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미 칼럼] 사랑! 그것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미학의 노래

[손영미 칼럼] 사랑! 그것은 내어줌과 기다림의 미학의 노래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 임긍수 작사·작곡 「사랑하는 마음」 여름을 서서히 보내며 신선한 가을을 예찬하는 마음으로, 예술가곡 한 편을 소개한다. 사랑의 시작과 열정이 여름이었다면, 사랑을 관조하며 바라보는 계절은 아마도 가을일 것이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의 지친 더위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나무 그늘처럼 편안한 곡이다. 연이어 가슴 열어 모든 것을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어머니 품 같은 사랑의 곡조로 노래는 푸르고 시린 마음을 담아내었다. 또한 사랑의 본질을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비움과 헌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자기 비움의 사랑 “나 가진 것을 모두 다 드리고, 나 있는 것을 모두 다 비우고”라는 반복 구절은 사랑을 통해 자기 존재를 상대에게 전적으로 내어주는 헌신적 태도를 강조한다. 시간과 계절의 비유 “낙엽은 지고 비바람 불어와도 기다리는 봄날이 꿈에 있듯이”라는 대목은 시련과 고난을 넘어 찾아올 희망을 계절적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이는 한국 가곡의 특징인 자연과 인간 감정의 기로를 잘 보여준다. 사랑의 영속성 “햇살은 그토록 눈부시게 오고 또 와도 꽃이슬 여전히 맺혀 있듯이”라는 구절은 사랑의 순수성과 반복적 지속성을 상징하며, 음악적 여정과도 조화롭다. 즉, 이 곡은 비움,기다림,영원성이라는 구조로 주제를 전개한다. 특히 이곡에 음악적 특징은 임긍수의 음악만의 고유한 가곡과·대중가요·성가적 정서가 교차하는 크로스오버적 성격을 띤다. 「사랑하는 마음」 역시 단순하면서도 감정의 고조를 효과적으로 담아낸 선율을 지닌다. 선율의 직선적 흐름,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음정 도약을 절제해 담백한 진정성을 드러낸다. 반복을 통한 강조 1절과 2절이 대조를 이루며 반복되는데 이는 마치 기도문 같은 울림으로 청자의 내면을 깊게 두드린다. 조성의 안정감 급격한 전조나 극적 변화를 피하고 화성적으로 안정된 구도를 유지하며 ‘사랑의 확고함’을 음악적으로 구현한다. 이후 선율은 반복 속에서도 점차 내면의 울림을 확장하게 된다. 임긍수작곡자의 음악 세계 임긍수(1945~ )는 어린 시절 풍금과의 운명적 만남을 계기로 음악에 입문했다. 독학의 열정을 바탕으로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고, 이후 주옥같은 곡들을 발표했다.  초기작 「그대 창밖에서 ,박화목 시는 섬세한 선율과 시적 해석으로 주목받았으며, 「강 건너 봄이 오듯이」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연주로 세계 무대에서 울려 퍼졌다. 이외에도 「안개꽃 당신」, 「물망초」, 성가곡과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을 모색해왔다. 이와 같이 그의 가곡은 전통 가곡의 서정성, 대중가요의 친근성, 성가적 헌신성이 결합된 독창적 색채를 지닌다. 맺으며 「사랑하는 마음」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임긍수의 대답은 분명하다. 사랑은 소유의 욕망이 아니라 내어줌이며, 조급한 충족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서 완성된다. 이 곡은 단순한 연가(戀歌)가 아니라, 사랑의 본질을 비움과 인내의 미학으로 길어 올린 성찰의 노래다. 더욱이 이 노래의 가사는 지금도 그의 아내 묘비명에 새겨져 있다. 세월의 비바람에도 지워지지 않은 그 글귀는 두 사람의 간절하고 순정한 사랑을 오늘도 빛내고 있다. 마치 노래가 영원의 언어가 되어, 땅 위와 하늘을 잇는 다리가 된 듯하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마음」은 단순한 가곡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미학을 노래하는 한 편의 시이자, 인생의 고비마다 마음을 붙드는 삶의 지혜,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영혼의 기도다. •글 · 손영미 (극작가·시인 & 칼럼니스트) ▲사진=임긍수 작곡가 ⓒ강남 소비자저널 ▲사진=임긍수 작곡가(우)와…

[손영미 칼럼] 공연무대! 살아 있는 순간예술, 시간예술의 마력

[손영미 칼럼] 공연무대! 살아 있는 순간예술, 시간예술의 마력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무대가 열리는 순간, 시간은 달라진다. 공연은 멈춰진 그림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처럼 오직 ‘지금 여기’에서만 존재하는 생생한 예술이다. 배우의 숨결, 연주자의 떨림, 무용수의 호흡 하나까지… 모든 것이 단 한 번뿐인 시간 속에서 피어났다 사라진다. 바로 이 ‘찰나의 예술’이 공연예술의 본질이자 마력이다. 2025년 7월 28일 저녁 6시 30분, 푸르지오 아트홀. 제43회 서울 예술 가곡제 무대에 또 한 번 몸을 실었다. “노래 한 곡에 진심!” 으로 오늘도 숙제하듯 한 무대를 완주했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가곡의 서사, 희망의 울림’. ‘노래로 엮은 민족의 기억’을 주제로, 서울 우리예술가곡협회 연주자들과 함께… 시인의 노래, 작곡가의 혼, 그리고 우리의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익히 익숙했던 곡이었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마음은 늘 새롭고 긴장된다. 1부 세 번째 순서로 무대를 마친 뒤, 2부의 다른 연주자들의 무대를 관람하며 또 하나의 깊은 배움을 얻었다. 예술에서 완성은 없듯, 연습으로 익힌 악보의 스케일도 순간의 무대에서는 다시 태어난다. 공연은 매번 다르고, 그때의 공기와 감정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늘 무대는 살아 있다. 그곳에서 삶은 단지 재현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태어난다. 장면은 대본을 넘어서고, 음악은 악보를 벗어나며, 말은 언어를 넘어 감정이 된다. 오늘의 무대에서 나는 ‘신아리랑’을 불렀다. 광복 80주년, 민족의 아픔을 소환하는 무대 위에서, 그 노래는 또 다른 깊이로 여며졌다. 공연 후 시노래 시인들, 임긍수 작곡자님과의 음악평 속에서, 나는 오늘도 또 한 걸음을 배웠다. 더 진심으로, 더 소리답게… 무대 위 예술가와 객석의 관객은 그 시간을 함께 건너는 동반자다. 그래서 공연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공존의 체험’이다. 지나가야만 비로소 새겨지는 시간예술, 그 위대함 속에서 우리는 기억하고 느끼며, 변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또 공연장으로 간다. 한 편의 공연이 끝나면, 그 여운은 삶의 기억이 되고, 다시 새로운 무대가 열리면, 우리는 또다시 그 생생한…

[손영미 칼럼] 매혹적인 음색과 열정 프리마돈나 이규도 추모음악회

[손영미 칼럼] 매혹적인 음색과 열정 프리마돈나 이규도 추모음악회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지난 8 일 토요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는 고(故)이규도 교수를 기리는 추모 음악회가 열렸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큰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공연은 인터미션 없이 진행된 깔끔한 연출로 고(故) 이규도 교수를 기억하고, 그녀와의 소중한 추억을 되살리는 데 집중되었다. 특히 제자들이 준비한 이번 공연은 이규도 소프라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