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노래는 경쟁하지 않는다

[손영미 칼럼] 노래는 경쟁하지 않는다

–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 가 우리에게 묻는 것 –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는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무대는 잊혀 가는 장르를 소환하기 위한 기획도, 새로운 스타를 급조하기 위한 이벤트도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에는 하나의 분명한 질문이 놓여 있다.

 

지금 이 시대에도 가곡은 여전히 살아 있는 언어인가.

 

그래서 이 무대는빠른 유행보다 느린 호흡을 선택했고, 자극적인 편집보다 한 곡의 완주를 택했다.가곡을 다시 경쟁의 장으로 불러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목소리가 만나는 자리로 초대했다는 점에서 이 기획은 조심스럽고도 용감하다.

요즘 세상에서 노래는 자주 순위를 부여받는다. 조회 수로, 점수로,탈락과 생존이라는 이름으로.그래서 ‘슈퍼스타’라는 단어 앞에 ‘가곡’이 붙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가곡은 원래 이기기 위해 불리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곡은 사람의 속도를 늦추고 말의 온도를 되돌리는 노래다. 기교보다 호흡을 묻고, 성공보다 태도를 묻는다.

그 가곡이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KBS홀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은 단순한 방송 편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무대는 ‘누가 더 잘 부르느냐’를 겨루는 자리가 아니라, 누가 이 시대의 언어로 가곡을 다시 숨 쉬게 하느냐를 묻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제시된 지정곡들 역시 심사를 위한 잣대라기보다 가곡이라는 음식에 더해진 양념에 가깝다.

같은 악보를 앞에 두고도 어떤 이는 삶의 그늘을 꺼내 들 것이고, 어떤 이는 시간의 빛을 노래할 것이다.
지정곡은 목소리를 가두는 틀이 아니라 각자의 서사를 드러내는 접시다.

가곡은 원래 불린 사람만큼이나 불러온 시간의 냄새를 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2007년 이전 출생자,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도전 가능하다는 문장은 나이와 경력을 가리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 말은 곧 늦게 시작한 사람도, 다시 돌아온 사람도, 오래 노래해 온 사람도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대상 상금 5천만 원, 총 상금 1억 1천만 원.,숫자는 크다.
그러나 이 무대의 진짜 보상은 돈이 아니라 존재의 승인에 가깝다.

 

당신의 목소리는 아직 이 시대에 필요하다.

 

그 한 문장을 공영방송의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건네는 일.

3월 말, KBS홀에서의 녹화는 아마도 치열한 경쟁의 현장이겠지만 나는 그보다 노래 하나하나가 품고 올라올 각자의 삶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가곡은 늘 개인의 서사를 안고 불려 왔다.
떠나온 고향, 지나온 계절, 견뎌온 침묵들.,그래서 가곡을 부르는 일은 노래를 부르는 행위이기보다 자기 삶을 무대 위에 올려놓는 용기에 가깝다.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는 한국 가곡이 더 이상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보인다.
가곡도 지금의 언어로, 지금의 숨결로 다시 불릴 수 있다는 믿음, 이 프로그램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누군가를 스타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곡이 여전히 현재형의 예술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노래는 경쟁하지 않는다.
다만 남는다.
누군가의 삶에,
어느 날의 기억에,
조용히 오래.

올봄, KBS홀에서 울려 퍼질 가곡들이 다시 한 번 우리에게 묻기를 바란다.

우리는 아직 이 노래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리고 이 노래를 다음 세대에게 건네줄 용기가 있는가?

별은 순위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끝내, 남는 목소리에서 태어난다.

– 손영미 –

▲사진=K-가곡슈퍼스타 인 서울 포스터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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