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근로계약과 실제 업무의 불일치가 초래한 부당해고 사례

[정봉수 칼럼] 근로계약과 실제 업무의 불일치가 초래한 부당해고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 사건 개요 >     외국인 목사 (이하 ‘근로자’라 한다) 는 2019. 3. 1. 자로 국제외국인학교 (이하 ‘사용자’라 한다)에서 목사업무에 관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근무하던 중, 6일만에 해고되었다. 근로자는 2019. 3. 6. 해고가 부당하다며, 2019. 4. 27.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였다. 근로계약서상의 업무내용은 “직위는 교회의 영어예배 목사직, 그 직무는 설교, 강의와 전반적인 목사직 임무에 관한 업무를 포함하나 제한되지 않는다” 이다.  그런데 입사하는 시점에서 사용자는 근로계약과 다르게 근로자에게 주12시간의 영어 성경수업을 할당하였다. 그러자 근로자는 설교와 목사로서의 주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에 정규수업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 또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교사로서 취업규칙을 준수한다는 ‘서약서’에 서명을 요구하였으나 근로자는 이 서약서는 일반 교사들이 작성하는 것이지 목사인 자신의 근로내용과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서약서에 서명을 거부하였다. 사용자는 성경수업 거부와 서약서 작성 거부를 이유로 해고하였다. 이 해고사건의 발단은 이 근로계약의 업무내용이 근로자가 영어성경수업을 의무적으로 맡아야 하는지에 있으며, 또한 노동위원회의 판단도 근로자가 영어성경수업을 거부한 것이 타당한지에 있었다. < A국제외국인학교의 주장 >  1. 근로자의 근로계약에서도 명시된 바와 같이 근로자가 담당한 업무는 어느 하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는 자신의 업무가 “목사직”이기 때문에 이외의 업무는 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에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이다. 근로계약서에는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한 “강의 (teaching)”가 근로자의 업무범위에 포함되어 있다. 설령 “강의 (teaching)”가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but not limited (직무가 이에 제한되지 않음) 에 의거 근로자는 사용자의 정당한 업무지시를 따라야 한다. 특히, 기독교 학교에서 목사직은 설교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영어성경 수업을 진행하여 성경지식을 전도하는 하는 것도 기본적인 목사업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2. 서약서는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학교와 근로자 사이에 상호신뢰를 담보하기 위해 당연히 요청할 수 있는 서류로써 이는 어느 회사이건 근로자 입사 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서류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는 사용자의 서류제출 요구를 위협, 회유라고 하며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취업규칙 제10조 (채용의 취소)는 입사서류의 미제출자에 대해 채용을 취소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는 사용자의 정당한 서류제출 요구를 거부하였고, 사용자는 근로자를 규정에 따라 조치하였을 뿐, 근로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회유와 협박을 한 것이 아니다. < 근로자의 주장 >   1. 근로자는 천안의 한 기독교 대학교에서 전임강사로 재직하면서 2010년부터 임금인상을 포함한 재계약을 약속 받았으나, A국제외국인학교로부터 목사직을 제안받아 대학교 교수직을 포기하고 현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2017. 10월 근로자의 딸을 A국제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면서 사용자와 알게 되었고, 사용자의 권유로 2018년 2월부터 파트타임으로 금요일 오후 성경수업과 주말에 영어예배를 진행하였다. 그러던 중 근로자는 사용자로부터 현, 대학교와 계약이 종료되는 2019년 2월말부터 영어교회에서 정규목사로 근무를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고, 근로자와 사용자는 수개월 협상 끝에 2018년 10월 계약기간은 2019. 3. 1부터 3년간이고 임금은 월 270만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였다. 2. 근로자는 선교학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사용자로부터 전임 목사직을 제안 받아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만약 신청인이 전임목사가 아닌 영어 성경수업을 전담하는 강사로 채용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떤 경우든지 본 목사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용자는 근로자를 채용해 놓고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다르게 주업무를 목사직이 아닌 수업진행 교사로 변경하였다. 이를 받아들 일 수 없다고 하는 근로자는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양해나 설득도 없이 채용 된지 1주일 만에 해고를 통보를 하였다. < 관련 판례 내용 >  1.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계약이 이루어진 동기,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만약 의사표시 해석에 있어서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알 수 없다면, 계약 상대방이 가지고 있던 내심적 의견이 아니라 외부로 표시된 행위에 의하여 예상되는 결과를 가지고 해석함이 옳다고 본다. (대법 1997.6.24,  97다5428) 2. 취업규칙에 신규 채용하는 근로자에 대한 수습기간의 적용을 선택적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에 대하여 수습기간을 적용할 것인가의 여부를 근로계약에 명시하여야 하고, 만약 근로계약에 수습기간이 적용된다고 명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수습근로자가 아닌 정식사원으로 채용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 1999.11.12 99다30473) < 노동위원회의 판단 >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먼저 이 사건 근로계약의 취지를 해석한 후, 이 사건 계약해지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쟁점 사항에 대하여 양 당사자의 주장, 제출된 관계 증거자료의 기재내용 및 이를 토대로 우리위원회에서 조사, 신문한 사항 등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한다. 1. 근로계약 취지에 대하여 이 사건의 사용자와 근로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서의 “II. 직위는 교회의 목사직, 영어예배. 직무는 설교, 강의와 전반적인 목사직 임무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나 제한되지 않는다” 이다.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근로자의 직위 및 업무는 복음을 설교하고 가르치는 A국제외국인학교 내에 있는 교회의 영어예배 목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는 ‘강의’와 ‘제한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근로자의 직위 및 업무가 목사에 국한되지 않아, 목사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강사로서의 업무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근로자에게 수업을 배정, 평가까지 하게 되어 있는 강의를 위해 고용하였다면, 근로조건 및 복무에 관한 부분을 따로 정한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기존에 강사로서 채용된 근로자들과 같은 양식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어야 했다. 더욱이 학교의 교감이 2019. 2. 20. 근로자에게 ‘해당 과목을 담당하기로 하였던 강사가 도착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12시간의 성경수업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사용자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의 근로자의 업무가 목사에 국한되지 않고 강사로서 수업을 가르치는 사항이 업무에 포함되어 있었다면, 이러한 내용의 이메일을 보낼 필요도 없을 것이다. 양 당사자간 체결한 근로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전체적인 취지를 고려하여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를 학교 내에 있는 교회의 영어예배, 설교, 강의 및 전반적인 목사직 임무를 담당하는 목사로 고용하였다고 봄이 옳을 것이다. 2. 계약해지의 정당성에 대하여 사용자는 근로자를 수습근로자로 채용한 것이 아니라 정식사원으로 채용하였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채용취소가 유효하려면 통상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제23조에 정해진 정당한 이유, 즉 ‘사회통념상 고용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있는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가 해고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근로자가 교사로서 수업에 임하여야 하는데도 계약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는 점인데, 이 사건 근로자가 수업을 거부한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은 합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새로 주장하고 있는 입사시 구비서류인 ‘서약서’ 미제출를 채용 취소사유로 삼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새로 체결된 근로계약서에 의해 2019. 3. 1. 부터 근무하기 시작한 이 사건 근로자에게 서류요청에 대한 구체적인 통지도 없이, 단지 회의 중에 지시한 사실만으로 4일이 지난 후인 같은 달 5일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 위 사유를 해고사유로 삼아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해고의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할 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아무런 증거나 자료가 없으므로 이 해고는 부당하다. 3. 판정내용 사용자가 2019. 3. 6. 근로자에게 한 해고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한다. 따라서 사용자는 이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하였다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 그림: 정하은 ▲사진=해고(그림: 정하은) ⓒ강남 소비자저널  

[정봉수 칼럼] 비자발적 사직서 제출은 부당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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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근로관계를 종결하는 데에는 근로자가 스스로 그만두는 사직과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인 해고로 구분된다. 사직은 근로자가 스스로 사직 의사표시를 하고 그만 두는 경우로 노동법적 다툼의 문제가 될 여지가 없다. 반면 해고의 경우에는 사용자가 일방적 의사표시로 근로관계를…

[정봉수 칼럼] 외국인 원어민 강사의 노동법 보호에 대한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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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영어사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영어활용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것이 원어민 강사를 활용하여 생활영어를 배우는 것이다. 최근 몇 해 동안의 법무부 출입국 자료를 보면, 원어민 강사가 상시적으로 2만 명 이상 체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인원이 계속…

[정봉수 칼럼] 5인 미만 외국기업의 국내 영업사무소 직원의 노동법 적용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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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현행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상시근로자 수 5인 이상의 사업장에 적용되고, 상시근로자 수5인 미만의 사업장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적용하고 있다. 특히,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부당해고, 퇴직금,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연차휴가 등은 상시근로자 수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본사가 외국에 있는 외국기업의 경우 근로기준법의…

[정봉수 칼럼] 외투기업의 한국지사장의 해고와 관련된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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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한국에 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들이 많이 진출하면서 한국지사장(이하 지사장이라 한다)의 ‘해고’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사장이 한국에서 독립된 사업장의 대표라면 ‘근로(고용)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아닌 ‘위임계약’을 맺은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외투기업은 처음에는 한국의 ‘영업지점’이나 ‘연락사무소’형태로 출범하였으나 점차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서 기업운영/인사/회계 체계를 독립적으로 갖추게 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정봉수 칼럼] 퇴직시 작성한 합의서의 효력이 문제된 부당해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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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해고사건은 사용자가 원어민 강사(근로자)를 해고하기 전에 대상 근로자와 합의서를 작성하였는데, 이 합의서가 퇴직에 대한 합의퇴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 합의서는 기존의 근로시간에 대한 임금 내역과 아파트 숙소를 한달 더 사용하겠다는 내용뿐 이었다. 이 해고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봉수 칼럼] 한국에 가면 한국법을 따르라 : 부당해고와 관련된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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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정봉수 / 강남노무법인 노동법은 개별 국가 마다 다르며, 그 적용범위도 그 국가에 고유하게 적용된다.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하는 이상 한국의 노동법을 준수해야 한다. 그래서 외국에 본사를 둔 한국내 지점이라도 고용관계 분쟁은 한국의 노동법이 먼저 적용된다[1]. 아래에서 소개하는 부당해고사건은 한국에 투자한 싱가포르 기업이 한국의 노동법에…

[정봉수 칼럼] 징계해고 할 경우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부당해고가 된다.

[정봉수 칼럼] 징계해고 할 경우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정당한 사유가 있더라도 부당해고가 된다.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정봉수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징계의 정당성을 따질 때, 징계의 사유, 양정 및 절차가 모두 정당해야 정당한 징계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징계의 절차와 관련하여 징계의 사유가 충분히 있고 징계의 양정이 타당하더라도 그 절차를 준수하지 않으면 징계자체가 무효로 된다는 점이다. 이 징계의 절차는 2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정봉수 칼럼] 부당해고 구제신청 각하 사유와 관련 사건 사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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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봉수 노무사 /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근로자가 부당하게 해고되었다고 생각할 때,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해고인 경우에는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판정을 하고, 그 사유가 부당해고가 아닌 경우에는 기각 판정을 한다. 그러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각하 판정을 한다. 각하의 사유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정봉수 칼럼]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관인 노동위원회의의 심판회의 소개

[정봉수 칼럼] 부당해고 구제신청 기관인 노동위원회의의 심판회의 소개

  근로자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한 경우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28조). 노동관계의 분쟁은 유동적이고 계속적이고 집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그 해결을 일반 행정기관이나 사법기관에서 처리할 경우, 관료주의성, 경직성, 비전문성 등으로 인해 공정하고 신속하며 합리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