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원어민 강사들의 노동조합 설립 사례 – 최초 순수 외국인 노조

[정봉수 칼럼] 원어민 강사들의 노동조합 설립 사례 – 최초 순수 외국인 노조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2023년 현재, 외국어교육 취업비자(E-2)를 발급받아 한국에서 거주하고 원어민 강사가 1만5000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근로조건 개선은 집단적 노동조합 활동이 아니고선 기대하기 어렵다. 본 노무사는 10여년 전에 순수 외국인 만의 노동조합을 설립하는데 도움을 준 적이 있다. 원어민 강사들의 노동조합 설립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어민 강사의 노동조합 설립은 원어민 강사들이 자주적으로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사용자의 부당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노동법상 합법적인 단체가 조직되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원어민 강사들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로조건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왔으나, 적지 않은 원어민 강사들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계약변경이나 계약 불이행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1개월 만에 해고하는 일, 퇴직 후 마지막 달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 사용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계약기간 중간에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는 일, 연장근로에 대한 추가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일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노동조합 설립은 상기와 같은 학원 사업주들의 부당행위에 대응하여 원어민 강사들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도모하는데 있어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 믿는다.

 

<노동조합 설립 경위>

 

1. 근로시간 분쟁

2009년 9월 초, 인천소재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 5명이 노무법인을 찾아와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하였다는 진정사건을 위임하였다. 강사들은 근로계약서에 따른 소정근로시간은 주30시간으로, 일일 6시간을 근무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1일 8시간씩 1주 40시간씩 근무시킴에 따라 1일 2시간씩의 연장근로시간이 발생하였다. 근로계약서에는 “주 당 30시간 또는 월 단위 총 수업시간 120시간을 근무해야 한다. 만약 근로자가 시간외 근무에 동의 하였을 때는 사용자는 시간 당 15,000원을 지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9월 1일 사업주와의 전체회의에서, 한 여성 외국인강사가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 미지급 문제를 제기하자, 강사의 태도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해고예고통지를 하였다. 이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 강사들은 노무법인을 찾아와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사건을 위임하면서, 집단적으로 근로계약서에 없는 연장근로를 거부하기 시작하였다.

이 진정사건에 대해 담당 근로감독관은 노사 당사자를 불러 대질 조사를 실사하였다. 사용자는 실제 수업진행시간은 6시간이고, 수업준비시간이기 때문에 근로시간에 포함하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학원 강사들은 회사에 의무적으로 출근해야 하고, 이를 어겼을 때, 징계조치 등 불이익을 받는 시간이기 때문에 수업대기도 근로시간이라 주장하였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이 6시간 외에 별도의 규정이 없고, 강사들이 의무적으로 2시간씩 학원에 대기해야 하였기 때문에 이는 근로시간이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중간에 저녁 식사 등을 위한 시간을 학원 강사들이 임의적으로 가졌기 때문에 근로자가 청구한 미지급된 연장근로수당은 50%만 인정하는 선에서 사용자에게 임금지급지시 명령을 내리게 되어 이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사건은 종결되었다.

 

2.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 및 노동조합 설립

사용자는 9월 1일 최초 연장근로수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였던 외국인 강사에 해고예고통지를 하였다. 그러나 본 노무사가 연장근로미지급에 대한 노동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하자, 해고예고통지를 취소하였다. 사용자는 연장근로수당 지급에 대한 사건이 종결이 되자, 이 문제를 제기한 강사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즉시 해고통지를 하였다. 같이 진정을 제기하였던 강사들은 사용자가 보복성 징계조치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11월 12일 노무법인을 찾아와 노동조합 설립을 요청하였다.

이에 본 노무사는 외국인 강사 5명에 대해 노동조합의 목적, 설립방법, 운영방법에 대해 교육을 한 후, 노동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개최, 규약작성 및 설립신고서 작성을 도와주었다. 특히, 설립신고 신청에 필요한, 설립신고서, 규약, 총회 회의록은 모두 국문과 영문으로 작성하여, 조합원 스스로 민주적이고 자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또한 현 노동조합의 관할구역인 인천시 관할 구청 노동조합 담당공무원에게도 노동조합 설립서 처리가 가능하도록 자료를 만들어 제공하였다. 관할 구청 노동조합 담당공무원은 노동조합설립신청서를 접수한 후, 지역 노동사무소로 문의, 노조설립과 관련된 결격사유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2009. 11. 24. 설립신고증을 발급하여 교부하였다.

 

<노동조합의 설립절차>

 

노동조합설립은 노동조합 설립신고서를 작성한 후, 규약을 첨부하여, 관할 행정관청에 제출하고, 행정관청은 결격사유가 없는 한 설립신고증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노동조합을 설립하고자 하는 자는 총회를 개최하여 규약제정과 임원을 선출하여야 한다. 행정관청은 규약제정과 임원선출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자료로 총회의 회의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의록은 노동조합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성되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하여 활용된다.

 

[정봉수 칼럼] 원어민 강사들의 노동조합 설립 사례 – 최초 순수 외국인 노조
▲사진=(인터넷) Nate 뉴스 “초등 원어민 교사 연봉 4,200만원선” 2019. 2. 26.자, 2023. 7. 22. 구글 검색 : ‘원어민 노동조합’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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