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105억의 오페라, 부산의 축제

[손영미 칼럼] 105억의 오페라, 부산의 축제

–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작 〈오텔로〉, 불꽃을 넘어, 도시의 혈관을 여는 불씨로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지난해 부산콘서트홀의 개관은 하나의 건축이 아니라, 도시의 심장에 처음으로 음악이 이식된 사건이었다. 이어 도착한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그 심장에 성대를 얹는 일이다. 부산은 이제 항구의 파도만으로 숨 쉬지 않는다. 음성과 서사, 무대와 시간으로 호흡하려 한다. 문제는 분명하다. 공간은 이미 완성되었고, 이제 남은 것은 그 공간을 살아 있게 할 정신의 설계다.

2027년 부산 북항에 울려 퍼질 오텔로는 단순한 개관작이 아니다. 그것은 한 도시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첫 문장이다. 주세페 베르디의 음악과 라 스칼라 극장의 제작 시스템, 그리고 정명훈이라는 이름은 그 문장에 세계라는 문법을 부여한다. 부산은 이제 외곽이 아니라 중심을 향해 말 걸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문장에는 분명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한국에서 보지 못한 그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가 말하는 ‘인터내셔널’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내부의 기준이다.
아시아에서 이탈리아 오페라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구현하는 극장이 되겠다는 포부다.
그것은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향한 방향 선언이다.

정명훈은 단지 무대를 올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사람을 남기려 한다.
라 스칼라 아카데미와의 연계를 통해 젊은 성악가와 운영 인력을 길러내고,
배움이 다시 제작으로 이어지는 구조
즉, ‘공연 이후’를 설계하려 한다.

북항의 야외 오페라, 콘서트홀의 콘서트 오페라로 저변을 넓히겠다는 구상 또한
오페라를 특정 계층의 예술이 아닌, 도시의 호흡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이 지점에서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가능성을 본다.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축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105억 원….???

이 숫자는 단순한 예산이 아니라, 하나의 온도다. 그 온도는 화려함의 열기인가, 아니면 미래를 데우는 체온인가.

만약 이 거대한 자본이 외부의 완성된 무대를 들여오는 데서 멈춘다면…
도시에 남는 것은 박수의 잔향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과 기술, 시스템으로 전환된다면 이 예산은 사라지지 않고 축적된다.
도시는 이벤트로 성장하지 않는다.
도시는 내부에서 자라난다.

지금 부산이 선택해야 할 것은 ‘수입’이 아니라 ‘이식’이다. 기술이 남고, 사람이 남고, 다음이 가능해지는 구조.

그리고 이제, 우리는 조금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다.

사막 위의 신기루였던 두바이가 세계의 흐름을 바꾸는 허브로 변모했듯, 바다를 품은 부산 역시 이미 충분한 조건을 지니고 있다.
부산은 머물게 하는 도시다. 파도는 사람을 붙잡고, 바람은 시간을 늦춘다.

그것은 동양의 하와이처럼 머무름의 감각을 가진 도시이며, 홍콩처럼 흐름이 교차하는 관문이고, 싱가포르처럼 구조로 설득하는 가능성을 품은 도시다.

이제 그 바다 위에, 오페라라는 또 하나의 언어가 더해진다.

105억 원은 거대한 질문이지만, 동시에 하나의 약속이 될 수도 있다. 그 약속이 사람을 남기고, 기술을 남기고, 다음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쓰인다면… 이 숫자는 더 이상 논쟁이 아니라, 유산이 된다.

태백산 줄기 따라 부산은 이미 너른 바다를 가졌다. 그리고 이제, 목소리를 갖게 된다.

불꽃은 사라지지만,
목소리는 남는다.

그 목소리가 한 도시의 체온이 될 때,
부산은 더 이상 ‘어디를 닮은 도시’가 아니라
자신만의 이름으로 불리는 도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울리는 하나의 음이 될 것이다.

▲사진=하늘에서 내려 본 부산오페라하우스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정명훈 부산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부산콘서트홀 공연 장면 ⓒ강남 소비자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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