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케스트라는 도시의 얼굴, 작품으로 글로벌 창을 열어야 –
고유성, 독창성 찾아 글로벌 도시의 경쟁력을
여수가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6 세계 섬 박람회다. 그러니까 1차 도약인 여수 엑스포에 이은 야심찬 도시 비상(飛翔) 프로젝트다. 아름다운 바다 도시를 더욱 매력적으로 가꿔가려면 새로운 설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섬 박람회의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야흐로 한국의 여수가 아니라 나폴리나 베네치아의 도시처럼 글로벌 시티로 가는 길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고유성의 문화를 표출하는 것이다. 달라진 세상, 이런 메뉴로 내놓을 수 있는 K 콘텐츠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없는 그 하나 때문에 매력을 뿜어내는 것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은 근대화, 현대화가 그랬듯이 서구 것들을 수용하고 베끼기를 통해 급성장 해왔다. 이제는 아니다. 더 이상 모방할 것도 별로 없다. 독창성과 고유성이 아니면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 K 팝. BTS , K 드라마, K 컬처에 어울리는 우리 식 메뉴를 내놓아야 한다. 이 같은 인식의 개선과 발화가 지금부터 여수가 해야할 변화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필자의 전공 분야인 클래식 영역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 전체가 독일이나 비엔나 공연장과 거의 다를 바가 없다. 매일 저녁 동일한 레퍼토리 구조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정서가 다르고 역사, 문화가 다르지 않는가. 글로벌 시대에 남의 것만 해서 외국 문화 출장소나 중앙 문화의 대리점 역할만 한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각종 SNS와 글로벌 창이 활짝 열려 있는데도 말이다.
작품으로 세계에 알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
지역의 도시 이름을 내걸고 있는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지다. 지역 단체들 마다 하는 것이 똑같다.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는 표준화된 상품과 다를 바 없다. 그보다는 지역에 가면 토속의 맛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음악이나 예술도 그 맛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여수를 찾은 관광객이 극장을 찾는 기회가 된다. 나아가 대중 한류에 이어 우리 K 클래식을 수출해야 한다.
최소 30억원에서 100억이 넘게 소요되는 오케스트라 운영비를 들이면서도 서양 레퍼토리만 내 놓을 뿐 우리 것이 없는 상황을 극복하는데 여수가 앞장 서면 좋겠다. 일전에 만난 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는 민간단체이면서도 청중의 뜨거운 호응을 받는 자생력 단체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율성이 확보된 이런 단체가 작품 개발에 앞장서서 여수를 세계에 알린다면, 예산의 95%가 인건비에 충당되는 붙박이형 공공오케스트라 보다 훨씬 효율성이 높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 분명하다.
굳이 세익스피어 작품이 인도와 바꾸지 않는 다는 고전을 말하지 않더라도 한 작품의 힘이 위대함을 믿는 여수 마인드가 필요하다. 베르디의 오페라 작품 하나만 해도 그 힘이 국왕의 영광보다 더 멀리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글로벌 아츠시티로 가려면 안목과 관점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청중이 높은 안목을 소유함으로써 양의 시대에서 질의 시대, 과시와 소유 만능 시대에서 가치와 기부를 통해 삶의 보람을 느끼는 시대로의 변환 키워드를 지역 사회가 읽고 실행에 옮겼으면 한다.
높은 수준의 관객은 그 자체가 어마한 힘
높은 수준의 문화는 갈등과 차별을 녹일 뿐만 아니라 강대국 6위에 든 대한민국의 속살을 채우는 디테일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중심에 오케스트라가 도시의 상징이고 대표성을 갖는 것이 선진국 문화가 해 온 작업들이다. 이제 우리 오케스트라도 서양의 모방이 아니라 지역의 실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할 때이고 여수는 이를 실현하기 매우 좋은 조건들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 K클래식의 관점이다.
설상가상, AI와의 경쟁력과 차별화가 화두가 된 시점이다. 여수 섬 박람회가 지구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 여수의 도약이 미래 발전에 전기가 되기 위해서도 콘텐츠 개발이 관건이 되어야 한다. 여수 밤바다를 넘어 글로벌 시티로 가는 여수 브랜드화에 우리 모두의 아이디어와 응집된 힘이 만나면 좋겠다. 더 많은 예술가들을 포용하고 참여하게 해서 ‘여수 섬 박람회’를 작품화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