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수 칼럼]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시사점

[정봉수 칼럼]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와 시사점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사건 경위)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지사장은 2024년 2월 1일 입사한 후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체 직원 15명 중 6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및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였다. 해당 직원들은 진술서를 작성하여 지사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고, 지사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집단으로 퇴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한 본사는 2024년 11월 담당 임원을 한국에 파견하여 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사건을 맡은 본 노무법인은 피해를 신고한 직원 6명, 참고인 4명 및 지사장인 피신고인을 조사한 후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하였다. 신고된 행위는 총 18개였으며, 조사 결과 그중 12개 행위가 관련 법령 또는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행위의 정도가 중대하였고, 지사장이 더 이상 한국지사장의 직책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하 간의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태임이 확인되었다. 지사장은 한국지사 조직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직장 내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금지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가 되었다. 특히 회사의 윤리행동강령은 관리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고 스스로 본보기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리행동강령 위반행위가 8개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위행위는 지사장이 입사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전체 부하직원 15명 중 6명의 신고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에 회사는 2024년 12월 30일 지사장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하면서 구체적인 비위행위를 적시하였다. 이와 함께 지사장이 퇴직합의서에 서명할 경우 2개월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는 권고사직 제안도 하였다. 지사장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해고를 당하는 것보다 합의퇴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합의퇴직 제안을 수용하였다. 이하에서는 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사례로 삼고자 한다. II. 직장 내 괴롭힘 및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 1. 회식자리에서 폭언 및 90도 문안 인사 지시 (1) 신고인 1의 진술: 2024년 2월 1일 지사장의 부임 회식 자리에서 폭언과 협박이 있었다. 사장은 내가 말끝마다 ‘요’자를 사용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왜 ‘다’나 ‘까’를 사용하지 않느냐며 정색하면서 나무랐다. 순간 당황하여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대화를 이어갔지만,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계속 ‘요’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사장은 갑자기 격분하며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이 새끼야”, “어디서 건방지게 말투를 그 따위로 하고 있어!”, “개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냐? 어디서 요자야!” 등의 폭언과 욕설을 하기 시작하였다. (2) 신고인 2의 진술: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여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하였다. 회식 장소는 회사에서 약 10∼15분 정도 떨어진 횟집이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술을 마셨는데, 나는 술이 약한 편이어서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피곤하고 발도 가려워 다리를 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장이 나를 노려보면서 “어디 내가 얘기하는데, 어디 씨발 네가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있냐”라며 욕설과 함께 폭언을 하였다. (3) 90도 문안 인사 지시 <신고인 1>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오전에 사장실 밖에서 간단히 목례로 인사하였더니 사장이 사장실로 잠시 들어오라고 하였다. 이후 “인사를 왜 그런 식으로 하나. 하려면 똑바로 90도로 하라”고 말하였다. 직원들은 그때까지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 정도를 해왔는데, 사장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정확하게 자신에게 와서 90도로 인사하라고 지시하였다. 또한 다른 직원들에게도 이를 전달하라고 하였다. 내가 모든 직원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이○○ 차장에게 해당 지시를 전달하였다. 그 이후부터는 매일 사장이 출근하면 사장실로 찾아가 90도로 인사하였다.   2. 사적 이익 도모 (1) 자신의 책 구매 강요 <신고인 1, 2, 3> 사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단둘이 있을 때 먼저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가 책을 썼는데 말이야. 너 안 읽어봤냐?”라고 물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자 “너는 사장이 쓴 책을 어떻게 읽어보지도 않을 수가 있냐”라고 말하면서 계속 책 이야기를 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나 외부 미팅을 위해 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되었다. 내가 책을 구매했다고 말할 때까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반복하였다. (2) 내기 골프 강요 <신고인 1, 2> 사장은 직원들과 골프를 할 때 내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2024년 6월 25일과 2024년 8월 7일에 골프를 쳤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처럼 상대적으로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잃을 수밖에 없었고, 그날도 약 15만 원 정도를 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장이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였기 때문에 억지로 내기 골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3) 보너스에 대한 감사 표시와 대가 요구 <신고인 1> 인센티브 보너스를 받게 되었는데, 사장이 나에게 “제 덕에 전무님도 돈을 받게 되었으니까 술 한잔 사셔야죠. 골프도 한 번 치셔야죠”라고 말하였다. 이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신고인 2> 당시 사장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직원들이 보너스를 받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똑바로 해”라고 말하면서 “나한테 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골프를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3. 해고를 언급하며 고용불안 조성 <신고인 1> 사장이 HR에 영업 부문 직원인 나와 신고인 2, 신고인 3 중 반드시 한 명은 내보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내가 9월 25일 사장과 크게 언성을 높이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사장은 본사 영업팀 이사가 영업팀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라고 하였지만, 자신이 이를 막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였다. <신고인 3> 사장과 함께 차로 이동하던 중 사장이 나에게 “회사 윗선에서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직원들과 잘 지내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이미 윗선에서도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내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4. 부당한 지시 거부에 대한 보복성 폭언 및 업무 배제 (1) 부당한 요구 및 이에 대한 거부 <신고인 5> 6월경 회사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행사 준비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사장이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한 권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법인카드로 자신의 책을 구매하라고 지시하였다. 당시 행사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규모였으며, 해당 책의 내용은 행사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 책을 구매하지 않았다. (2) 업무능력 비하 6월에 내가 “사장님께서 추진하고 싶은 마케팅이 무엇인지 함께 공유해주시고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사장은 느닷없이 “김 부장, 너의 칼이 준비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르는데, 네 칼이 짧은 칼인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그것을 왜 너에게 공유하겠느냐”, “칼을 뽑았는데 빈 칼이라면 어떡하느냐. 서로 민망한 상황은 만들지 말자”라고 말하였다. 사장은 나를 마케팅 매니저라는 직책을 가진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세일즈 어드민 업무를 하면서 나이만 든 여성 직원으로 치부하였다.…

SPSS 통계분석 및 AI 활용 논문제작 여름특강, 연구자들의 실질적 역량 강화

‘SPSS 통계분석 및 AI를 활용한 논문제작 여름특강’ 성황리에 개최

[강남 소비자저널=정현아 기자] 통계분석부터 AI 활용 논문작성까지… 연구자 맞춤형 실습·개인별 논문지도 진행 ‘SPSS 통계분석 및 AI를 활용한 논문제작 여름특강’이 지난 8일 서울 신도림 인근 숭실사이버대학교 구로캠퍼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창의실용교육학회(숭실사이버대) 에듀테라피가 주최·주관한 이번 특강은 통계분석에 어려움을 느끼는 대학원생과 연구자들에게 실질적인 연구…

[손영미의 감성가곡] 가을의 기도

[손영미의 감성가곡]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 · 안정준 작곡 – 노래 | 소프라노 김영미 · 소프라노 김향란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가을 들판이 천천히 무르익어 간다. 하늘에는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은 한결 낮아진 목소리로 나뭇잎 사이를 지난다. 계절이 이토록 깊어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김현승의 시에 안정준이 선율을 입힌 <가을의 기도〉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지만, 김현승에게 가을은 오히려 자신을 비우는 시간이었다. 열매가 익을수록 가지는 낮아지고, 나무가 잎을 내려놓을수록 하늘은 더 많이 보인다. 어쩌면 시인은 그 오래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이 끝내 배워야 할 겸허를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세 연을 이끄는 ‘~하게 하소서’라는 간절한 어조는 이 시를 한 편의 기도문처럼 만든다. 그러나 그 기도는 무엇을 더 갖게 해달라는 청원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게 해달라는 간구에 가깝다. 기도하고, 사랑하고, 마침내 홀로 서는 것. 그 세 단계 끝에 시인은 ‘절대 고독’의 자리로 걸어 들어간다. 김현승의 고독은 쓸쓸함이나 단절과는 조금 다르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외로움이 아니라, 온갖 소음과 욕망을 걷어낸 뒤 비로소 자기 영혼과 마주하는 고요에 가깝다. 그래서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라는 구절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지니댄스지도자협회, 동백호수공원 자선 바자회 수익금 1,000만 원 성황리에 전달

지니댄스지도자협회, 동백호수공원 자선 바자회 수익금 1,000만 원 성황리에 전달

-취약계층 개인 의료·자립 지원 및 4개 지역 복지·문화 기관에 후원금 전달-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사단법인 지니댄스지도자협회(이하 지니댄스지도자협회)가 지난 5월 동백호수공원 야외무대에서 개최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자선 바자회 & 댄스 공연’을 통해 모금된 수익금 총 1,000만 원을 지역사회 취약계층과 관련 기관에…

[손영미의 감성가곡] 누군가가 그립다

[손영미의 감성가곡] 누군가가 그립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그리움은 사랑이 떠난 자리가 아니라,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는 문득 소나기 한 줄기가 그리워진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비처럼, 지친 마음에도 잠시 쉬어갈 여백이 필요하다. 사랑도 그렇다. 너무 뜨거우면 서로를 태우고, 적당한 그리움이 있을 때 비로소 오래 머문다. 그래서 그리움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사랑이 깊어지는 또 하나의 계절이다. SJ Park의 섬세한 선율과 정단의 시적인 언어가 만난 <누군가가 그립다〉는 바로 그 계절을 노래한다. 이 노래에서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차오른 그리움이 하늘을 빌려 흘러내리는 감정의 은유다. “빗물인지 눈물인지”라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슬픔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려낸다. 어느새 우리는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라는 구절은 기억의 본질을 일깨운다.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보다 마음을 먼저 기억한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일수록 세월은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고 선명하게 새겨 놓는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겨울과 흰 눈의 이미지는 더욱 인상적이다. 낙엽이 이별의 시간을 상징한다면, 눈은 모든 상처를 덮어 주는 용서와 정화의 은유다. 그러나 눈부시게 하얀 풍경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다. 이 노래는 떠난 사람을 붙잡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자신의 시간을 조용히 품고 살아가는 사람의 노래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랑은 끝날 수 있어도, 사랑했던 시간의 아름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립다〉는 단순한 이별의 노래를 넘어, 사랑이 기억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노래하는 감성가곡이다. 삶을 깊이 살아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절제된 그리움의 품격이 이 노래의 가장 큰 울림이다. 특히 고성현의 깊고 절제된 바리톤은 이 곡의 서정을 더욱 깊게 완성한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한 음 한 음 눌러 담아내는 그의 목소리는 그리움을 절규가 아닌 삶을 통과한 사람의 담담한 고백으로 승화시킨다. 결국 <누군가가 그립다〉는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던 자신의 삶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노래다. 그래서 이 노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인생이 깊어질수록 더욱 가슴에 스며드는 한 편의 시가 된다.   누군가가 그립다 SJ Park 작곡 / 정단 작사 / 고성현 노래   쏟아지는 비야 너는 내 맘 알고 있니 늘 울고 싶고 누군가가 그립다 상처 투성이 내 눈은 이제 보이지 않아도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 뚝뚝 떨어진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가을 지나고 올 겨울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서럽도록 아름답게…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청문회: 진실을 부르는 힘은 고성이 아니라 준비된 질문이다.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청문회: 진실을 부르는 힘은 고성이 아니라 준비된 질문이다.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청문회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뒤에야 나는 그날의 장면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았다. 책상에 앉아 다른 문서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대목에서 손이 멈췄다. 한 의원이 월드컵 경기 영상을 자료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질문이 전제한 그 선수는 이미 그라운드를 뛰고 있었다. 전제부터 어긋난 질문이었다. 그리고 코치를 향해 이어진 질문은 더 허망했다. 그래서 왜 졌느냐고. 그 한 장면만이 아니었다. 증인이 설명을 시작하면 말을 끊고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다그치는 장면, 떠도는 의혹을 사실인 양 전제하고 던진 질문,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반박에 자료 대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이어졌다고 언론은 전했다. 답변 태도를 두고 벌어진 실랑이에 질의 시간이 흘러가기도 했다. 물론 그날 모든 질문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심판 배정 구조의 이해충돌을 파고든 질의처럼, 자료를 읽고 온 질문은 분명히 남았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나는 영상을 껐다가 다시 켰다.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부끄러워서였다. 저 자리를 맡긴 사람 중에 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를 열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석에 앉았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협회 운영 전반을 따져 묻겠다는 취지였다. 위원장은 시작에 앞서 성적 부진만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전해진 장면들은 그 다짐과 자주 어긋났다. 2024년 현안질의와 국정감사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이 되풀이됐고, 채택된 참고인 열세 명 가운데 실제로 출석한 사람은 네 명이었다. 고성은 회의장을 가득 채우지만, 준비되지 않은 질문은 확인되어야 할 사실을 회의장 밖으로 밀어낸다. 오해를 피하고 싶다. 이 글은 축구인을 탓하려는 글이 아니다. 국회를 조롱하려는 글은 더더욱 아니다. 축구 현장은 오랜 세월 땀으로 버틴 사람들의 세계이고,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묻는 공적 기관이다.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한다. 감독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공개된 절차와 실제 절차의 간극을 복원하는 일이다. 회장 한 사람을 단죄하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의 사슬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군가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제도다. 여기서 AI를 생각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AI에게 답을 맡기자는 말이 아니다. 질문할 권한은 국민이 국회에 맡긴 것이고, 최종 판단은 선출된 대표자의 몫이다. 다만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회의록과 보도자료, 감사 결과와 지난 질의의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정렬하는 일. 같은 사안을 두고 증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대조하는 일. 보좌진이 사흘 걸려 겨우 표 한 장으로 만들던 것을 반나절 만에 초안으로 세우는 일. 그 초안 위에서 사람은 비로소 생각할 시간을 얻는다. 질문서 한 장이 달라졌다면 그날의 풍경도 달라졌을 것이다. 왜 졌느냐고 묻는 대신, 어느 회의에서 어떤 기준으로 최종 후보군이 좁혀졌는지 물을 수 있었다. 공개된 절차와 실제 진행된 절차가 갈라지는 지점을 의원이 표 한 장으로 들이밀 수도 있었다. 그 결정에 서명한 사람, 보고받은 사람, 이견을 냈다가 기록에서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차례로 짚어 갈 수도 있었다. 질문이 이렇게 바뀌면 답변은 감정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AI는 국회의원을 대신할 수 없다. 대신, AI는 부실한 질문이 국민의 질문으로 자라도록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국회가 AI를 모르는 공간도 아니다. 국회도서관은 뉴스와 소셜 데이터, 국회 안팎의 자료를 융합 분석해 의정 현안과 관련 자료를 제시하는 ‘AI시사분석 아르고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의회연맹이 펴낸 「의회를 위한 AI 지침」의 핵심도 분명하다. AI는 민주적 숙의와 의사결정에서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확장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구는 이미 와 있다. 남은 문제는 그 도구를 질문의 품격으로 바꿀 역량이다. 물론 반론이 있다. 정치인이 AI에 기대면 더 위험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타당한 걱정이다. 검증 없이 들고 나온 질문은 청문회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AI는 틀린다. 맥락을 오해하고, 없는 근거를 그럴듯하게 채워 넣는다. 그것을 사실로 포장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므로 원칙이 필요하다. 출처를 확인할 것. 자료를 원본과 대조할 것. 개인정보와 민감 정보는 넣지 말 것. 마지막 질문의 책임은 의원과 보좌진이 질 것. 결국 준비를 마친 사람이 묻는 청문회여야 한다. 축구도 결국 질문의 경기다. 좋은 패스는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 공간을 읽고, 시간을 재고, 다음 장면을 미리 상상해야 겨우 나온다. 청문회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두 경기의 결과를 함께 물려받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도 동네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이다. 그중 누군가는 언젠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그날 그 아이 앞에 남아 있을 것은 이번에 확인된 사실과 그래서 바뀐 규정뿐이다. 고성은 그때까지 남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분노는 하루치 기사를 만들고, 준비된 질문은 한 줄의 기록을 남긴다.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언제나 기록 쪽이다. 우리도 회의에서, 교실에서, 저녁 밥상에서 누군가를 몰아붙이기 직전에 잠시 멈출 수 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어떤 자료가 필요한가. 내 분노는 사실 위에 서 있는가. 오늘의 작은 실천은 이 세 문장을 소리 내지 않고 되뇌어 보는 일이다. AI 시대의 시민성은 답을 빨리 얻는 능력에서 오지 않는다. 물어야 할 것을 끝까지 물을 준비를 갖추는 데서 온다. 경기장에서 길을 잃은 공은 훈련으로 돌아가야 하고, 청문회장에서 길을 잃은 질문은 준비로 돌아가야 한다. 그날 내가 영상을 껐다가 다시 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나는 아직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다음 청문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물어야 하는가? 참고자료 1. 연합뉴스, 「국회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개최…감독 선임 등 운영 전반 지적(종합)」, 2026.7.30. 2. YTN, 「문체위, 오늘 축구협회 청문회…정몽규·홍명보 출석·답변 주목」, 2026.7.30. 3. 일간스포츠, 「“왜 졌어요”·“예·아니요로만 답하세요”…또 입 막고 호통만 치고 ‘허탕’」, 2026.7.30. 4. 이데일리, 「답변 막고 호통만…축구협회 따지던 국회 청문회 오히려 ‘자살골’」, 2026.7.30. 5. 스포츠경향, 「고압적인 심판위원장, 각종 질문에 ‘회피성 대답’ 남발한 간부…축구협회 ‘성토의 장’이 된 문체위 청문회」, 2026.7.30. 6. 국회도서관, 「AI시사분석 아르고스」 서비스 소개. ▲사진=구글 제미나이(나노 바나나2)가 생성한 이미지 – 호통치는 의원과 당황한…

‘K-AI 아트 거장’ 장인보 감독, Ai 기술에 체온을 더하다,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 성황리에 막 내려

‘K-AI 아트 거장’ 장인보 감독, Ai 기술에 체온을 더하다,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 성황리에 막 내려

– 생명존중의 진심, AI 예술과 만나다…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뜨겁게 달군 5일간의 감동 기록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차가운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위에 25년간 이어온 따뜻한 생명존중의 온기가 피어올랐다. ‘K-AI 아트의 거장’ 장인보 감독이 AI 총괄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한 ‘2026 제2회 애니멀 아트 페스티벌(2026 2nd Animal Art Festival)’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특별관에서 관람객들의 뜨거운 찬사 속에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동물의 미래가 인류의 미래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진 이번 축제는, 기술과 미학, 그리고 생명 윤리가 하나로 융합된 미래형 다원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월하의 우주 고래 (The Cosmic Whale Under Moonlight) ■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은 25년 봉사의 삶… ‘진정성’이 만든 울림 G20 정상회의, 평창동계올림픽, APEC 정상회의 등 국가적 대형 이벤트의 연출을 맡아온 대한민국 대표 베테랑 대중예술가 장인보 감독. 그 화려한 이력보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인 것은 그의 삶에 깊게 뿌리내린 ’20여 년간의 진심 어린 봉사 철학’이었다. 청년 시절 유기동물 보호소의 청소를 하고 목욕을 시키는 현장 봉사부터 시작해, 구조하는 일을 해 오며, 아이들을 돕는일을 어떻게 더 다양한 시각으로 많이 전파가 될까?라는 생각에  한강변에서 시작된 서울동물영화제, 한국 동물 페스티벌, 영화제, 펫션쇼에 이르기까지—장 감독은 문화적 캠페인을 통해 ‘생명존중’의 메시지를 세상에 전파하는 데 자신의 달란트(재능)를 묵묵히 진행해왔다. 단순히 상업적으로 소비되는 동물 문화가 아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된 문화 향유의 주체가 되고 동물과 인간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성숙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그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이번 페스티벌의 뼈대가 되었다.   ■ 차가운 기술에 영혼을 불어넣은 ‘AI Zone’… 이태리 베니스 비엔날레 최초 공개된 명작들에 관람객 감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초청 및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기획전을 성료하며 세계 예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장 감독은 이번 페스티벌의 핵심인 ‘AI Zone’을 총괄 기획하며 또 한 번 거장의 면모를 과시했다. 전국 136명 작가의 450여 점 작품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장인보 감독이 최초 공개한 AI 캔버스 작품들이었다. ᄋ <상상 너머의 시선> (72 x 50cm, AI on canvas, 2026) 인간과 동물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심오한 감정과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캔버스 위 정교하게 직조된 AI 아트를 통해 관람객에게 깊은 사유의 시간을 선물했다. ᄋ <서로 다른 시선> (2026) (72 x 50cm, AI on canvas, 2026)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의 가치를 동물이 바라보는 시점과 사람이 바라보는 시선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서로의 다른 시각을 담아냈다. ᄋ <분홍빛 도자 정원>: 타인의 시선과 감시 속에서 위태롭게 주체성을 지켜내는 현대인의 자아를 아름답고도 기괴한 환상으로 엮어내 예술적 경탄을 자아냈다. 전시를 찾은 미술 관계자는 “장인보 감독의 AI 아트는…

한국·브라질 슈퍼콘서트 올해 열린다

한국·브라질 슈퍼콘서트 올해 열린다

– ‘브라질 정상급 아티스트+POP 대표 아이돌 콜라보’ 글로벌 문화교류 프로젝트 – 브라질 대사관-KBS 비즈니스-마이다스 엔터테인먼트 손잡고 본격 추진 – 콘서트와 예능 결합한 새로운 한·브 문화 콘텐츠 탄생 [강남 소비자저널=김은정 대표기자] 마이다스엔터테인먼트(대표 김재관)가 KBS 비즈니스(대표 이재환), 주 대한민국 브라질 대사관과 함께 대한민국과 브라질 양국의 문화교류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인 ‘한· 브 문화교류 슈퍼콘서트’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양국의 문화와 예술을 함께 나누는 글로벌 문화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 로 하고 있다. 마이다스엔터테인먼트 측은 KBS 비즈니스 측과 함께 최근 브라질대사관 관계자들 과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했으며, 브라질대사관 역시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와 문화적 가치에 깊이 공감하며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슈퍼콘서트에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방문해 공연을 펼칠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POP 아이돌과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해 양국 문화가 하나 되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공연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이다스엔터테인먼트 측은 브라질 아티스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전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 제작도 함께 추진 중이라 고 밝혔다. 브라질 아티스트들의 한국 문화 체험, K-POP 아티스트들과의 교류, 공연 준비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예능 콘텐츠로 제작해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 정이다. 이번 슈퍼콘서트 장소는 서울 화곡동 KBS 아레나(KBS비즈니스 운영)로 예정돼 있으며, 이와 관련해 KBS 비즈니스 측과 협력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최고의 중형 공연장(3천석 규모)과 풍부한 공연 노하우를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글로벌 문화 축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마이다스엔터테인먼트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대한민국과 브라질이 음악과 문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더욱 깊게 만드는 뜻깊은 문화교류 사업이 될 것”이라며 “양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함께하는 역사적인 무대를 성공 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최 측은 출연 아티스트 라인 업과 공연 일정 등 세부 사항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과 브라질 간 문화교류 확대는 물론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왼쪽부터 마이다스엔터테인먼트 우홍성 부사장, 이다스엔터테인먼트 김재관 대표이사, 브라질 대사 페르난도…

[정봉수 칼럼] 약정휴가의 종류와 운영방법

[정봉수 칼럼] 약정휴가의 종류와 운영방법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1. 개념   약정휴가는 사용자의 승인,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유급휴가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무를 면제해주는 휴가로 경조휴가, 병가, 하계휴가, 특별휴가 등이 있다. 약정휴가는 연차유급휴가, 산전산후휴가, 배우자출산휴가와 같이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고 근로자들의 복지차원에서 도입된 휴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정휴가를 설정해놓지…

[손영미 칼럼] 한여름 태양을 마주하는 용기, 웰링턴 CC코스가 열어준 길 위에서

[손영미 칼럼] 한여름 태양을 마주하는 용기, 웰링턴 CC코스가 열어준 길 위에서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장마가 물러난 자리에 본격적인 한여름이 들어섰다. 짙어진 녹음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하늘은 한층 더 높고 강렬해졌다. 골프는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스포츠다. 계절은 같은 코스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꾸어 놓고, 자연은 그날의 플레이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동반자가 된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열기와 정수리를 내리쬐는 태양 앞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삶의 베테랑과 초보자의 경계마저 희미해진다. 결국 골프는 자연을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자연과 호흡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잘 설계된 코스는 이처럼 혹독한 더위 속에서도 골퍼에게 길을 내어준다. 경기도 이천의 수려한 자연 속에 자리한 웰링턴 CC는 태양을 피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게 이끄는 품격 있는 코스다. 라운드가 이어질수록 코스 곳곳에 스며든 송호 골프코스 디자이너의 설계 철학이 선명히 드러난다. 인위적인 손길보다 능선과 계곡, 숲의 흐름을 존중하며 완성한 27홀은 신화 속 수호동물의 이름을 빌려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전략을 품고 있다. 송호 디자이너는 말한다. “골프란? 골프장 코스를 만드는 일이든 플레이하는 일이든, 결국 신이 빚어놓은 자연과 동행하는 일이다. 코스 디자인은 신의 작품 위에 사람의 손길을 더하는 경건한 작업이다.” 그의 철학은 웰링턴 CC 곳곳에서 고스란히 읽힌다. ■ Griffin Course  숲이 들려주는 전략의 언어 그리핀 코스는 울창한 원시림과 계곡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포레스트 레이아웃이다. 홀마다 독립성이 뛰어난 덕분에 다른 팀의 방해 없이 자연과 스스로의 플레이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착지 지점(IP)에 절묘하게 배치된 벙커와 계류는 장타보다는 정확한 클럽 선택과 신중한 레이업을 요구한다. 힘보다 지혜가 빛을 발하는 코스다. ■ Wyvern Course 도전 정신을 깨우는 입체적 무대 와이번 코스는 깊은 계곡과 능선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챔피언십 코스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경은 골퍼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지만, 그 이면에는 고저차와 바람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과감한 티샷과 치밀한 계산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코스는 길을 허락한다. ■ Phoenix Course 평온함 속에 숨겨진 섬세한 시험 피닉스 코스는 넓은 호수와 평원이 어우러져 가장 부드럽고 유려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린 주변의 난해한 언듈레이션과 정교한 핀 위치는 마지막 퍼트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가장 평온해 보이는 코스가 오히려 가장 섬세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웰링턴 CC의 진가는 독창적인 설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계절 푸른 페어웨이를 유지하기 위한 오버시딩 관리, 골퍼의 기량에 맞춘 6단계 티잉 그라운드, 앞뒤 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10분 간격 티오프 운영까지. 골퍼를 향한 세심한 배려와 가치가 코스 전체에 깊게 스며 있다. 평소 이곳의 그린은 3.0m 안팎의 빠른 스피드로 명성이 높지만, 최근 이어진 잦은 비의 영향으로 이번 라운드에서는 평소보다 다소 부드럽고 느린 컨디션을 보였다. 그럼에도 균형 잡힌 그린 관리와 자연스러운 언듈레이션 덕분에 웰링턴 CC만의 품격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골프는 결국 스코어를 남기는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가는 한 편의 기록이다. 좋은 코스는 단순한 실력 시험장을 넘어, 플레이어의 시선과 태도까지 바꾸어 놓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동반자들과 웃으며 걸을 수 있었던 하루. 그날의 ‘굿샷’은 버디의 숫자가 아닌, 자연을 존중하고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된 단 한 번의 스윙이었다. 좋은 골프장은 마음껏 행복하게 스윙하게 하며, 그 안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곳이다. 명품 코스란 단순히 좋은 스코어를 안겨주는 곳이 아니라, 좋은 골퍼를 다듬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된 골퍼는 결국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