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소멸시효는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음에도 해당기간 동안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시효가 경과하여 더 이상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이는 행사할 수 있는 권리는 있지만 일정 기간 동안 권리행사를 하지 않는 경우 이를 못하게 함으로써 이미 형성된 법적 평온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노동법상 대부분의 소멸시효는 3년을 기준으로 한다. 근로기준법상 소멸시효와 유사한 개념이 제척기간이다. 제척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법적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제척기간은 법률관계의 신속한 확정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소멸시효와 그 기간에 있어 차이가 있다.
<산재보상의 소멸시효 기산점>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해 권리를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말미암아 소멸한다. 다만, 장해급여, 유족급여, 장의비,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을 받을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보아 소멸한다. 산재보험법의 보험급여는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계속적 보험급여의 청구, ②일시금 보험급여의 청구, 그리고 ③연금보험급여 이렇게 세 가지의 형태로 청구하며 각각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다르다.
계속적 보험급여의 청구에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등이 있다.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지급하며 현물급여가 원칙이다(산재보험법 제40조). 즉 보험금을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 기산일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걸린 날이 아니라 요양에 필요한 비용이 발생한 다음날이 된다. 휴업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요양으로 인해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지급하므로, 취업하지 못한 다음날부터 소멸시효 기산일이 시작된다(산재보험법 제52조).
일시금 보험급여의 청구에는 장해보상일시금, 유족보상일시금, 장의비 등이 있다. 장해보상일시금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려 완치 후에도 장해가 남은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장해급여는 재해근로자가 치료가 종결되어 장해가 고정된 시점에 진행된다 (산재보험법 제57조). 유족보상일시금은 연금수급권자가 없는 경우에 한해 지급하며, 소멸시효 기산일은 재해근로자가 사망한 다음날이 된다 (산재보험법 제62조). 장의비는 실제로 장제를 지낸 경우에 한해 지급한다 (산재보험법 제71조).
연금보험급여에는 장해보상연금, 유족보상연금 등이 있으며, 지급시기는 그 사유가 발생한 달의 다음 달 초일부터 시작된다. 특히, 소음성 난청의 경우 종전의 근로복지공단 업무지침에는 장해급여청구권에서 ‘소음작업장을 떠났을 때’를 기준으로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소음성 난청과 관련하여 장해보상청구권은 ‘치유’시점으로 본다고 판결하였다. 이에 따라 2016년 고용노동부는 소음성 난청 소멸시효를 ‘진단일로부터 기산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하였다. 이로 인하여 최근 판례에서는“소음작업장에서 퇴사한 지 한참 후에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장해급여를 신청하였어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17.4.20 선고 2017구단50655 판결).
<산업재해 소멸시효의 중단>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산재보험 청구는 소멸시효를 중단시키고, 산재보험 급여 관련 모든 청구권에도 소멸시효의 중지의 가져온다(산재보험법 제113조). 일반적으로 임금채권에 대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 고소 등을 제기하는 것을 재판상 청구로 볼 수 없지만, 산재업무의 특성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하는 경우 재판상 청구로 보아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된다. 이와 관련된 판례로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가 보험급여를 신청하였으나, 불승인을 받아 9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는 처분을 받았음에도 소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가 3년 내 다시 보험 급여를 청구한 사안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산재보험법 제36조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 청구는 이를 민법상의 시효 중단 사유와는 별도의 고유한 시효 중단 사유로 인정하여 소멸시효의 중단 사유로 인정하였다 (대법원 2018.6.15 선고 대법 2017다911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