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클래식 탁계석 회장(문화평론가/음악비평가), 신간 시집 『자클린의 눈물』 저자 손영미 작가 인터뷰

K-클래식 탁계석 회장(문화평론가/음악비평가), 신간 시집 『자클린의 눈물』 저자 손영미 작가 인터뷰

▲사진=『자클린의 눈물』 저자 손영미 시인 & 극작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K 클래식 탁계석 회장 & 문화평론가 & 음악비평가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탁계석 칼럼니스트]

Q. 탁 :『자클린의 눈물』을 출간하셨는데, 몇 번째 시집인가요?

A. 손 : 첫 번째 시집입니다.

 

Q. 탁 : 이미 여러 권을 내신 줄 알았어요.

A. 손 : 아 네~
대학에서는 극작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소설과 드라마를 공부했습니다. 희곡과 소설을 쓰고, 칼럼과 음악 감상집을 집필하며 장르를 넘나들다 보니 , 많은 분들이 저를 전문 시인으로 알고 계시더군요.
시 공부는 10년 넘게 했지만, 정작 시집은 이제 첫 권을 냈습니다. 시, 등단도 2021년 이구요.

 

첫 시집의 구성에 대하여

Q. 탁 : 첫 시집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A. 손 :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어요.
1부는 <사랑의 비유법>사랑에 관한 시선
2부는  <네일아트 >창작과  예술가로 사는 고충 시선,
3부는 〈노래가 자살한다면〉팬데믹의 고립과 정서적 단절,
4부는 <고고학적인 하루>로 고향 어머니·삶과 사회에 대한 성찰로 구성했습니다.

 

시집을 만드는 과정

Q. 탁 : 첫 시집인 만큼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었겠네요.

A. 손 : 그렇죠. 코로나 시기에 사회 전체가 멈춰선 것처럼 보였던 그 시간에, 저는 오히려 200여 편의 시를 정리하고 다듬었습니다.
극작이나 소설을 쓰다가도 ‘시의 언어’로만 도달할 수 있는 문장이 오곤 했어요. 그때마다 메모하며 모아두었죠.

그 시기 작품을 여러 문예단체에 응모했더니 운 좋게도 3~4개의 상을 받았습니다.
대학원 시절부터 시 관련 수업을 들으며 제 나이 50이 되면 시 장르를 하나 더 뚫어보자 했는데 늦어졌다 싶었는데, 때마침 코로나로 시를 정리하고 다시  교수님들께 보여드리니 “소설보다 시에 더 큰 재능이 있다, 이제는 시를 더 해봐라”는 격려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간에 시를 묶어보니 제 마음에 드는 시는 40편 정도뿐이더군요. 더구나 문예지 수상작 투고 작  빼고나니 더 아쉽고요.
그래서 좀 더 숙성시키고,  정리하고 신작들을 엮어 2025가을 100여편을 만들어 다시 또 그중 출판사와 논의후, 50여편을 선정한 후에야 시집을 내게 되었지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힘

Q. 탁 : 극작,소설·시, 에세이 칼럼 장르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어떻게 가능했나요?

A. 손 : 저도 설명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시는 어느 순간 ‘받아지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신을 받는다고도 하잖아요. 저는 시가 제게 먼저 와서 말을 걸어온 경험이 있어요.

또 제 삶에도 큰 사건들이 있었죠.
여동생의 죽음, 어머니의 노환과 치매와 요양원에 입소후 지내신 날들… 특히 어머니가 요양원 입소후 점점 생명이 소멸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들이었습니다.
죽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가족이 죽어가는 시간을 지켜보는 일이더군요.
그 경계의 시간을 지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시선이 깊어졌습니다.
그 경험이 언어의 밀도로 스며들었고, 시는 그 무게를 받아낼 수 있는 형식이었어요.

문학과 음악의 미학적 공명

Q. 탁 : 문학뿐 아니라 음악과도 깊이 연결되어 계십니다. 그 상호 예술의 경험이 어떤 의미인가요?

A. 손 : 제가 글로 버티고, 음악으로 숨을 쉬었다고 해야 할까요.
특히 시집의 대표작  <자클린의 눈물〉은
프랑스 작곡가 오펜바흐가 영국의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를 기리며 작곡한 음악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열린 시학 등단작이기도 하는데요.

그녀의 병, 사랑, 배신, 존엄, 침묵 등…
그 음악 속으로 제가 걸어 들어가 그녀의 영혼과 함께 울게 됐어요.
문학이 구조와 사유의 예술이라면,
음악은 영혼의 호흡이죠.
두 예술은 제 안에서 늘 서로를 부축하며 성장합니다.

그래서 저는 늘 말합니다.
“예술가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라고
문학·음악·연극· 오페라 시등이 네 갈래는 결국 한 나무의 다른 가지라고 생각해요.소설도…

 

가곡 비평과 창작의 시너지

Q. 탁 : 오랫동안 ‘가곡 칼럼’을 연재하시며 성악가들과도 만나셨죠?

A. 손 : 네.  대학에서 극작을 전공하며 우리 소리 및 구전민요를  연구하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맞닿은 우리 가곡 시와 노래에 관심 많았어요. 그 가곡들이 변하여 아트팝으로 현대 가곡으로 이어지면서 멜로디가 다채로워지고 리듬도 빨라짐이 흥미로웠죠. 그래서 누군가는 홍보하고 전도하며 보급이 필요한거 같아 제가 적극 나섰지요. 성악도 10여년 동안 배우며 수련하면서요.
하여 작곡가·연주자·시인·애호가들을 만나며 배운 것이 많아요. 어떤 곡을 해설하기 위해 , 100번씩 듣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의 모티브가 자연스럽게 생겨나죠.
이 작업은 제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고,
문학과 음악을 잇는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시집 표지와 ‘존엄’의 미학

Q. 탁 : 시집 표지가 인상적입니다. 청동빛의 침묵과 시간의 냄새가 나요.

A. 손 : 대표작 〈자클린의 눈물〉의 시대적 배경이 19세기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을 담고 싶었습니다.

자클린은 병으로 뇌와 척수가 녹아가며
눈물이 고여도 떨어지지 않는 병을 앓았습니다.
사랑하던 이는 떠났고, 연주도 할 수 없었죠.

그럼에도 그녀는 과거의 아름다웠던 연주를 반복해 들으며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표지의 청동빛 얼굴은
고통과 사랑, 배신과 기억을 품고
마지막까지 ‘침묵의 존엄’을 지킨 성자의 모습처럼 느껴졌습니다.

 

음악과 시가 주는 치유

Q. 탁 : 고통과 병, 고독, 단절…. 음악과 문학은 이런 인간의 상태를 어떻게 위로한다고 보십니까?

A. 손 : 네 …제 시중 ‘노래가 자살한다면’ 에서도 거론 하였듯이
문학은 깊은 사유로  언어로 우리를 붙들고,
음악은 그 사유 가장 깊은 곳까지 직접적으로 스며들며 노래하게 합니다,

세상이 점점 폭력적이고, 정보는 넘치고,
인간은 기계처럼 피폐해져 가죠.

그럴 때 시는 마음의 구조를 세우고,우리의 노래는  음악은 영혼의 방을 환하게 밝혀줍니다.

시와 음악이 없는 세상은 철판 앞에 선 로봇의 세계와도 같아요.
예술이야말로 우리를 인간으로 남게 하는 힘입니다.
시를 읽지 않는 시대에

Q. 탁 : 지하철 스크린에 시가 붙어 있어도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A. 손 : 우리가 너무 빠른 편리함에 길들여졌기 때문입니다.
텍스트를 읽는 힘이 사라지고 있죠.
두 줄 이상이면 피로하고, 한 문단만 돼도 넘겨버립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편리함은 결국 싫증을  낳고,
인간은 다시 책의 방식, 사유의 방식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고전이 언제나 돌아오는 것처럼요.
시를 읽는 행위는 마음의 생태계를 가꾸는 작업이니까요.

자클린의 눈물은 ‘우리의 눈물’

Q. 탁 : 많은 이들이 겉으로는 울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울고 있습니다.
자클린의 눈물도 그런 눈물 아닐까요?

A. 손 : 맞습니다.
“눈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빛을 향한 시작이다.”라 봅니다.

눈물은 한 사람의 아픔을 씻어내는 의식이며,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는 다리입니다.
자클린의 눈물은 곧 당신의 눈물이고, 나의 눈물입니다.

 

마무리

Q. 탁 : 문학을 읽는 힘, 마음의 뿌리를 다시 세우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A. 손 : 감사합니다.

 

▲사진=손영미 시집, 『자클린의 눈물 』앞 표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손영미 시집, 『자클린의 눈물 』뒷 표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손영미 시집, 『자클린의 눈물 』판매처(출처 : 알라딘/인터넷)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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