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24 테마, 선택의 가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가 미래를 결정한다

[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24 테마, 선택의 가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가 미래를 결정한다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어느 동네에 작은 식당이 있었다.

주인은 모든 손님을 만족시키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다.

처음에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팔았다. 손님이 냉면을 찾자 냉면을 추가했고, 돈가스를 찾자 돈가스를 만들었다. 누군가 짜장면을 물으니 중식까지 시작했다.

그렇게 메뉴는 무려 일흔여덟 가지가 되었다.

어느 날 손님이 물었다.

“사장님, 여기서 제일 잘하는 음식이 뭡니까?”

주인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전부 다 잘합니다!”

손님은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그런데 사십 분이 지나도록 음식이 나오지 않았다.

주방에서는 돈가스를 튀기고, 냉면 육수를 준비하고, 짜장면 소스를 볶느라 정신이 없었다.

손님이 중얼거렸다.

“못하는 음식은 없다는데, 제시간에 나오는 음식도 없구먼.”

참으로 위대한 식당이었다.

메뉴판은 백과사전이 되었는데 식사는 기다림의 철학이 되었다.

모든 것을 잘하겠다는 욕심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까지 망치고 있었다.

이것이 선택의 역설이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할수록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회는 놓치면 안 되고, 좋은 제안은 모두 추진해야 하며, 발전하려면 끊임없이 일을 늘려야 한다고 믿는다.

어느 회의실에서도 그랬다.

“좋습니다. 그것도 합시다.”

“그것도 필요합니다.”

“그것까지 함께 추진합시다!”

회의는 대성공이었다. 반대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 날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할 일은 열 가지인데 사람은 세 명이고, 예산은 다섯 가지를 감당할 수 있는데 목표는 스무 가지였다.

모두가 바빴지만 완성되는 일은 드물었다.

회의실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는데 현실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해졌다.

열정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판단이 부족했던 것이다.

우리는 시작하는 용기는 칭찬하면서 시작하지 않을 용기는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선택에는 세 가지 질문이 필요하다.

정말 필요한 일인가.

지금 실행할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가.

이 일을 선택하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마지막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한 가지 일에 시간과 자원을 사용하면 다른 일에 사용할 기회는 줄어든다.

불필요한 사업에 역량을 쏟는 동안 정작 중요한 사업이 멈출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은 이미 투자한 돈과 시간에는 집착하면서 앞으로 잃을 기회에는 둔감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 와서 그만둘 수는 없잖아요.”

참으로 결연한 말이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었다면 계속 달리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돌아올 거리만 늘리는 일이다.

물론 중단에 따르는 비용과 계약상 책임, 앞으로의 성과와 위험은 따져야 한다.

하지만 과거의 투자가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미래의 손실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어제의 체면보다 내일의 가능성이 중요하다.

이 원칙은 시장에서도 같다.

새로운 상품을 만들자는 제안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기술도 있고, 제조업체도 있으며, 판매할 통로까지 있다면 당장 생산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는 아니다.

누구에게 필요한가. 실제 구매할 사람이 있는가. 품질과 원가는 적정한가. 소비자의 생활을 어떻게 개선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생산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KN541이 지향하는 소비생산 구조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소비자의 필요를 먼저 듣고, 실제 수요와 생산 가능성을 확인하여 필요한 것을 제대로 만드는 일이다.

사전예약구매 역시 생산 이전에는 충분히 검토하고, 소비자와 약속한 이후에는 그 조건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한다.

생산을 시작하지 않는 결정도 좋은 생산을 위한 능력이다.

여기서 지구사랑의 철학이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 상품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정말 새로 만들어야 하는가.

이미 가진 것을 오래 사용하거나 수리할 수는 없는가.

지구를 살리겠다며 새로운 상품을 열심히 팔려고 했는데, 어떤 소비자에게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참으로 곤란한 진실이다.

물론 오래 사용하는 것이 언제나 환경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생산과 사용, 폐기의 전 과정에서 실제 부담을 살펴야 한다.

핵심은 소비를 무조건 늘리거나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소비는 더 바르게 하고, 불필요한 생산과 낭비는 줄이는 데 있다.

지구사랑은 친환경 상품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의 경쟁이 아니다.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의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부탁을 받아들이면 소중한 사람과의 약속을 지킬 시간이 부족해진다. 모든 기회를 좇다 보면 정작 자신의 길을 잃는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다가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에는 불성실해질 수도 있다.

정당한 책임은 다하되 자신의 한계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평생의 동역자도 모든 제안에 찬성하는 사람이 아니다.

공동의 목적을 위해 지금 하지 않아야 할 일까지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다.

좋은 제안을 거절했다고 그 사람의 가치까지 거절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시간과 능력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성숙한 협력이다.

이제 처음의 식당으로 돌아가 보자.

주인은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메뉴를 줄였다.

일흔여덟 가지에서 열두 가지로.

처음에는 두려웠다.

손님이 떠나면 어떻게 하나.

찾는 음식이 없다고 불평하면 어떻게 하나.

그러나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음식과 손님들이 실제로 자주 찾는 음식을 중심으로 주방을 다시 정리했다.

재료 관리가 쉬워졌고 조리 과정은 안정되었으며, 한 그릇의 품질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모든 손님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약속한 음식만큼은 더 책임 있게 내놓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손님이 다시 물었다.

“사장님, 여기서 제일 잘하는 음식이 뭡니까?”

주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저희 된장찌개 한번 드셔 보십시오.”

잠시 후 따뜻한 된장찌개가 나왔다.

손님은 한 숟가락을 떠먹고 고개를 끄덕였다.

메뉴판은 가벼워졌고, 음식은 제맛을 찾았다.

메뉴판에서 지워진 음식들이 오히려 된장찌개의 맛을 되찾아 준 셈이다.

인생도 그렇다.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붙잡을 수 없다.

그러나 정말 소중한 가능성을 선택하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는 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능력의 문제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판단의 문제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는 미래에 대한 책임의 문제다.

선택의 가치.

그것은 많은 일을 포기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남겨진 일에 온전한 정성과 책임을 다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있다.

모든 길을 걷겠다는 사람은 출발점에서 오래 망설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길을 선택한 사람은 비로소 앞으로 나아간다.

우리가 내려놓은 것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다.

더 중요한 가능성을 위해 비워 둔 자리다.

때로 미래를 바꾸는 가장 위대한 결정은 무엇을 새로 시작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무엇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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