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공장장의 심장마비 사망을 과로사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 소개

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사건개요>

2011년 5월 4일 경기도에 위치한 우유팩 용기를 인쇄하는 A회사의 공장장(이하, “재해자”라 함)이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보던 중, 사무실의 책상에 앉은 상태로 급성심근경색(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이에 대해 유족은 재해자의 사망이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하여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에 따른 유족급여를 청구하였다.

일반적으로 업무 중에 발생한 사고의 경우에는 산업재해로 쉽게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질병인 경우에는 노동부가 제시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업무와 사망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망에 대해 산재보상을 신청한 근로자의 유족이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하면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 유족급여신청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2011년 8월에 재해자가 업무상 사유로 발생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사실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사망 사건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는 현실에서, 이 사건의 경우 과로사를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내용이 있었던 사건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하의 글에서는 재해자의 사망 사건에 있어 사망에 이르게 된 과로와 스트레스의 내용을 설명하고, 재해자의 사망 원인인 급성심근경색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법에 의한 산업재해 인정기준을 살펴본 후, 이 사건에 있어서 재해자의 업무와 사망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사망 경위>

재해 사업장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서울에 관리사무소, 경기도에 제조공장을 두고 100여명을 고용하여 우유 등 유제품의 포장용기 인쇄 사업을 하고 있었다. 재해자는 1984년에 회사에 입사하여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2004년부터 이 사업장의 공장장으로 근무를 해오고 있었다. 사망 2개월 전인 2011년 2월과 3월에 걸친 구제역 파동으로 인하여 생산량이 감축되어 인건비가 상승되었고, 이로 인하여 미국본사로부터 공장의 인력을 감축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어 재해자는 10년 이상 같이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을 정리해고 해야 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사망 1개월 전 일본의 대지진 사태로 인하여 2011년 4월에 일본으로의 갑작스런 수출물량 증가로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여 생산을 하였지만 일본 우유팩회사의 까다로운 품질 요구로 인해 상당량의 제품을 불량 폐기 처분함으로써 오히려 인건비 상승을 초래하였다. 사망 1일 전, 본 사업장을 방문하기 위해 입국한 미국본사의 사장 일행을 접대하고, 늦은 밤 귀가하여 늦게 까지 회사상황 브리핑(PT)을 준비하였고, 아침 7시에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PT를 준비하던 중 오전 8시 30분 경 책상에 앉은 채로 심장마비(급성 심근경색)로 사망하였다.

 

<과로의 주요 내용>

가. 재해자의 건강상태

최근 3년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직장건강검진 결과통보서’를 보면, 특별히 자연경과에 따라 기초질환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요인은 없었다. 다만, 협압이나 고지혈증 관리를 요한다는 소견은 있었으나 그 수치에서도 정상구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사용내역에 따르면, 2006년부터 2개월에 한 번씩 병원을 다니면서 고혈압 수치를 확인하였고, 그에 따라 처방전을 받아 매일 아침 고혈압 약을 복용한 사실은 있다. 그 외에는 특별한 질병이 없었다.

 

나. 재해자의 업무적 과로 내용

(발병 24시간 이내)

재해자는 발병 당일 업무시간보다 2시간 빠른 오전 7시에 출근하여 미국본사의 임원들에게 발표할 PT를 준비하였다. 발병 전일에도 2시간 빨리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였으며, 그날 저녁에는 미국본사 임원들을 접대하기 위해 인천의 한 호텔로 가서 저녁 9시 40분까지 시간을 같이 보낸 후 본인의 집으로 12시경에 귀가하였다. 그리고 재해 당일 본사 임원들에게 발표할 PT를 준비하기 위해 1시간 가량 준비한 후 취침하였다.

 

(발병 전 1주일 이내)

재해 발생일(5월 4일) 1주일 전에 있었던 휴일 4.30(토), 5. 1(일), 5. 2(월: 회사 창립기념일 휴일)에도 정상 출근하여 근무하였다. 일본 수출물량의 증가와 내수의 성수기물량이 겹치면서, 공장은 4월 중순 이후 5월 초까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지속되고 있었다. 재해자는 급작스런 생산량 증가와 미국본사의 임원방문에 대한 준비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부담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발병 전 3개월 이내)

– 2011년 2월 초 구제역 파동으로 인하여 생산량 감소로 인건비 상승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미국본사로부터 인원감축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 2011년 4월에 일본의 대지진으로 인해 상기 일본 업체로부터 상당량의 주문을 받은 후, 일본인 품질기술자들이 제기한 품질문제에 관한 의견충돌에 대해 일일이 재해자가 직접 설명해야 했으며(일본어를 하는 직원이 공장에 유일하게 재해자 밖에 없었으므로), 일본인 기술자들에 대하여 저녁 접대까지 담당하였다.

– 4월과 5월에 일본회사의 많은 주문과 내수의 성수기물량을 맞추기 위해 2교대의 공장이 3교대로 전환하면서 공장이 비상가동체제로 유지하게 되었고, 재해자는 실무자로서의 책임 때문에 4월에 있었던 대부분의 휴일에도 출근하여 일하였다.

 

다. 스트레스의 주요 내용

재해자는 상기한 바와 같이 육체적 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가지게 되었다. 대만과 중국 공장에 비해 한국 공장이 생산 인건비가 많다는 지적으로 인해 미국본사로부터 인원감축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 재해자는 이미 2007~2009년 3년간 30%의 인원을 일일이 면담을 통해 감원하였고, 그 동료들이 재해자와 10년 이상 동고동락했던 직원들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기억을 하고 있었다. 더욱이 재해자는 앞으로는 구조조정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2011년 2월에 구제역 파동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하여 본사로부터 인원감축 지시를 받고 있었고, 재해 전날 저녁에도 미국본사의 임원을 접대하면서 인원감축 지시를 재차 확인한 후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져 있었다.

 

<근로복지공단이 이번 사망 사건을 산재로 인정한 사유>

본 사건은 살펴볼 때, 사실적인 관계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구제역 파동의 파급효과로 재해자가 실무책임자로 있었던 우유팩 회사의 실적 저하로 이어지게 되었고 그로 인한 회사의 인건비 상승으로 설상가상 본사로부터 감원 지시까지 받게 되었다. 그리고 2011년 4월 일본 수출물량 증가로 인하여 공장이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면서 연장, 휴일 근로를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재해자는 4월 내내 휴일에도 계속 정상근무를 하였으며, 재해자는 일본 품질기술자들과 품질문제로 인한 마찰도 직접 해결해야 하였다. 이러한 과도한 육체적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상태에서 본사의 인원 감축 지시를 받고서 인원 감축을 해야 하는 실무책임자로서 재해자는 고도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재해자는 “업무의 양, 시간, 강도, 책임 및 업무 환의 변화 등으로 발병 전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하여 심장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뚜렷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인 과로를 유발한 경우”에 해당된다 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사진=(인터넷) 매일노동뉴스 “법은 무엇으로 과로를 판단할까” 2008.5.13.자)  – 2022. 8. 20. 구글 검색 : 과로사 사망 ⓒ강남구 소비자저널

 

 

 

 

 

 

 

 

 

 

One thought on “[정봉수 칼럼] 공장장의 심장마비 사망을 과로사 산재로 인정받은 사례 소개”

  1. 당근 정황상
    괴로사 맞는것같군요
    애써주신 노무사 노고를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노동자들을 위하여 애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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