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26 테마, 수선의 가치, 고칠 수 있는 것을 버리는 문명은 부자인가

[정차조 칼럼] 출판 책 중심 테마 100선_제26 테마, 수선의 가치, 고칠 수 있는 것을 버리는 문명은 부자인가

▲사진=정차조 (주)KN541회장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차조 칼럼니스트]

어느 날 한 여성이 오래된 가방을 들고 수선집을 찾았다.

가죽은 여전히 튼튼했고, 손잡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다만 지퍼가 고장 나 입구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수선집 주인이 가방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지퍼만 교체하면 되겠네요.”

여성이 물었다.

“고쳐 쓰는 게 나을까요, 새로 사는 게 나을까요?”

주인은 웃으며 되물었다.

“가방이 고장 난 겁니까, 지퍼가 고장 난 겁니까?”

여성은 잠시 말을 잃었다.

고장 난 것은 지퍼 하나인데 가방 전체에 사망선고를 내리려 했던 것이다.

참으로 결단력 있는 문명이다.

지퍼가 퇴직한다고 가방까지 명예퇴직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결정을 너무 쉽게 내린다.

작은 부품이 고장 나면 제품을 교체하고, 조금 불편해지면 새 상품을 검색한다. 수리 방법을 알아보기도 전에 배송 날짜부터 확인한다.

새것을 주문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하지만 고장 난 부품을 구하는 데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우리는 물건을 만드는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시켰지만, 만들어진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길은 오히려 좁혀 놓은 것은 아닐까.

이것이 수선의 역설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을 발전이라고 부른다.

더 많은 기능, 더 빠른 생산, 더 아름다운 디자인에 감탄한다.

반면 이미 가진 것을 고쳐 사용하는 일은 낡은 생활방식처럼 여길 때가 있다.

새 상품을 사면 경제가 움직이고, 낡은 물건을 고치면 단순히 절약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선에도 기술과 노동이 필요하다. 부품이 거래되고 서비스가 제공되며, 사라질 뻔한 사용가치가 회복된다.

수선은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지 않고도 기존 상품의 사용가치를 되살리는 경제활동이다.

생산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무엇을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에 집중했다.

그러나 상품이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 뒤에는 관심이 줄어들기 쉬웠다. 판매가 끝나면 생산의 임무도 끝난 것처럼 여긴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생활에서는 그때부터 상품의 진짜 시험이 시작된다.

약속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가.

오랫동안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가.

고장 나면 합리적인 비용으로 수리할 수 있는가.

좋은 상품은 계산대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사용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앞선 가격의 역설에서 우리는 싼 물건이 삶을 비싸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구매가격이 낮아도 작은 고장 때문에 제품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면 과연 경제적인가.

반대로 오래 사용하고 필요한 부분을 고칠 수 있다면 처음의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가격표에는 구매하는 순간의 숫자가 적혀 있지만, 상품의 가치는 사용하는 동안 드러난다.

그런데 여기서 불편한 현실을 만난다.

소비자가 고쳐 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품이 있다는 것이다.

부품은 구하기 어렵고, 수리점은 멀며, 수리비가 새 상품 가격에 가까울 때도 있다. 심지어 제품을 분해하기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소비자에게 왜 오래 사용하지 않느냐고 꾸짖는다면 참으로 편리한 책임 전가다.

문은 잠가 놓고 왜 들어오지 않느냐고 묻는 셈이다.

수선이 가능한 시장을 만들려면 생산의 설계부터 달라져야 한다.

고장이 잦은 부분을 개선하고, 필요한 경우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며, 수리에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수선하는 기술자의 노동에도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야 한다.

물론 모든 물건을 무조건 고칠 필요는 없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수리비가 지나치게 높다면 교체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낡은 물건에 집착하는 일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가치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여기서 앞선 테마들의 철학이 하나로 이어진다.

실패의 가치는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고 고치는 능력이었고, 선택의 가치는 불필요한 일을 시작하지 않는 판단이었다. 숫자의 역설은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가보다 실제로 무엇이 남았는지를 물었다.

수선은 이 질문들을 상품의 일생으로 확장한다.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것은 줄이고, 고장 난 부분은 바로잡으며, 이미 만들어진 상품이 오래 가치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생산소비 구조를 소비생산 구조로 전환하는 철학이 더 깊어져야 할 방향이다.

KN541이 지향하는 소비생산은 생산 이전에 사람의 필요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사용한 사람의 경험이 다시 생산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가령 KN541 샵에서 판매한 텀블러의 뚜껑이 반복해서 고장 난다고 생각해 보자.

기존의 판매 중심 사고라면 새 텀블러를 권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데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생산의 관점에서는 질문이 달라진다.

“텀블러 전체가 문제입니까, 뚜껑만 문제입니까?”

뚜껑 하나가 고장 났다고 멀쩡한 몸통까지 은퇴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때 KN541이 발전시켜야 할 것은 소비자의 사용 경험이 다음 생산으로 이어지는 연결 구조다.

가치가게와 KN541 샵을 통해 접수된 불편을 구매 이력과 연결하고, 고장 유형과 반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제조사와 원인을 검토하고,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면 합리적인 공급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반복되는 문제가 제품 설계에 있다면 차기 PB상품의 사양을 개선하고, 새로운 부품 생산이 필요하다면 사전예약구매를 통해 실제 수요를 확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것은 현재 모든 기능이 구현되었다는 뜻이 아니라 KN541이 구축하고 발전시켜야 할 소비생산의 순환 구조다.

물론 안전이나 품질에 결함이 확인되었다면 소비자에게 필요한 안내와 피해구제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험과 제안은 사실을 확인하여 기록하고, 정책상 기준이 충족되는 경우 참여가치 환원과 연결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불만 제기에 보상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경험이 어떤 개선을 가능하게 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상품을 사고 떠나는 손님에 머물지 않는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실제 경험을 통해 품질을 개선하고, 소비자는 자신의 생활이 다음 생산의 판단에 반영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수선은 생산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다음 생산으로 보내는 답장이다.

이것이 소비생산 구조가 판매 중심 유통을 넘어설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좋은 시장은 물건을 얼마나 자주 다시 사게 만드는가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한 번 만든 상품을 얼마나 오래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가도 살핀다.

내구성과 수선 가능성, 정직한 사후관리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생산자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신뢰를 얻고, 소비자는 불필요한 반복 구매를 줄일 기회를 갖는다.

이러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시장의 발전은 판매량의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생활에 남겨진 가치까지 발전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사랑도 바로 이곳에서 현실적인 의미를 얻는다.

우리는 환경을 위해 새로운 친환경 상품을 구매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버리고 새것을 사는 일이 언제나 환경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새 상품을 생산하고 운송하며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는 자원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수리를 통해 사용기간을 늘리면 그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실제 효과는 제품의 특성과 수리비용, 사용조건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초록색 상품을 얼마나 많이 판매했는가가 아니다.

이미 사용한 자원으로 얼마나 오래 필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다.

우리는 쓰레기를 잘 분리하는 사람을 칭찬한다.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고쳐 쓸 수 있는 물건까지 버리면서 분리배출만 열심히 한다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는데 바닥에 흐른 물만 부지런히 닦는 것과 비슷하다.

닦는 일도 중요하지만 수도꼭지부터 살펴야 한다.

지구사랑은 버린 뒤에 무엇을 할 것인가만 묻는 일이 아니다.

버리기 전에 무엇을 살릴 수 있는지 묻는 일이다.

시장의 구조를 바꾸어 지구사랑을 실천한다는 철학도 이러한 질문을 생산과 소비의 전 과정으로 확장하는 데서 구체적인 의미를 얻는다.

여기에는 경제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네의 작은 수선집에는 찢어진 옷과 낡은 신발, 아이가 아끼는 인형이 들어온다.

그 물건에는 가격표에 적히지 않은 시간이 남아 있다.

함께 여행했던 기억, 오래 익숙해진 손길, 쉽게 버릴 수 없는 사연들이다.

수선사는 단순히 천과 가죽과 부품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누군가의 생활에 남아 있는 가치를 다시 이어 주는 사람이다.

우리는 새로운 상품의 출시에는 박수를 보내면서 오래된 물건 하나를 되살리는 손길에는 무심할 때가 많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력만큼 이미 만들어진 것을 돌보는 능력도 문명에는 필요하다.

생산할 줄만 알고 유지할 줄 모른다면 우리는 끝없이 만들고 버리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이제 처음의 가방 수선집으로 돌아가 보자.

주인은 낡은 지퍼를 떼어 내고 새 지퍼를 달았다.

가방은 다시 부드럽게 열리고 닫혔다.

가죽에는 세월의 주름이 남아 있었고, 손잡이에는 오랜 사용의 흔적이 있었다.

새것이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이 말했다.

“새 가방을 사려고 했는데, 아직 더 쓸 수 있겠네요.”

주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가방이 끝난 게 아니라 지퍼의 수명이 끝났던 거죠.”

참으로 깊은 말이다.

수선의 가치는 낡은 물건을 무조건 지키는 데 있지 않다.

아직 남아 있는 가치를 발견하고, 필요한 부분을 고쳐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데 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은 문명의 힘이다.

그러나 이미 만들어진 것을 오래 가치 있게 사용하는 능력은 문명의 지혜다.

고장 난 것은 지퍼 하나였다.

그런데 우리는 가방 전체를 버릴 생각부터 했다.

어쩌면 문명이 먼저 고쳐야 할 것은 가방이 아니라, 가치를 바라보는 우리의 오래된 습관인지도 모른다.

ESM소비자평가단

기사 소비자평가

기사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관점의 점수와 후기를 기록합니다. 평가는 점수의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실제 소비자 의견으로 기록됩니다.

Web3 지갑·리워드
펼쳐보기

지갑 연결은 기사 평가의 주 콘텐츠가 아니라 Web3 리워드·인증을 위한 선택형 지원도구입니다. 필요할 때만 아래 안내를 펼쳐 확인하세요.

지갑을 연결하면 평가·출석·리워드 기록과 BNB Smart Chain의 ESMX 자산을 하나의 검증된 주소로 연결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갑을 연결하면 무엇이 좋아지나요?
  • 내 활동을 한 주소로 연결 — 소비자평가·출석·리워드·인증 이력을 검증된 지갑과 연결할 수 있습니다.
  • ESMX 수령 준비 — 검증된 BNB Smart Chain 주소를 ESMX 에어드랍·보상 수령 주소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지급 여부와 수량은 각 캠페인·지급정책에 따릅니다.
  • 내 자산을 바로 확인 — ESMP 활동 포인트와 실제 BNB Smart Chain의 BNB·ESMX 온체인 잔액을 서로 구분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안전 범위ESM은 개인키·시드문구를 요구하거나 저장하지 않습니다. 지갑 연결과 소유권 확인 서명은 공개 주소의 소유자임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이며, 그 서명만으로 송금·결제·토큰 전송·토큰 사용승인이 실행되지 않습니다. 실제 온체인 거래가 필요한 경우에는 지갑 앱에서 별도의 거래 승인 화면이 표시됩니다. 모바일에서 MetaMask를 선택하면 외부 app.link로 페이지를 이탈하지 않고 WalletConnect 방식으로 연결을 진행합니다.
ESMP와 ESMX는 다릅니다.ESMP는 ESM 사이트 안에서 출석·평가·지갑인증 등 활동으로 쌓이는 포인트 원장입니다. ESMX는 BNB Smart Chain에 존재하는 블록체인 토큰입니다. ESMP 숫자가 자동으로 같은 수량의 ESMX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갑 자동연결추천

MetaMask · WalletConnect · TokenPocket · Trust Wallet · imToken 중 원하는 지갑을 바로 연결합니다.

지갑 수동연결주소 직접 입력

지갑 앱 연결이 어렵다면 공개 지갑주소를 직접 입력할 수 있습니다.

수동 입력은 공개 주소 입력이며 회원계정 지갑 소유권 인증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어떤 지갑을 선택해야 하나요?
MetaMaskPC에서는 MetaMask 확장 지갑으로 직접 연결합니다. 모바일에서는 현재 페이지를 유지한 채 WalletConnect 방식으로 MetaMask 연결을 진행합니다.
WalletConnectQR·모바일 연결용 표준 방식입니다. 여러 지원 지갑 앱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TokenPocketTokenPocket 앱 또는 지원 브라우저에서 연결할 때 선택합니다.
Trust WalletTrust Wallet 앱의 Web3 연결을 사용할 때 선택합니다.
imTokenimToken 앱의 Web3 연결을 사용할 때 선택합니다.
비회원 연결은 공개 지갑주소와 브라우저 중심 참여기록을 연결하는 단계입니다. 회원가입 후 같은 지갑을 소유권 확인하면 과거 평가 이력을 마이페이지로 승계할 수 있습니다.
현재 브라우저의 지갑 연결 정보를 지우고 다른 지갑을 다시 선택합니다.
현재 평균평가 전
참여 수0명
참여 리워드회원·지갑별 가중치
① 점수 선택 → ② 소비자 의견 작성 → ③ 평가 제출 및 마이페이지 확인
선택한 점수: 0점
최근 후기
아직 등록된 후기 평가가 없습니다. 첫 번째 후기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