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류근의 시 ‘ 어떻게든 이별’존재가 불행을 통과하는 방식

[손영미 칼럼] 류근의 시 ‘ 어떻게든 이별’존재가 불행을 통과하는 방식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랑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된 질문이자, 가장 단호한 응답이다. 류근의 시 〈어떻게든 이별>은 이 질문과 응답이 불행과 행복이라는 역설적 틀 속에서 어떻게 충돌하고, 또 어떻게 화해하는가를 보여준다.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불행한 세상에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이 있어서 행복했고 사랑하는 사람 당신이어서 불행했습니다. 우린 서로 비껴가는 별이어야 했지만, 저녁 물빛에 흔들린 시간이  너무 깊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서로를 붙잡을 수 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꽃이 피었고 할말을 마치기에 그 하루는 나빴습니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을 만나서 참으로 남김없이 불행했습니다 첫 구절, “당신을 만나서 불행했습니다. 남김없이 불행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이 역설은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찌른다. 우리는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구원을 꿈꾸지만, 동시에 그 만남은 필연적으로 상처와 이별을 내포한다.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인간은 세계 내 존재로서 타인과 얽히며, 그 얽힘은 불안과 가능성을 동시에 낳는다. 류근의 화자는 바로 이 불안을 “남김없이 불행한 행복”이라는 언어로 길어 올린다. 시 속에서 “비껴가는 별”은 원래 만나지 않아야 했던 운명을 상징한다. 그러나 “저녁 물빛”이라는 찰나적 아름다움이 그 운명을 흔들고, 두 존재를 얽히게 만든다. 이 장면은 사랑의 본질을 드러낸다. 사랑은 필연이 아니라 사건(event)이다. 들뢰즈의 말처럼 사건은 우연히 발생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그 우연이 “어쩔 수 없었던” 필연으로 변모하는 순간, 사랑은 이미 존재의 뼈 속에 새겨진다. 그런데 이 사랑은 손이라는 이미지로 응축된다. “서로를 붙잡을 수밖에 없는 단 한 개의 손이 우리의 것이었습니다.” 존재론적으로 손은 세계와의 접촉이며, 타인과의 첫 매개다. 우리가 세계를 붙잡고, 서로를 확인하는 방식은 손을 통해 이루어진다. 결국 이 사랑은 다른 가능성을 허락하지 않는 단일한 손의 선택이었고, 그것이 곧 불행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바로 그 손을 내밀 때에만 진정한 존재로 선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결별의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결별의 말을 남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이별은 부정이 아니라, 사랑이 남긴 마지막 형식이다. 꽃이 피는 순간 이미 시들음을 내포하듯, 사랑은 그 결말 속에서 완성된다. 카뮈가 “삶은 부조리하지만 그 부조리를 끌어안는 순간, 삶은 존엄해진다”고 말했듯, 이 시에서의 이별 또한 인간적 존엄의 언어다. 결국 류근의 <어떻게든 이별>은 한 개인의 연애담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사건을 통해 인간이 불행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 불행을 통해 어떻게 존재를 완성하는가에 대한 사유다. 우리는 불행 속에서조차 충만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언제나 남김없이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남김없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끝에서야 비로소 그 전모를 드러낸다. 이별은 그 완성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 니체 ▲사진=저녁이 물든 동네에서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훗가이도…

[손영미 칼럼] 손영미의 발라드 가요 ~ ‘효창동’

[손영미 칼럼] 손영미의 발라드 가요 ~ ‘효창동’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효창동’ 정연욱 (JEONG YEON WOOK)  작사, 작곡, 노래 오랜만에 발라드 곡을 소개해 본다. 가끔 안부를 주고받았던 작곡가 정연욱에게서 반가운 편지가 왔다. 서로 바빠 한동안 소식을 놓치고 지냈는데, 이렇게 멋진 곡을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신곡을 듣고 소개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나른한 주말 오후, 쇼파에 몸을 기댄 채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찰나, 새로운 뮤즈의 기운이자 기별이 찾아왔다. 그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스며들며, 옛 추억이 떠올랐다. 마음 따라, 선율 따라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나는 스무 살의 시간 속에 서 있었다. 육체는 빛났고, 정신은 설익었던 날들. 그 혼란스럽고도 날아오를 듯한 청춘의 한때. 우리는 세상이라는 길로 던져저 너는 너의 길로 나는 나의 길로 가며, 긴 이별이 된 숨 가쁜 시간들이 이어졌다. 정연욱은 90년대 중반 015B 객원 가수로 음악을 시작해 두 장의 정규 앨범과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돌연 대중음악인이 아닌 성악·크로스오버 장르의 가곡으로 무대를 옮겼다. 이후 바리톤 고성현, 소프라노 강혜정, 소프라노 김수연, 테너 류정필 등 국내 최정상 클래식 뮤지션들의 앨범을 프로듀싱하고 작곡하며 활동하던 그가, 오랜만에 본업인 가수로서 그리고 대중음악 작곡가로서 새로운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효창동” 정연욱 – 작사, 작곡, 노래 모든게 새롭게 돌아가던 2월의 어느 늦은 날 우린 처음 알았지 넌 참 예뻤었고 난 하나도 가진게 없던 그 시절…

[손영미 칼럼] 노래 한 곡이 주는 위대한 행복!

[손영미의 감성가곡] 노래 한 곡이 주는 위대한 행복!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바쁜 현대인들에게 정서함양과 육체적 건강까지 누리며 나를 알아가는 취미가 있을까?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웰빙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은퇴 이후에 자신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치열한 경쟁과 소모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