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칼럼] 선투자 후정산 콘서트 방식은 시대의 발명품이다

소비자 관점에서 진열대 상품에 올리는 마인드 필요

▲사진=탁계석 케이클래식 & 예술비평가회장 ⓒ강남구 소비자저널

 

[강남구 소비자저널=탁계석 칼럼니스트/평론가]

 

모든 상품은 결제를 지향한다, 나도 그렇다

상품도 안 되는데 명예나 자존심만 지키려 한다면? 물론 개인의 선택이고 자유죠.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할까에 대해 물을 필요는 있다는 겁니다. 상품이 되기 위한 노력, 상품이 되어서 지속적으로 팔릴 수 있다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누가 불러주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미끼도 없이 낚시를 하는 어리석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가져보자는 것이죠. 허송세월을 낚아달라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죠. 어마한 시간이 소모적으로 흘러갑니다. 운동성을 가진 연주가나 창작의 영감이란 지속되어야 하는 원리를 갖고 있죠.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란 말도 있지만 멈추면 시동이 꺼져 내연기관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죠. 작품이란, 연주가란, 무대를 떠나면 생기를 잃죠. 공연장을 순회할 때 엔도르핀이 솟는다는 것은 설명이 필요 없는 일종의 생리죠.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이어서 (1) 내 작품이 알려져 있는가? (2) 내가 알려져 있는가? (3) 상품으로서 매력이 있는가? 이러 저러한 조건들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지원금을 받는 것은 좋지만 지속성이 어렵기 때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나중에 반드시 사고가 발생합니다. 지원금으로 판을 잔뜩 키웠다가 축소되면 갈등과 번민이 생깁니다. 붕떴따가 추락하는 비행선이거나 탱탱한 풍선에 바람이 빠져있는 형국이 되어 버리죠.

 

최소 경비 몸투자로 연주회 얻는다면 이것은 남는 사업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나 방식이 있을까요? 선투자, 몸 투자로 브랜드 알리기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후정산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죠. 실제 현금 수익이 없다 해도 연주 한 결과는 고스란히 갖는 것이니 절대 손해가 아니라는 겁니다. 기획을 하는 입장에선 개런티 부담이 없으니 창의와 모험과 혁신,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 것이죠. 물론 함께 팀원이 되어 프로그램을 기획에서부터 완성에까지 동참하는 방식입니다.

수익만 따져서 하는 음악회가 거의 95%가 넘으니 이를 제압하는 것이 창의력 프로젝트니까 서로 살아날 수 있는 기회를 잡자는 것이죠. 이런 개척과 실험, 독립군 의식을 갖는 동지들이 모여 작업을 한다면 놀라운 성과로 가는즉 방향성이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느슨한 시장에 타격을 주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겁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어마한 R&D(연구개발 투자)를 하는 것에 비해 우리 극장, 우리 아티스트는 거의 원천 봉쇄되어 있아요, 그래서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 10년을 홍보했다고는 하나 K 클래식은 아직 너무 생소한 브랜드입니다. 그렇다고 후원을 기다리는 것은 안되고, 더는 시간을 늦추어서는 안되는 K 콘텐츠 시간이기에 물들 때 배를 띄워야 합니다.

 

K클래식은 신 항로 개척의 선구자, 안되는 것 골라서 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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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투자 후 결산 콘서트입니다. 자신의 교통비와 식비를, 홍보비를 제외한 나머지 그 투자한 결과를 세어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정산 후 결산하는 콘서트 방식은 한계에 빠진 시장에 수로를 낼 수 있는 경영이 될 것입니다. 어떤 경우든 선택은 자유이고 그 결과도 당신의 몫입니다. 그 어마한 시간과 땀과 눈물로 일궈낸 콩쿠르 등 아티스트로서 출발의 문턱에서 좌절한다면 이보다 냉혹한 강요가 또 있을까요? 사회를 탓하기 보다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긍정의 인사를 나눕니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건이 열리는 행사들 틈 사이에게서 티켓을 팔고, 선택되는 아티스트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K 클래식이 새 항로를 열고 글로벌 투자 마인드의 인재를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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