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의 감성 가곡 미별(美別)] 이별을 아름다움으로 번역한 노래 김효근 「미별(美別)」이 들려주는 기억의 미학

[손영미의 감성 가곡 미별(美別)] 이별을 아름다움으로 번역한 노래 김효근 「미별(美別)」이 들려주는 기억의 미학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만남을 배우지만, 정작 이별을 배우는 법은 누구에게도 익히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순간, 시간은 멈추고 언어는 제 기능을 잃는다. 그래서 이별은 언제나 슬픔보다 먼저 침묵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예술은 그 침묵을 끝내 언어로, 그리고 음악으로 바꾸어낸다. 김효근의 가곡 ‘미별(美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곡은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가 아니라, 상실을 아름다움으로 번역하는 노래다. 눈물을 지우려 하지 않고, 그 눈물 속에 오래 머물러 마침내 한 줄기 빛을 길어 올리는 음악이다. ’미별(美別)’이라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이별은 본래 상실이고 단절이며, 인간이 감당하기 가장 어려운 운명이다. 그런데 작곡가는 그 앞에 ’아름다울 미(美)’를 붙인다. 이는 슬픔을 미화하려는 감상주의가 아니다. 사랑했던 시간을 끝내 아름답게 기억하려는 인간의 가장 숭고한 의지다. 특히 이 작품은 사계절을 따라 한 사람의 생애와 사랑을 노래한다. 봄에는 수줍던 사람이 있었고, 여름에는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가을에는 그 사람의 빈자리가 마음을 채우고, 겨울에 이르러 우리는 비로소 그를 떠나보낸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바로 이 역설 속에서 「미별」은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유한성을 교차시키며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계절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듯, 사랑 또한 육신은 떠나도 기억 속에서는 다른 형태의 생명으로 살아남는다. 특히 이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픔을 과장하지 않는 절제에 있다. “그대와 나눈 웃음, 끝없는 이야기 시간이 멈춘 그날 함께 사라져.” 이 짧은 문장에는 절규도, 원망도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담담하기에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큰 슬픔은 소리보다 침묵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그대 없는 나, 나 없는 그대.” 라는 구절은 존재론적 고독을 압축한 시어에 가깝다. 서로를 통해 존재하던 두 사람이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그러나 곡은 끝내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기억만 남아.” 이 한 줄에서 「미별」의 미학은 완성된다. 상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그것을 기억으로 숙성시킬 뿐이다. 그리고 기억은 슬픔을 조금씩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미별」은 죽음을 노래하면서도 생명을 말하고, 이별을 노래하면서도 사랑을 완성한다. 김효근이 구축해 온 아트팝의 세계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문학과 철학, 삶과 예술을 하나의 서정으로 엮어낸다. 선율은 귀를 지나 마음으로 스며들고, 노랫말은 시가 되어 오래 남는다. 그래서 그의 가곡은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살아내는 노래가 된다. 마지막에 반복되는 “아름답게 떠났네.” 라는 한 문장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기도다. 떠남은 끝이 아니라 사랑이 기억으로 형태를 바꾸는 순간이며, 죽음은 관계의 소멸이 아니라 존재 방식의 변화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배우게 된다. 오늘도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또 누군가는 오래된 시간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간다.그들에게 「미별」은 위로를 건네려 하지 않는다.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함께 침묵한다. 그리고 그 침묵 끝에서 우리에게 말한다. 가장 깊은 사랑은 끝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기억으로 영원히 살아남는 것이라고.…

[손영미 칼럼] 2026 한국가곡대축제‘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

[손영미 칼럼] 2026 한국가곡대축제‘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

– 노래는 끝나는 예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가슴으로 옮겨가는 숨이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행여, 그대 나 몰래 운다면 그 눈물 닦아주리…” 김효근 작곡 〈어느 행복한 아침에〉의 한 구절이다. 이 짧은 문장은 노래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로 향하는지를 말해준다. 노래는 입술에서 태어나지만, 결국은 누군가의 눈물 곁으로 도착한다. 지난 2026년 4월 25일 토요일 오후 7시, 부산콘서트홀에서 ‘2026 한국가곡대축제-김효근 K-아트팝 가곡의 밤’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지난해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은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악기였다. 클래식 전용 홀 특유의 풍부하고 입체적인 사운드는 성악가의 미세한 호흡과 떨림까지 객석 구석구석으로 투명하게 전달하며, 이번 음악회의 감동을 한층 더 극대화했다. 지난 15년간 한국 현대가곡의 흐름을 이끌어온 작곡가 김효근. 그는 전통적 예술성(ART)과 대중성(POP)을 결합한 ‘K-아트팝’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며, 한국 가곡 르네상스의 한 축을 단단히 세워왔다. KNN과 한국가곡부산문화재단, 한국거래소, BNK금융그룹의 후원으로 이어진 이번 축제는 한국 가곡의 현재를 증명하는 귀한 무대였다. 공연은 인간 감정의 궤적을 따라가는 네 개의 정서적 테마로 구성되었다. 오프닝 〈안드로메다〉를 시작으로 ‘사랑’, ‘그리움’, ‘삶’, ‘위로’의 서사가 부산콘서트홀의 입체적 음향을 타고 관객의 마음속으로 깊이 스며들었다. 1. 사랑, 가장 순수한 떨림의 시작 사랑은 설명할 수 없기에 더 깊고, 닿을 수 없기에 더 오래 머문다. 이 흐름 속에서 사랑의 이야기는 거창한 고백이 아니라, 타인의 눈물을 먼저 알아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첫사랑〉이 품고 있는 가장 순수한 감정은 지나갔지만, 그 떨림은 평생의 기준으로 남는다. 김효근의 가곡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존재를 흔드는 근원적 울림으로 그려낸다. 〈어느 행복한 아침에〉는 그 대표적인 예다. 사랑을 말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깊이 고백하는 이 곡은, 사랑이란 결국 타인의 슬픔을 대신 감당하려는 마음임을 일깨워주었다. 2. 그리움 , 시간 너머로 이어지는 감정 두 번째 테마는 ‘그리움’이다. 김효근의 음악에서 그리움은 과거를 향한 회상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는 감정이다. 그의 선율은 늘 ‘지나간 것’이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노래한다. 공간의 깊이감을 더하는 콘서트홀의 울림 덕분에, 듣는 이들은 각자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호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