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전문외국인력(E-1~E-7)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고용허가제 형태로 관리되고 있지만 고용상 구직비자(D-10) 등을 통해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E-9)는 고용허가제의 단기순환제와 정주금지원칙에 따라 엄격히 관리되면서 인권적 침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동포근로자의 경우에는 방문취업비자를 가진 중국과 구 소련지역 동포근로자(H-2)와 선진국 출신의 재외동포(F-4)로 구분된다. 방문취업 동포(H-2)는 5년 체류기간 한도로 노동허가제로 관리되어 자유로운 취업활동이 가능하고, 재외동포(F-4)는 체류기간에 제한 없이 계속 체류하며 취업할 수 있다.
현재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와 전문외국인력은 고용허가제를 사용하고, 고용허가제를 노동허가제를 사용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와 고용계약을 전제로 체류할 수 있기 때문에 체류상 신분이 불안하고, 인권 침해가 많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노동허가제는 노동허가기간 동안 해당업종에 자유롭게 취업하고 직장을 이동할 수 있다. 2004년 8월부터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이하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허가제로 공급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중소제조업의 3D업종, 농축산 및 어업, 건설업 등의 인력부족을 외국인근로자로 대체하면서 상당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편의 위주로 고용허가제를 활용하고 발전시키면서,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에 대한 보호가 극히 미흡한 상태이다. 특히 미등록 외국인근로자가 대부분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용허가제에 대한 보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고용허가제>
우리나라가 외국인근로자를 도입하게 된 것은 1993년 11월 산업연수생제도를 도입하면서부터다. 산업연수생제도하에서 정부는 외국인근로자를 근로자가 아닌 연수생 신분으로 파악하여 근로기준법의 일부 조항만 적용하였고, 외국인근로자의 관리를 노동관청이 아닌 민간업체에 맡김으로써 송출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였다. 특히 연수생의 80%가 체류기간 만료 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불법체류 함으로써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강제근로와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었다.
고용허가제는 2003. 8. 16.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국인고용법”)이 제정되어, 2004. 8. 17. 시행되었고, 산업연수생제도는 고용허가제와 병행하여 실시되다가 2007. 1. 1. 폐지되었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상당수의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를 양성화하여 제도권 내로 끌어들였고, 외국인의 송출과정을 국가가 직접 관리함으로써 송출비리를 차단하였으며, 불법체류를 상당히 줄이는데 성공하였다. 무엇보다 외국인근로자를 노동법으로 관리함으로써 외국인근로자의 처우를 많이 개선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고용법의 입법목적은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의 인권은 구체적 보호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장기간 거주하는 외국인근로자는 거주자이자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과 가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외국인근로자의 종속성만 강화되었지, 실질적으로 장기 거주자 임에도 불구하고 직업선택의 자유, 가족결합의 자유, 균등처우, 노동법적 권리구제, 사회보험 등에 있어 제한을 받고 있어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실태>
1. 근로계약 구속기간이 연장되었다.
제정 당시 외국인고용법 제9조 제3항에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라고 규정되어 있었으나, 2009. 10. 9. 법률을 개정하면서 근로계약 기간이 3년으로 확대되었다. 즉 사업주가 3년의 계약기간을 설정하면서 외국인근로자가 3년간 특정 사업장에 구속되게 되었다.
2.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
외국인고용법은 외국인근로자가 근로계약 종결이나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경우 타 사업장으로 이전할 수 없다. 직접적인 구속으로 ① 사업장 변경 사유, ② 횟수, ③ 업종과 ④ 근무처 변경허가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간접적인 구속으로는 사업장 변경을 하지 않은 경우 장기체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외국인근로자가 5년 동안 타 사업장으로 이동 없이 계속 근무하는 경우에는 외국인근로자가 최대 4년 10개월을 추가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성실근로자 재입국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① 사업장 변경 사유제한: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1항에서 첫째,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둘째, 휴업, 폐업, 고용허가의 취소, 고용의 제한,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한 경우에 한하여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② 횟수제한: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4항에 의하면 외국인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은 3년간 3회를 초과할 수 없으며, 연장된 2년 기간 중에는 2회를 초과할 수 없다.
③ 업종제한: 현행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의하여 입국한 일반 외국인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업종간 이동은 제한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외국인구직자가 부족한 농축산 및 어업, 건설업의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하여 당초 제조업에 취업한 외국인근로자가 농축산 및 어업, 건설업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동이 가능하다.
④ 근무처 변경허가 기간 제한: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3항에서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종료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하지 아니한 외국인근로자는 출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 사업장 선택을 제한한다.
외국인고용법 제정 당시에는 외국인근로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경우 고용센터에서 구인 사업주 명단을 제공하여 외국인근로자가 원하는 사업장을 선택하였으나, 2012. 8. 「외국인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지침」으로 인해 고용센터에서 제공된 복수의 지정 사업장 중에서만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외국인근로자의 사업장 선택권이 제한 받게 되었다. 구직신청을 하고 고용센터에서 제공한 사업장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체류가 가능한 3개월의 구직기간을 초과해서 출국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장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선택하게 된다(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3항).
4. 퇴직금을 출국만기 보험으로 대체한다.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의 불법체류를 예방하고자 사업주는 퇴직금에 갈음하여 매월 통상임금의 8.3%를 외부의 금융기관에 예치하여야 하고, 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을 이동하더라도 퇴직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출국할 경우에 한해 공항의 출국장에서 퇴직금을 수령할 수 있다(외국인고용법 제13조). 이는 근로기준법 제36조(금품청산)에 의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예외를 둔 것으로 외국인고용법의 특례라고 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헌법 재판소는 불법체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인정하여 합헌으로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6. 3. 31. 선고 2014헌마367 결정).
<인권보호에 대한 개선제안>
1.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
고용허가제는 중소기업의 부족한 노동력을 외국인근로자로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외국인근로자 고용제도이다. 철저히 외국인근로자를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의 권리는 제한된다. 그러나 외국인근로자가 장기간 체류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선택권이 박탈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근로자가 외국인고용법 제25조 제4항은 사업장이동을 원칙적으로 3회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외국인의 근로권,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였다고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외국인도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지고, 현행 규정은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전면 제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하였다(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07헌마1083, 2009헌마230). 이에 대한 반대의견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이 정한 절차에 따라 고용허가를 받고 적법하게 입국하여 상당한 기간 동안 대한민국 내에서 거주하며 일정한 생활관계를 형성, 유지하며 살아오고 있는 중이라면, 적어도 그가 대한민국에 적법하게 체류하는 기간 동안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으며 그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관계를 계속할 수 있는 수단을 선택할 자유를 보장해 줄 필요가 있으므로, 청구인들에게 직장 선택의 자유가 인정되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률유보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들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한편, 사업장변경과 관련하여 UN의 “외국인근로자 권리협약” 제52조 제3항에서는 취업 후 2년이 경과하면 직장선택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 미등록 외국인근로자 합법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등록 외국인근로자가 20만명 이상 체류하고 있으며, 이는 대부분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가 체류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출국하지 않아서 발생한 경우이다. 미등록 외국인근로자는 임금체불, 산업재해, 사회보험 비적용 등의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 사실상 시장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체류가 가능하고, 취약한 중소기업 사업장이나 건설공사, 농어촌 지역에서 근로를 제공하면서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 이상을 불법체류자로 살아오면서 각종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 이들의 양성화 조치를 통한 인권 차원의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3. 노동관계법, 사회보장법 적용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가 해고된 경우 구직신청을 하고 타 사업장으로 이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고용해지 신고를 고용센터에 한 경우, 구직신청 없이 고용 해지 후 1개월을 초과하여 출국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경우 외국인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도 사업주가 고용센터에 고용 해지를 신고하는 것을 행정상의 의무로 보고 해고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여부는 의무사항이 아니므로 사실상 가입이 배제된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장으로 이직을 위한 구직기간 중에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생계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 산재보험의 경우에도 농어촌 5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에는 산재보험 가입대상이 되지 않으며, 사업주의 재해보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대한 제한이 따른다.
4. 실질적인 차별금지 실효성 보장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 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조의 차별대우의 금지, 외국인고용법 제22조의 차별금지 규정에 따라 국적과 인종에 따른 차별이 금지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관리법의 체류자격에 의한 차별,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에 따른 차별, 한국어 활용정도에 의한 차별 등이 정당한 차별로 인정되기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이 차별로부터 구제받는 것이 쉽지 않다. 차별대우를 시정하기 위해 외국인과 내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단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의 원칙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5. 가족 동반 허용
외국인근로자가 5년간 체류한 후 추가적으로 ‘성실근로자 재입국제도’를 이용하여 추가적으로 더 근무하는 경우에도 가족 동반이 허용되지 않는다. 외국인도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있으므로 5년 이상 장기 체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가족결합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외국인근로자를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외국인근로자를 국내 근로자와 동일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이것이 노동법의 기본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외국인근로자를 임금이나 근로조건에 있어 균등한 대우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최의팔의 글을 인용하면서 외국인의 근로자에 대한 인권적 대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1970년대에 독일에 광부와 간호원을 파견할 때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시 한국과 독일은 엄청난 임금격차가 있었다. 그런데도 독일에서는 국가 대 국가 간의 쌍무협정으로 우리나라 노동자와 독일 노동자 간의 근로조건의 차이가 없게 정식 노동자로 도입하였다. 물론 생산성에 의한 차이가 있을 것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들은 독일 정부의 예산으로 2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후 현장에 우리나라 노동자를 투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