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의 클래식 음악산책] 뇌파가 닿지 못하는 곳에 음악이 산다

[손영미의 클래식 음악산책] 뇌파가 닿지 못하는 곳에 음악이 산다

– 기술은 음악의 신비를 지우는가, 더 깊이 데려가는가 – 뉴로 콘서트 《브람스와 함께하는 당신의 뇌》가 던진 질문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음악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건반을 누르는 손끝인가, 선율을 기억하는 뇌인가. 혹은 그 모든 것을 지나 한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설명할 수 없는 떨림인가. 지난 10월 17일, 콜롬비아 보고타 국립대학교 레온 데 그레이프 강당에서는 이 오래된 질문을 과학의 언어로 풀어 보려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되었다. 《Tu cerebro con Brahms》. 우리말로 옮기면 ‘브람스와 함께하는 당신의 뇌’쯤 되는 뉴로 콘서트다. 피아니스트이자 신경과학 연구자인 메이 루이가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하고, 엘리자베스 베르가라가 지휘봉을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두 연주자의 뇌파와 심장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대형 화면에 시각화한다는 것이다. 관객은 브람스의 선율을 들으면서 동시에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신경생리학적 움직임을 바라보게 된다. 한 세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음악이 귀로 듣는 예술을 넘어 눈으로 관찰하는 신경과학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묘한 질문이 생긴다. 인간의 감동을 수치로 읽어 내는 순간, 음악은 더 깊어지는가, 아니면 신비를 잃는가.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눈물 나는 선율 위에 숫자와 그래프를 덧씌우는 일은 달빛을 저울에 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우리는 별이 어떻게 탄생하고 소멸하는지 안다. 빛이 수억 년의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도달한다는 사실도 안다. 그렇다고 가을밤 별을 바라보는 경이로움이 사라지는가. 오히려 아는 만큼 우주는 더 깊어진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뇌파가 드러낸 것은 음악의 비밀이 아니라, 음악 앞에 선 인간의 또 다른 얼굴이다. 우리가 무대에서 마주하는 거장의 연주는 때로 초월적인 경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완벽해 보이는 선율 뒤에도 긴장하는 신경과 뛰는 심장, 수없이 단련된 근육과 기억이 있다. 천상의 소리라 믿었던 음악이 실은 지극히 인간적인 육체에서 태어난다는 사실. 그것은 신비의 훼손이 아니라 오히려 경이로운 발견이다. 사랑 하지만 과학이 보여 주는 것과 예술이 남기는 것은 결코 같지 않다. 뇌파는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고, 심전도는 심장의 움직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어떤 선율이 한 사람에게는 잊힌 사랑을 불러오고, 다른 사람에게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유까지 온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