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외투기업의 한국지사장의 해고와 관련된 쟁점

[정봉수 칼럼] 외투기업의 한국지사장의 해고와 관련된 쟁점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한국에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한국지사장(이하 지사장이라 한다)의 ‘해고’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사장이 한국에서 독립된 사업장의 대표라면 ‘근로(고용)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아닌 ‘위임계약’을 맺은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외투기업은 처음에는 한국의 ‘영업지점’이나 ‘연락사무소’형태로 출범하였으나 점차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서 기업운영/인사/회계 체계를 독립적으로 갖추게 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초기 투자단계에서 외투기업의 지사장은 근로자의 신분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지사장이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사유’를 갖추어야 해고를 할 수 있고, 부당한 해고가 되면 부당해고구제절차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구제를 받게 된다(원직복직, 해고기간중 임금지급 또는 금전보상). 물론, 지사장이 사용자라면 외투기업의 본사와 지사장간에 체결한 위임계약의 내용에 따라 위임관계를 해지할 수 있다. 하지만, 법률적 위험으로 근로자에 염두를 두고서 권고사직을 통해 당사자 합의에 의한 근로계약 종료로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해결방안이라고 보여진다.

본고에서는 외투기업의 지사장 해고사건에서 지사장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또는 사용자인지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된다. 이에 지사장의 사용자성 및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살펴본 후, 실제 사례에 대한 문제해결 방법으로써 권고사직을 통한 방안을 강구해보고자 한다.

<지사장의 신분에 대한 판단기준>

1. 현행 근로기준법상의 지사장의 신분 여부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 함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근로자의 개념 요소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근로자의 개념 설정에서 임금을 그 중심개념으로 두고 있으며, 또한 노무제공자와 노무이용자 사이에 사용종속관계를 근로자의 핵심적인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즉, 근로자란 사용종속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 판례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므로,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 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해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함으로 사용자에 해당하는 여부에 대하여 실질적 업무집행권을 가지고 있었는지가 주요 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그리고, 대법원 판례는 아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대법원 2006.12.07. 선고 2004다29736).

(1)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ㆍ감독을 받는지 여부;

(2) 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3)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관계;

(4)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2. 지사장 신분의 판단기준에 대한 특징

지사장의 신분에 대한 판례의 판단기준에서 다음의 3가지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1) 그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2)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 위임, 도급 등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즉, 근로자성 판단은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형식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루어진 구체적인 관계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3)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을 실질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근로를 제공’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판단하고, 그 종속관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여러 기준을 제시하면서 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지사장 해고사례>

1. 법률자문의 경과

프랑스의 A법무법인은 2014년 12월 초 프랑스에 본사를 둔 한국자회사의 한국지점장의 해고와 관련해 법률자문을 요청하였다. 이 사건과 관련해, A법무법인의 노동전문변호사는 법률적 판단, 절차에 따른 준비사항, 법적 위험(legal risk)에 대한 내용, 구체적 실행방법에 대하여 서면 의견서를 받은 후 그 내용을 전화로 일일이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며칠 후, 일본 도쿄의 아시아 지역본부 부사장이 찾아와 법률관계, 고용계약서에 의한 회사의 책임, 해임 절차, 해임을 위한 서류준비 및 계약 종결을 위한 인터뷰 요령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문의하였다. 부사장은 위의 법률적 검토를 기초로 2014.12.17. 지사장과 개별면담을 통해 해고가 아닌 일정한 보상절차로 원만하게 권고사직으로 마무리했다.

 2. 지사장의 기초자료

1) 회사인원: 100명(서울본사 30명, 부산공장 70명);

2) 지사장 호칭 및 계약형태 : 사장 및 한국에서 체결된 고용계약;

3) 지사장 국적 : 호주인;

4) 입사일 : 2012.4.2.(근속기간 2년 8개월);

5) 기본 연봉: 3억원, 성과급 보너스: 20%;

6) 신분관계: 등기된 대표이사이고, 제한된 전결범위 내에서 운영, 인사, 회계에

관한 독자적 권한 가짐

7) 고용계약서의 해고 관련 조항(매1년에 대해 60일분의 퇴직금 지급, 회사의 실적이 미흡한 경우 30일전에 근로자에게 통지하고 해고 가능)

<사례의 법률 검토, 평가 및 권고사직제도의 활용>

1. 사례의 법률 검토

본 사례의 처리와 관련해, 2014년 12월 초부터 프랑스 A 법무법인의 노동변호사에게 해당 지사장의 신분에 관한 법률검토를 해주었고, 지사장의 사용자 신분에 적합한 고용관계 해지절차와 필요한 절차 통지 요령 및 관련 서류를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회사는 해고 절차를 진행하였다. 아래의 문답서는A법무법인과 본 노무사간에 있었던 이 지사장 해고와 관련된 주요 내용이다.

 

Q: 이 고용계약을 종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A: 고용계약서의 내용을 검토해 볼 때, 회사는 사용자 신분인 지사장에 대해 계약내용에 따라 업무실적 저조를 이유로 계약해지 및 권고사직이 가능하다.

Q: 지사장이 권고사직을 거부시 법률분쟁 가능성은?
A: 지사장의 근로자성 여부가 다툴만한 상황이라고 판단되어, 지사장이 권고사직을 거부했을 때, 회사는 1개월 전에 위임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당사자간의 근로계약 6.2 – 계약종결). 지사장이 신분이 사용자라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만 보호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사장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그 해결방안은 매우 난해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Q: 권고사직 절차시 필요한 서류는 무엇인지?

A: 회사는 (1) ‘권고사직에 대한 합의서’, (2) ‘해고통지서’의 두 종류의 서류가 필요하다. 회사는 지사장과의 최종면담에서 실적이 미흡한 점에 대한 계약종료의사를 전달하고, 권고사직 합의서에 수용할 수 있도록 요청한다. 만약 지사장이 권고사직을 거부시 예고수당만 지급하고 즉시해고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Q: 한국법에 지사장의 권고사직 거부시 예상되는 최고와 최악의 시나리오는?

A: 지사장이 근로기준법에 보호를 받지 않아 회사의 권고사직을 거부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된다. 민법의 계약불이행 책임밖에 없는데, 계약상에 실적 미흡으로 위임관계가 종료라면 이에 대해 충분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이는 계약법상 정당한 계약 종결로 인정받아 민사소송 등의 제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사장이 근로자라면,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대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경험상 이것은 한국에서 매우 곤란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지방노동위원회를 통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또는 법원을 통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제기가 가능하다. 그 해결방안을 강구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으로 판단된다.

Q: 권고사직과 관련된 예상비용은?
A: 지사장의 근무성과가 좋지는 않았지만, 그 동안 회사에 기여하였고, 지사의 근로자들에게 신뢰받고 있어 원만한 권고사직이 바람직하다. 기본적으로 퇴직금은 2년 근무에 대한 4개월치 급여, 추가로 근로종료 위로금 0개월치 급여가 적당하다. 실제로 퇴직 위로금에 대한 판단은 회사의 유사한 선례/지급여력, 근로자의 근속년수/기대치 등을 고려해 결정하면 될 것이다.

2. 평가

일반적으로 외투기업의 지사장은 본사의 직접지시를 받아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비록 한국지사의 대표로 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로자성이 사용자성보다 더 많은 노동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지사장을 해고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를 갖추기 어렵다면 해고대상 지사장에 대해 회사가 수용 가능한 퇴직위로금조로 지급해 권고사직으로 원만하게 종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의 지사장 해고 사례는 회사가 사전 법률자문을 통해 회사의 법률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충분히 준비하고 대응해 소송에 따른 비용절감 및 지사장과도 원만히 해결된 모범사례라고 생각된다.

 

3. 권고사직 제도의 활용

권고사직제도는 사용자의 권유가 있지만 결국 노사가 서로 합의하여 근로관계를 종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사분쟁을 사전에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동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퇴직시킬 수 없기 때문에 회사는 여러 방법을 이용하여 권고사직을 권유한다. 하지만 퇴직 시켜야 하는 근로자가 발생하여 권고사직을 권유하는 경우, 근로자가 이를 거부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금전적 보상을 통한 권고사직 제도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사유가 발생할 때에만 회사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제안을 받은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 해지 이후에 장기간의 재취업활동을 해야 하는 이유로 사용자의 금전적 보상이 적다고 느낄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한 노동분쟁이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회사가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고용을 해지해야 할 경우를 대비하여 사전에 노사가 합의한 보상금액을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정해 놓는다면 장차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노사분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봉수 칼럼] 외투기업의 한국지사장의 해고와 관련된 쟁점
▲사진=(인테넷) 헤럴드경제, “’조용한 퇴사’에서 ‘조용한 해고’로… 미 기업주도자발적 퇴사 유도” 2023.8.29. (이미지 소개),   2024. 3. 2.  구글 검색 : 지사장 해고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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