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법무법인 사무장의 자살사건 산재인정 사례

[정봉수 칼럼] 법무법인 사무장의 자살사건 산재인정 사례

[정봉수 칼럼] 법무법인 사무장의 자살사건 산재인정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정봉수 노무사]

최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우울증도 하나의 질병이므로 관심을 가지고 치료해야지 외상이나 내상이 없다고 하여 방치하게 되면 자살과 같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질병과 업무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이하 “산재보상법”) 시행규칙 제32조 (업무상 사고)에 따르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은 자가 정신장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본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2018년 4월에 한 법무법인의 사무장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사고자의 미망인은 남편의 자살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설명하면서 본 노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하였다. 사실 이 사건을 맡으면서, 자살사건이 산재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와 특히 법무법인을 상대로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앞에 언급한 산재보상법에 명시된 업무상 재해 판단기준만을 제대로 만족시킨다면 산재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실조사에 착수하였다. 결론적으로 지난 9월에 이 ‘우울증에 의한 자살사건’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고 유족은 국가로부터 연금을 받게 되었다.

<우울증 발병 및 업무상 스트레스>

사고자 (37세)는 2015년 10월에 법무법인에 경력직 사무장으로 입사하였다. 당해 법무법인은 변호사업을 하는 사업장으로 변호사 6명과 직원 6명 (사무장 1명, 직원 5명)으로 구성된 법인 사업체이다. 사고자는 송무업무 (민사, 형사, 집행) 등에 대한 서면 초안을 작성하였고, 직원관리, 자문업체 법률상담, 변호사 비서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사고자가 현 법무법인에 입사하기 전에 근무하였던 법률사무소는 법인체가 아니라 합동법률사무소로서 변호사 1인당 한 명의 사무장을 두고 있어, 사고자가 서면 작성업무는 변호사 오직 1명 이었다. 이에 비해 당해 법무법인은 법인체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변호사 5~6명이 상주해 있으며, 이들의 서면작성 업무를 보조했던 사무장은 사고자 단 한 명뿐이었다. 사고자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업무처리에 있어 늘 완벽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사고자는 입사 이래 변호사들로부터 신임을 얻어왔고, 법인 내 변호사들은 실장인 사고자에게 난이도가 높은 서면 작성의 초안 등을 맡겼다.

사고자에게 가장 많은 업무를 할당해 왔던 변호사는 철두철미하며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상대방의 실수를 즉석에서 심하게 다그치고,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가 업무를 계속 요구하는 집요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쉽게 흥분하여 자주 언성을 높이는 편이었다.

사고자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초까지 우울한 기분, 피곤함, 흥미나 관심소실, 수면장애, 죄책감, 자신감 저하, 식욕감퇴 증상이 심해져 2018년 1월 5일경 ‘신경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지난 2017년 초 법무법인의 오랜 고객 회사로부터 미수금 채권회수(10여건)에 대한 법률자문을 의뢰 받았고, 사고자는 이를 일임 받았다. 사고자는 과다한 업무량으로 인해 채권 중 가액이 5000만원에 상당한 미수금 채권의 소멸시효가 도과하여, 결국 당해 채권에 대해서는 더 이상 법적 청구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발견하게 되었다. 사고자가 사망하기 1주 전 즈음 배우자에게 “의뢰인 회사가 우리 법인에 손배해상을 청구해 올 수 있고, 법인은 내게 구상을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전 재산인 전세자금을 지키려면 명의를 당신 이름으로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며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① 2018년 4월 16일 사고자는 변호사로부터 지방 출장을 지시 받았다. 당해 출장건은 ‘유아인도가처분신청사건’으로서 아이의 친부모(채권자)가 조부모(채무자)로부터 아이를 강제로 인도받기 위해 법원에 집행결정을 구했던 사건이었다.

  ② 사고자는 오후 5시가 다가올 무렵 법인 차량을 직접 운전하여 전라남도 고흥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이후 5시간 이상 운전을 해 저녁 11시가 다 되어 고흥에 도착하였다. 도착한 시골에는 숙박시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차 안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사고자는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자다가 겨우 3시간 자고 일어났다. 사고자는 17일 오전 집행관들 2명과 의뢰인인 아이의 친부모를 만나 ‘초등학교’로 이동하였고 10시 55분경 집행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완강히 저항하는 친할아버지와 당사자인 아이가 조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여 아이를 친부모에게 인도하는 것에 실패하였다.

  ③ 4월 17일 오후 사고자는 서울로 복귀하는 도로상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법인 차량이 파손되어 정비소에 맡겼으며, 6시 10분경 서울방향의 고속버스에 탑승한 사고자는 오는 시간 내내 사고접수 및 법인 직원들과 업무상 통화를 하느라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사고자는 21시경 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하였고 23시가 넘어 귀가하여 간단히 식사 마치고 자겠다며 안방으로 들어갔으며, 다음날 새벽 6시경 집 근처 등산로에서 목을 매 자살하였다.

<우울증 증상 및 산재보상법상 업무상 재해 판단기준>

1. 우울증 증상 (위키 백과사전)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는 것과 다르게 우울하고 슬픈 감정과 의욕저하, 다양한 신체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나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우울한 기분 및 감정이 주 증상이며 그로 인한 수면, 식욕, 흥미의 저하와 불안, 자살생각, 무기력감 등의 증상과 함께 나타난다. 자신에 대한 무가치감, 부적절한 죄책감이 동반되며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만성적으로 피곤하며 잠을 못자는 경우가 많고 잠이 많아져 자더라도 개운하지 않다. 감정과 생각, 욕구와 더불어 신체증상도 나타나는데 두통, 소화불량, 목과 어깨결림, 가슴이 답답함 등이 나타난다. 심한 우울증의 경우 망상이나 환각이 나타나기도 한다.

2. 산재보상법상 업무상 재해 판단 기준

1) 업무상 재해의 정의 (산재보상법 제5조 제1호)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ㆍ질병ㆍ 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

2) 업무상 사고 판단기준 (산재보상법 시행규칙 제32조)
사고로 인한 근로자의 사상이 다음 각호의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
1)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한 업무를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수행하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사업주가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의 결함 또는 관리상의 하자로 인하여 사고가 발생하여 사상하였을 것
2) 사고와 근로자의 사상간에 상당인과 관계가 있을 것
3)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상이 아닐 것. 다만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과 치료를 받은 자’가 정신장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상하였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시사점>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고, 질병은 반드시 적절한 진료를 통해 치료를 해야 한다. 이를 단순히 심리적 변화 정도로 치부하여 방치하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산재와 같이 극단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우울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사업주의 안전배려 의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회사의 근로자 고충처리 절차를 통해 적절한 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사진=(인터넷) 시사저널, “우울증 환자 10명 중 9명 치료 못 받는 나라 ”2016. 10. 13. 자, 2024. 5. 26. 구글검색 키워드, “우울증 자살” ⓒ강남구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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