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소음성 난청을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와 판정 기준

[정봉수 칼럼] 소음성 난청을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와 판정 기준

[강남구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필자는 최근 공무원의 불승인된 소음성 난청사건을 맡아서 심사청구에서 공무상 재해로 승인을 받아냈다. 소음성 난청은 공무상 재해(산재)로 잘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업무상 인정요건이 까다롭기도 하고, 영구적으로 난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고음의 작업장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서 3년 이상 노출되어야 하고, 그 청력손실이 좌우측 각각 40데시벨(dB) 이상이 나와야 한다. 이러한 난청의 결과는 사업장에서 근무 후 곧바로 증상이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 10년에서 20년 정도의 기간이 흐른 뒤에 발생되기 때문에 고령으로 인한 난청으로 인정되어 산재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박남춘 의원의 2017년 국정감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의 직업병 1위인 소음성 난청에 대해 공무원연금공단은 직업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간 (2007~2017.6) 소음성 난청으로 공무상 요양을 신청한 소방공무원 9명 중, 승인을 받은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승인을 받은 2명도 2008년 훈련에 사용할 폭음탄을 정비하던 중 폭음탄 4발이 동시에 터져 구급차로 이송됐고, 그 후유증으로 소음성 난청을 진단받았다. 반면, 구급, 구조, 화재 등 현장에서 소방활동을 하면서 사이렌소리, 소방장비 기계음 등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온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는 소음성 난청에 대해 공상이 단 한차례도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최근에는 소방공무원의 소음성 난청을 산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완화된 소음성 난청에 대한 산재인정기준에 덕분에, 공무원연금공단의 불승인 결정을 공무원재해보상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통해서 불승인 처분을 취소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와 관련된 재심사건에 대한 주요쟁점과 소음성 난청 산재인정기준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한다.

 

<해양경찰청 공무원의 소음성 난청 사건>

해양경찰청 소속 간부(재해자)가 2021년 1월 정년퇴임 하면서 소음성 난청에 대해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신청하였으나, 불승인을 받았다. 불승인 사유는 지난 17년 동안 소음과 무관한 사무직 근무를 하였기 때문에 질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재해자는 1984년부터 2004년 까지 13년을 해양순찰선 기계실에서 근무하면서, 당시 귀막이 보호장치도 없이 근무하다가 소음성 난청을 얻게 되었다. 이에 본 노무사는 2004년 이전 까지 같이 근무하였던 6명의 동료근로자들에게 진술서를 받았고, 관련 승선근무자료, 유사한 판결사례 등을 갖추어 심사청구를 하였다. 이에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는 최초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였다.

대상공무원의 함정 내 기관실 근무경력과 경비정 등 소음 노출 기간과 소음 측정값, 의사 소견서의 진단서 등을 종합해보면, 첫째, 함정근무 중 기관실 근무경력은 13년 5개월이며, 동료 진술서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귀마개 등 방음장비 없이 엔진소음과 함포사격의 충격소음에 노출되었다. 둘째, 함정소음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대상공무원의 승선 함정과 동급 함정 기관실의 소음은 평균 110dB로서 난청유발 기준인 85dB을 훨씬 초과하였다. 셋째, 2개의 의료기관은 진단서 상 과거 소음노출로 인한 ‘감각 신경성 난청’으로 진단하고 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4조 제1항에 의하면, 공무상 질병은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 공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원 처분과 심사청구 시 우리 위원회로 제출된 일건 기록을 청구인의 주장과 함께 살펴보면, 청구인은 대상공무원의 함정 내 기관실 근무하였고, 소음노출 기간 및 소음 측정값, 의사 소견 등을 종합했을 때 대상공무원의 직무로 인해 난청이 유발, 악화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청구인의 상병경위와 진단서, 진료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보면, 청구인의 소음 노출된 이력은 인정할 수 있다.

재해자의 소음성 난청 산재인정 사건을 볼 때, 다음의 2가지의 내용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첫째, 같이 일한 직장 동료 6명의 현실감 있는 사실확인서 제출이었다. 이 진술서들은 해양경비정 내 기계실은 85 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 근무지이고, 훈련시 함포사격의 고소음이나 폭발음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었고, 귀마개 착용도 없이 근무를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둘째, 2004년 까지 경비정 현장근무를 한 후 고소음 없는 근무지에서 근무한 후 16년이 지난 2020년이 되어서야 소음성 난청을 진단 받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된 소멸시효도 소음 작업장을 떠난 시점에서 3년이 아니라, 산재보험법 제5조에서 정한 치유시점에 따라 병원에서 영구장해로 확진 받을 때 시작된다.

 

<직업성 난청 산재 인정기준>

소음성 난청이란 소리의 강도가 높은 소음에 의해서 발생하는 감음 신경성 난청을 말한다소리를 감지하는 기관즉 달팽이관이 손상된 경우이다. 보통 75dB 이하의 소리는 난청을 유발하지 않지만, 85dB 이상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는 귀에 손상을 줄 수 있다. 100dB에서 보호장치 없이 15분 이상 노출될 때, 110dB에서 1분 이상 규칙적으로 노출될 때 청력 손실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산재보험법 제37조에서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질병을 말하며,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다만,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한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공무상 질병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이 아닌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 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산재보험법시행령 제34조 [별표3]의 제7항에 따르면, 소음성 난청은 85데시벨[dB]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되어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요건 모두를 충족하여야 한다. 1) 고막 또는 중이에 뚜렷한 손상이나 다른 원인에 의한 변화가 없을 것. 2) 순음청력검사결과 기도청력역치와 골도청력역치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없어야 하며, 청력장해가 저음역보다 고음역에서 클 것. 3) 다만,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 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머리 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또는 재해성 폭발음 등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한다.

  최근 법원판결에서 업무상 요인과 업무 외 요인이 함께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친 경우 소음노출로 인하여 업무 외 요인에 따른 청력손실(노인성 난청 등)을 가속화 시켰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경향이다. 따라서 난청의 원인이 업무와 업무 외 원인이 혼합되었더라도 소음노출 정도가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을 충족하고 명백한 업무 외 원인에 따른 난청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가능하다. 또한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dB이상이나 소음노출정도가 인정기준 (85dB이상 연속음에 3년 이상)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소음성 난청과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 다만, 조사결과 양 귀 청력역치가 40dB미만이거나, 소음노출기간동안 소음노출정도가 80dB미만인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을 불인정한다.

 

<최근 법원의 판단사례>

 (1) 소음 사업장 이탈 후 25년 경과 후, 퇴직 후 8년 뒤 청구한 소음성 난청 산재사건

원고는 해양 경찰청 소속 공무원으로 재직하다가 2008년 8월 21일에 퇴직하였다. 원고가 1991년 1월경 해양경비정 근무를 마친 이후 약 25년이 경과한 2016년 8월 경(당시 66세)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았는데 자연적인 노화의 진행이 원고의 청력 손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고가 해양경비정에서 근무하면서 상당 기간 지속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소음에 노출되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노인성 난청이 자연경과적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어 현재의 난청 상태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공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다.

(2) 소음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23년이 지난 시점에서 청구한 소음성 난청 사건

 원고는 1980년 10월 19일부터 1986년 2월 28일까지 (약 5년 4개월) A광산에서 굴착기 조작공으로 일하였다. 원고는 퇴직 후 23년이 지난 2009년 (당시, 72세)에 처음으로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원심은 ‘광산에서 근무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되어 양쪽 귀에 난청이 발병했다’는 주장에 대해 ①원고가 소음노출작업장을 떠난 후로 23년 이상이 지난 시점에서 감각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은 점, ②소음에 노출된 적이 없으나 난청증상을 보이는 70세 이상의 청력손실정도와 비슷한 점 등을 들어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굴착작업에 종사한 탄광은 ‘연속으로 85dB 이상의 소음에 3년 이상 노출되는 작업장’에 해당한다. 원고의 감각 신경성 난청은 상당기간 탄광에서의 작업소음으로 유발된 ‘소음성 난청’에 해당하고, 소음성 난청으로 노인성 난청이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진행되어 현재의 난청상태에 이른 것으로 봐야 한다”며 1심판결의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하였다.

 

소음성 난청은 소음사업장을 벗어나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특징이 있어 퇴직 이후 청력손실은 대체로 노인성 난청으로 판단하여 재해 인정이 어려웠으나최근 법원의 판단기준이 과거의 지속적인 소음의 노출로 인한 청신경의 병변이 노인성 난청의 발병이나 진행을 자연경과보다 빠르게 악화시킨 경우에도 산재로 인정하고 있어, 소음성 난청에 대해 산재인정을 확대하고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사업주가 소음을 유발하는 85dB 이상 사업장에 대해 근로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대책이 필요하다. 산업재해는 회사의 금전적 피해 뿐만 아니라 차후 회사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사업주가 처벌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봉수 칼럼] 소음성 난청을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와 판정 기준
▲사진=(인터넷) 매일노동뉴스 “소음성 난청 산재승인자 3명중 1명은 조선소 노동자’” 2016.5.17. 자  –  2022. 4. 30.  구글 검색 : 소음성 난청 산재 ⓒ강남구 소비자저널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