯 노래를 부를 때, 고요 속에서도 생명감이 느껴졌다.
정적인 수채화 같은 공간 속에서
숨결이 바람결에 멈춘 새벽처럼 빗방울처럼, 선율이 번졌다.
오랜 기억의 풍경을 품은 그림들은
선율을 안은 채 긴 유랑을 마치고 돌아온 나그네처럼,그리움과 회한이 깃든 미소를 띠었다.
빛바랜 색채는 세월의 층위 속에서 무언의 언어로 말을 걸고, 그 속에서 수용의 감정이 층을 이루며 몽환적인 빛과 그림자를 드리웠다.
“바람은 스쳐가고, 남은 것은 빛의 그림자뿐…그러나 그 그림자 안에도 아직 따뜻한 온기가 있었다.”
그림들은 그렇게 유유히 음악과 함께
상실 이후에도 꺼지지 않는 내면의 온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슬픔이 스며 있었지만, 그것은 절망이 아니라, 삶을 다시 끌어안는 침묵의 시간…
시적 평화와 멈춤 속에 흐르는 깊은 생명감이었다.
오늘도 나는 음악속에서 신의 정원을 산책하듯 무대 위를 노닐었다.
3년 전보다 훨씬 성숙한 소리를 들려준 유럽연수팀의 무대는 반가웠고,
그 순간, 나 또한 제2의 사춘기를 잊게 해준 멋진 인생의 선율 속에 서 있었다.
“예술은 나이를 잊게 한다.
그리고 노래는, 옛 추억을 소환하며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
▲사진=미쉘 갤러리 공연 실황 무대 ⓒ강남 소비자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