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사건 경위)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지사장은 2024년 2월 1일 입사한 후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체 직원 15명 중 6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및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였다. 해당 직원들은 진술서를 작성하여 지사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고, 지사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집단으로 퇴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한 본사는 2024년 11월 담당 임원을 한국에 파견하여 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사건을 맡은 본 노무법인은 피해를 신고한 직원 6명, 참고인 4명 및 지사장인 피신고인을 조사한 후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하였다. 신고된 행위는 총 18개였으며, 조사 결과 그중 12개 행위가 관련 법령 또는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행위의 정도가 중대하였고, 지사장이 더 이상 한국지사장의 직책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하 간의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태임이 확인되었다. 지사장은 한국지사 조직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직장 내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금지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가 되었다. 특히 회사의 윤리행동강령은 관리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고 스스로 본보기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리행동강령 위반행위가 8개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위행위는 지사장이 입사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전체 부하직원 15명 중 6명의 신고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에 회사는 2024년 12월 30일 지사장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하면서 구체적인 비위행위를 적시하였다. 이와 함께 지사장이 퇴직합의서에 서명할 경우 2개월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는 권고사직 제안도 하였다. 지사장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해고를 당하는 것보다 합의퇴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합의퇴직 제안을 수용하였다. 이하에서는 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사례로 삼고자 한다. II. 직장 내 괴롭힘 및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 1. 회식자리에서 폭언 및 90도 문안 인사 지시 (1) 신고인 1의 진술: 2024년 2월 1일 지사장의 부임 회식 자리에서 폭언과 협박이 있었다. 사장은 내가 말끝마다 ‘요’자를 사용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왜 ‘다’나 ‘까’를 사용하지 않느냐며 정색하면서 나무랐다. 순간 당황하여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대화를 이어갔지만,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계속 ‘요’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사장은 갑자기 격분하며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이 새끼야”, “어디서 건방지게 말투를 그 따위로 하고 있어!”, “개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냐? 어디서 요자야!” 등의 폭언과 욕설을 하기 시작하였다. (2) 신고인 2의 진술: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여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하였다. 회식 장소는 회사에서 약 10∼15분 정도 떨어진 횟집이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술을 마셨는데, 나는 술이 약한 편이어서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피곤하고 발도 가려워 다리를 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장이 나를 노려보면서 “어디 내가 얘기하는데, 어디 씨발 네가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있냐”라며 욕설과 함께 폭언을 하였다. (3) 90도 문안 인사 지시 <신고인 1>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오전에 사장실 밖에서 간단히 목례로 인사하였더니 사장이 사장실로 잠시 들어오라고 하였다. 이후 “인사를 왜 그런 식으로 하나. 하려면 똑바로 90도로 하라”고 말하였다. 직원들은 그때까지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 정도를 해왔는데, 사장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정확하게 자신에게 와서 90도로 인사하라고 지시하였다. 또한 다른 직원들에게도 이를 전달하라고 하였다. 내가 모든 직원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이○○ 차장에게 해당 지시를 전달하였다. 그 이후부터는 매일 사장이 출근하면 사장실로 찾아가 90도로 인사하였다. 2. 사적 이익 도모 (1) 자신의 책 구매 강요 <신고인 1, 2, 3> 사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단둘이 있을 때 먼저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가 책을 썼는데 말이야. 너 안 읽어봤냐?”라고 물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자 “너는 사장이 쓴 책을 어떻게 읽어보지도 않을 수가 있냐”라고 말하면서 계속 책 이야기를 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나 외부 미팅을 위해 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되었다. 내가 책을 구매했다고 말할 때까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반복하였다. (2) 내기 골프 강요 <신고인 1, 2> 사장은 직원들과 골프를 할 때 내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2024년 6월 25일과 2024년 8월 7일에 골프를 쳤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처럼 상대적으로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잃을 수밖에 없었고, 그날도 약 15만 원 정도를 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장이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였기 때문에 억지로 내기 골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3) 보너스에 대한 감사 표시와 대가 요구 <신고인 1> 인센티브 보너스를 받게 되었는데, 사장이 나에게 “제 덕에 전무님도 돈을 받게 되었으니까 술 한잔 사셔야죠. 골프도 한 번 치셔야죠”라고 말하였다. 이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신고인 2> 당시 사장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직원들이 보너스를 받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똑바로 해”라고 말하면서 “나한테 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골프를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3. 해고를 언급하며 고용불안 조성 <신고인 1> 사장이 HR에 영업 부문 직원인 나와 신고인 2, 신고인 3 중 반드시 한 명은 내보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내가 9월 25일 사장과 크게 언성을 높이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사장은 본사 영업팀 이사가 영업팀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라고 하였지만, 자신이 이를 막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였다. <신고인 3> 사장과 함께 차로 이동하던 중 사장이 나에게 “회사 윗선에서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직원들과 잘 지내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이미 윗선에서도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내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4. 부당한 지시 거부에 대한 보복성 폭언 및 업무 배제 (1) 부당한 요구 및 이에 대한 거부 <신고인 5> 6월경 회사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행사 준비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사장이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한 권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법인카드로 자신의 책을 구매하라고 지시하였다. 당시 행사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규모였으며, 해당 책의 내용은 행사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 책을 구매하지 않았다. (2) 업무능력 비하 6월에 내가 “사장님께서 추진하고 싶은 마케팅이 무엇인지 함께 공유해주시고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사장은 느닷없이 “김 부장, 너의 칼이 준비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르는데, 네 칼이 짧은 칼인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그것을 왜 너에게 공유하겠느냐”, “칼을 뽑았는데 빈 칼이라면 어떡하느냐. 서로 민망한 상황은 만들지 말자”라고 말하였다. 사장은 나를 마케팅 매니저라는 직책을 가진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세일즈 어드민 업무를 하면서 나이만 든 여성 직원으로 치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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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의 감성가곡]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 · 안정준 작곡 – 노래 | 소프라노 김영미 · 소프라노 김향란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가을 들판이 천천히 무르익어 간다. 하늘에는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은 한결 낮아진 목소리로 나뭇잎 사이를 지난다. 계절이 이토록 깊어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김현승의 시에 안정준이 선율을 입힌 <가을의 기도〉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지만, 김현승에게 가을은 오히려 자신을 비우는 시간이었다. 열매가 익을수록 가지는 낮아지고, 나무가 잎을 내려놓을수록 하늘은 더 많이 보인다. 어쩌면 시인은 그 오래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이 끝내 배워야 할 겸허를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세 연을 이끄는 ‘~하게 하소서’라는 간절한 어조는 이 시를 한 편의 기도문처럼 만든다. 그러나 그 기도는 무엇을 더 갖게 해달라는 청원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게 해달라는 간구에 가깝다. 기도하고, 사랑하고, 마침내 홀로 서는 것. 그 세 단계 끝에 시인은 ‘절대 고독’의 자리로 걸어 들어간다. 김현승의 고독은 쓸쓸함이나 단절과는 조금 다르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외로움이 아니라, 온갖 소음과 욕망을 걷어낸 뒤 비로소 자기 영혼과 마주하는 고요에 가깝다. 그래서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라는 구절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손영미의 감성가곡] 누군가가 그립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그리움은 사랑이 떠난 자리가 아니라,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는 문득 소나기 한 줄기가 그리워진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비처럼, 지친 마음에도 잠시 쉬어갈 여백이 필요하다. 사랑도 그렇다. 너무 뜨거우면 서로를 태우고, 적당한 그리움이 있을 때 비로소 오래 머문다. 그래서 그리움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사랑이 깊어지는 또 하나의 계절이다. SJ Park의 섬세한 선율과 정단의 시적인 언어가 만난 <누군가가 그립다〉는 바로 그 계절을 노래한다. 이 노래에서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차오른 그리움이 하늘을 빌려 흘러내리는 감정의 은유다. “빗물인지 눈물인지”라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슬픔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려낸다. 어느새 우리는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라는 구절은 기억의 본질을 일깨운다.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보다 마음을 먼저 기억한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일수록 세월은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고 선명하게 새겨 놓는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겨울과 흰 눈의 이미지는 더욱 인상적이다. 낙엽이 이별의 시간을 상징한다면, 눈은 모든 상처를 덮어 주는 용서와 정화의 은유다. 그러나 눈부시게 하얀 풍경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다. 이 노래는 떠난 사람을 붙잡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자신의 시간을 조용히 품고 살아가는 사람의 노래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랑은 끝날 수 있어도, 사랑했던 시간의 아름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립다〉는 단순한 이별의 노래를 넘어, 사랑이 기억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노래하는 감성가곡이다. 삶을 깊이 살아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절제된 그리움의 품격이 이 노래의 가장 큰 울림이다. 특히 고성현의 깊고 절제된 바리톤은 이 곡의 서정을 더욱 깊게 완성한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한 음 한 음 눌러 담아내는 그의 목소리는 그리움을 절규가 아닌 삶을 통과한 사람의 담담한 고백으로 승화시킨다. 결국 <누군가가 그립다〉는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던 자신의 삶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노래다. 그래서 이 노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인생이 깊어질수록 더욱 가슴에 스며드는 한 편의 시가 된다. 누군가가 그립다 SJ Park 작곡 / 정단 작사 / 고성현 노래 쏟아지는 비야 너는 내 맘 알고 있니 늘 울고 싶고 누군가가 그립다 상처 투성이 내 눈은 이제 보이지 않아도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 뚝뚝 떨어진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가을 지나고 올 겨울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서럽도록 아름답게…
[정봉수 칼럼] 약정휴가의 종류와 운영방법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1. 개념 약정휴가는 사용자의 승인,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유급휴가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무를 면제해주는 휴가로 경조휴가, 병가, 하계휴가, 특별휴가 등이 있다. 약정휴가는 연차유급휴가, 산전산후휴가, 배우자출산휴가와 같이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고 근로자들의 복지차원에서 도입된 휴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정휴가를 설정해놓지…
[손영미 칼럼] 한여름 태양을 마주하는 용기, 웰링턴 CC코스가 열어준 길 위에서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장마가 물러난 자리에 본격적인 한여름이 들어섰다. 짙어진 녹음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하늘은 한층 더 높고 강렬해졌다. 골프는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스포츠다. 계절은 같은 코스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꾸어 놓고, 자연은 그날의 플레이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동반자가 된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열기와 정수리를 내리쬐는 태양 앞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삶의 베테랑과 초보자의 경계마저 희미해진다. 결국 골프는 자연을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자연과 호흡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잘 설계된 코스는 이처럼 혹독한 더위 속에서도 골퍼에게 길을 내어준다. 경기도 이천의 수려한 자연 속에 자리한 웰링턴 CC는 태양을 피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게 이끄는 품격 있는 코스다. 라운드가 이어질수록 코스 곳곳에 스며든 송호 골프코스 디자이너의 설계 철학이 선명히 드러난다. 인위적인 손길보다 능선과 계곡, 숲의 흐름을 존중하며 완성한 27홀은 신화 속 수호동물의 이름을 빌려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전략을 품고 있다. 송호 디자이너는 말한다. “골프란? 골프장 코스를 만드는 일이든 플레이하는 일이든, 결국 신이 빚어놓은 자연과 동행하는 일이다. 코스 디자인은 신의 작품 위에 사람의 손길을 더하는 경건한 작업이다.” 그의 철학은 웰링턴 CC 곳곳에서 고스란히 읽힌다. ■ Griffin Course 숲이 들려주는 전략의 언어 그리핀 코스는 울창한 원시림과 계곡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포레스트 레이아웃이다. 홀마다 독립성이 뛰어난 덕분에 다른 팀의 방해 없이 자연과 스스로의 플레이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착지 지점(IP)에 절묘하게 배치된 벙커와 계류는 장타보다는 정확한 클럽 선택과 신중한 레이업을 요구한다. 힘보다 지혜가 빛을 발하는 코스다. ■ Wyvern Course 도전 정신을 깨우는 입체적 무대 와이번 코스는 깊은 계곡과 능선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챔피언십 코스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경은 골퍼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지만, 그 이면에는 고저차와 바람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과감한 티샷과 치밀한 계산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코스는 길을 허락한다. ■ Phoenix Course 평온함 속에 숨겨진 섬세한 시험 피닉스 코스는 넓은 호수와 평원이 어우러져 가장 부드럽고 유려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린 주변의 난해한 언듈레이션과 정교한 핀 위치는 마지막 퍼트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가장 평온해 보이는 코스가 오히려 가장 섬세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웰링턴 CC의 진가는 독창적인 설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계절 푸른 페어웨이를 유지하기 위한 오버시딩 관리, 골퍼의 기량에 맞춘 6단계 티잉 그라운드, 앞뒤 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10분 간격 티오프 운영까지. 골퍼를 향한 세심한 배려와 가치가 코스 전체에 깊게 스며 있다. 평소 이곳의 그린은 3.0m 안팎의 빠른 스피드로 명성이 높지만, 최근 이어진 잦은 비의 영향으로 이번 라운드에서는 평소보다 다소 부드럽고 느린 컨디션을 보였다. 그럼에도 균형 잡힌 그린 관리와 자연스러운 언듈레이션 덕분에 웰링턴 CC만의 품격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골프는 결국 스코어를 남기는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가는 한 편의 기록이다. 좋은 코스는 단순한 실력 시험장을 넘어, 플레이어의 시선과 태도까지 바꾸어 놓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동반자들과 웃으며 걸을 수 있었던 하루. 그날의 ‘굿샷’은 버디의 숫자가 아닌, 자연을 존중하고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된 단 한 번의 스윙이었다. 좋은 골프장은 마음껏 행복하게 스윙하게 하며, 그 안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곳이다. 명품 코스란 단순히 좋은 스코어를 안겨주는 곳이 아니라, 좋은 골퍼를 다듬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된 골퍼는 결국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운 사람이다.
[정봉수 칼럼]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한 명품매장 점장의 근로자성 판단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개요 00명품회사의 한국 법인 (이하 “회사”)로부터 2022년 7월에 불만족스럽게 계약이 해지된 매장 점장 2명이 2022년 10월에 퇴직금, 연차수당 등 법정수당을 회사가 미지급 하였다고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임금체불 진정사건에서 회사는 점장들이 수수료 용역 판매수탁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정봉수 칼럼] 해고분쟁 사례를 통해 본 합리적 합의퇴직의 필요성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할 것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에 응해 사직서를 제출해 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을 권유할 때 실업의 고통을 아는 근로자는 권고사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정봉수 칼럼] 혼자서 한 욕설도 직장 내 괴롭힘 해당되는 사례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직장 내 괴롭힘은 사업주 또는 상급자가 직장 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말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그런데 ①특정 직원을 상대로 하지 않고 혼자서 반복해 심한 욕설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여부와 ② 직장 내 괴롭힘이라면, 회사는 어떠한 조치가 적당하고 회사의 질서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쟁점이 된 사건을 살펴본다. 신고인은 최근 6개월 이내에 10차례 이상 회원관리팀장(이하 ‘피신고인’)이 사무실 에서 공개적으로 본인 보다 직급이 낮거나 하위로 판단되는 근로자들 앞에서 전화통화를 종료한 이후에 반복적으로 욕설, 비속어, 고성 등의 폭력적 언동을 하였다.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을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 징계 수위와 차후 재발방지를 위한 회사 조치에 필요한 내용을 검토한다. II. 사실관계 확인 1. 신고인 조사 “2025. 9. 18. 9시반(출근시 이미 진행 중)부터 피신고인이 입에 담기 힘든 … 매우 험한 욕설을 크게 사무실에서 오전 동안 하였습니다.” (정말 심하게요.) 피신고인이 외근 나가시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참고인1, 참고인2, 참고인3에게도 언어폭력 같이 느껴질 것이고, 사무실 업무분위기가 험악해져서,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다른 팀장에게 상황을 공유해 드렸습니다.” “Andrew 씨발새끼 라는 단어를 10회이상 30분 넘게 지속적으로 말했습니다.” “이 사안이 단순히 저 혼자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학생인턴분들에게 회사 명성(Reputation)이 안좋게 보이는 점, 2층 사무실 업무분위기가 얼어붙어(Freeze) 업무 차원에서 지장이 되는 점에서 말씀 드리게 됐네요.” 2. 참고인 조사 (1) 참고인1 (인턴사원) 피신고인은 “전화통화 종료 후, “씨발”, “지랄한다” 등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저는 피신고인의 통화를 가장 많이 듣는 입장인데, 특히 외부회사(고객)와 통화시 이슈가 발생하면 본인 기분이 상한 경우 하루에도 몇 번씩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예를 들어 “사무관이면 다야, 씨발” 이런 식으로 욕한 뒤 사무실을 나가서 흡연하고 다시 들어오시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씨발”, “존나”, “미친 놈” 등을 자주 사용하였다. (2) 참고인2 (피신고인의 부하직원, x 대리) 피신고인은 1일 10번 정도 통화하면, 6-7번 정도 욕설, 비속어를 사용한다.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인 것 같고, 책상 및 키보드를 꽝치고 사무실 밖으로 자주 나가기도 한다. 회사에서 신고인을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캐노피(나뭇잎 모양 가림막)도 설치하였으나 큰 효과가 없었다. 평소에도 자리에서 불필요하게 거칠게 일어난다든지, 인턴(참고인) 업무를 계속 트집잡기도 하였으며 “Andrew 얘는 왜 일을 이딴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 이 새끼는” 등 말을 하였다. 또 고객과 통화 종료 후 “이 새끼는 지금 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라”를 자주하였다. “상기 행위가 너무 심하다 싶으면, 주변에 앉은 피신고인과 동급자이자 함께 회사를 오래 다닌 이벤트팀 팀장님이 “너무 그러지 마세요”라고 몇 차례 자제시키기도 하였으나 그 뒤로도 나아진 적은 없다. 이러한 말을 들은 뒤 몇 분 동안은 가라앉으나, 상시 “아니 이 새끼가~”라는 식으로 다시 비속어를 사용하며 본인의 억울함을 소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피신고인의 행위가 너무 심할 때는 업무 공간을 이동하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근무환경이 매우 악화되었다고 느끼며, 피신고인이 욕할 때 한 공간에 있기 싫다. 피신고인이 욕하는 것을 들을 때면 심장이 너무 뛰어서 공간을 벗어나고 싶지만, 업무 중 자리에 있는 것이 매우 힘들다. 강도가 강하면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까지 떨리고, 무서운 감정이 들 때가 많다. (3) 참고인3 (동급 직급의 타부서 팀장) 피신고인이 욱하는 면이 있어 혼잣말로 그러는 경향이다. 목소리도 큰 편이고, 사무실 자체도 울리는 구조라 이러한 발언이 사무실 내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잘 들린다. 저는 피신고인보다 연장자이기에, 제가 조심하라고 하면 그 순간에는 조심하기는 하나, 또 본인이 욱하는 상황이 되면 깜빡하고 반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제 앞에서는 “씨발”이라는 욕설까지는 한 적이 없고, “아이씨”, “지랄” 정도만 들은 적이 있다. 3. 피신고인 조사 한국 부사장과 15년간 근무했고, 저는 칭찬을 받으면 더욱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데 현재 직상급자(외국인 부사장 Andrew)의 업무 지시 방식 및 리더십 스타일이 다르고, 저와 잘 맞지 않아 갈등이 발생하고 분노를 표출하게 된 것 같다. 화가 난다고 하여 자주 혼잣말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동료와 소통이 적은 편이라 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나가서 담배를 피고 온다. 지금까지 욕설, 비속어를 사용하였다고 하여 사무실 내 구성원들에게 따로 사과한 적은 없고, 별도로 제가 왜 욕 또는 비속어를 사용했는지 설명한 적은 없다. 같이 사무실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이유를 모르기에 당황할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상급자 또는 고객과의 갈등이 사무실 내에 있는 하급자 구성원들이 야기한 경우는 아니다. 그 때부터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프레임이 씌워진 것 같다. 지난 10월 13일에 조사 사실을 이메일로 통지 받고 나서 그 다음날 바로 대학병원에 가서 심전도 조사를 받았고 스트레스성 일시적 호흡 곤란 진단을 받기도 하였다. 이번 기회로 저의 평소 사무실 내 언동을 돌아보게 되었고 개선할 필요성을 느꼈다. 4. 사실여부 판단 피신고인과 인접한 장소에 근무하는 근로자 중 직급이나 관계상 하위에 있는 근로자 전부 피신고인이 전화통화를 종료한 후 반복적으로 욕설, 비속어, 고성을 사용하고 위협적인 언동을 보이는 등 근무환경의 악화 행위를 한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다. 비록 피신고인의 상기 행위의 의도나 받아들이는 개인마다 강도의 편차는 존재하였다. 하지만 전부 피신고인의 행위가 업무에 지장을 주었으며, 그의 분리조치를 원한다고 진술하였다. 피신고인이 사무실에서 통화를 종료한 후 비속어(“지랄”, “새끼”)를 일상적으로 1주 기준 여러 차례 사용하고, 본인 기분에 따라 폭력적인 욕설(“씨발새끼”, “씨발” 등)을 사용한다는 신고인 진술은 사실로 인정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가 그보다 낮은 직급의 주니어급 근로자(대리, 인턴)들이 있는 경우 더욱 자주, 강하게 이루어지는 점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III.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판단 1. 직장 내 괴롭힘의 립요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3가지 성립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직장 내 괴롭힘은 성립하지 아니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위하여 이 사건 사실관계와 유사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내용에 대하여 판단한 판례를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 성립여부를 판단한다. (1)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 직장 내에서 지위란 ‘지휘, 명령관계’에 관계없이, 직장 내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들을 포괄하나, 일반적으로 직급상 우위를 점하여 업무상 지시 몇 명령하는 자에 해당한다면 ‘업무상 우위’가 있다.[1] (2)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선 행위 문제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지 여부는 행위자체의 업무상 합리성과 관행을 토대로 판단하였을 때, ① 그 행위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②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위 양태가 사회 통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하지 않다고 느껴져야 한다. (3) 그 행위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피해자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란 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능력을 발휘하는데 간과할 수 없을 정도의 지장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 때 행위자의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 행위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받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면 인정된다. 특히 금번 신고인의 경우 피신고인에 비하여 근속연수가 현저히 낮은 주니어급 근로자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신고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주니어급 근로자)에서 상기 요건을 충족할 만한 여지가 있는지 여부가 추가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2. 피신고인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 성립 여부 판단 (1) 지위나 관계의 우위 이용 (O) 피신고인은 회사에서 약 17년 장기 근속한 관리자급(팀장)이다. 주니어급 근로자(대리)인 신고인보다 명백히 회사에서 지위, 지급상 우위가 인정된다. 나아가 평소 자주 본인의 장기근속 사실을 언급하여 왔으며, 신고인에 비하여 업무수행에 있어 경험을 보면, 지위와 직급상 우위만이 아니라, 관계상 우위도 인정되므로 피신고인은 신고인에 대하여 지위와 관계상 우위가 모두 인정된다. (2) 업무상 적정범위 초과 (O) 판례는 상대방에게 특정하여 욕설, 비속어 사용이 이루어진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3자에 대한 욕설 행위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지속,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이러한 행위가 노출되는 다수인들이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근무환경이 악화되었을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개적이고 공적인 장소인 회사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상급자의 일방적인 욕설은 그것이 제3자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부하직원에게 압박감이나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보며, 이러한 행위가 타 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한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행위로 인해 하급자들의 기분이 불쾌하였고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고 느겼다면 이는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여 이루어진 행위로써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판단한다.[2] …
[손영미의 감성 가곡 미별(美別)] 이별을 아름다움으로 번역한 노래 김효근 「미별(美別)」이 들려주는 기억의 미학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만남을 배우지만, 정작 이별을 배우는 법은 누구에게도 익히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순간, 시간은 멈추고 언어는 제 기능을 잃는다. 그래서 이별은 언제나 슬픔보다 먼저 침묵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예술은 그 침묵을 끝내 언어로, 그리고 음악으로 바꾸어낸다. 김효근의 가곡 ‘미별(美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곡은 죽음을 애도하는 노래가 아니라, 상실을 아름다움으로 번역하는 노래다. 눈물을 지우려 하지 않고, 그 눈물 속에 오래 머물러 마침내 한 줄기 빛을 길어 올리는 음악이다. ’미별(美別)’이라는 제목부터 역설적이다. 이별은 본래 상실이고 단절이며, 인간이 감당하기 가장 어려운 운명이다. 그런데 작곡가는 그 앞에 ’아름다울 미(美)’를 붙인다. 이는 슬픔을 미화하려는 감상주의가 아니다. 사랑했던 시간을 끝내 아름답게 기억하려는 인간의 가장 숭고한 의지다. 특히 이 작품은 사계절을 따라 한 사람의 생애와 사랑을 노래한다. 봄에는 수줍던 사람이 있었고, 여름에는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다. 가을에는 그 사람의 빈자리가 마음을 채우고, 겨울에 이르러 우리는 비로소 그를 떠나보낸다. 계절은 반복되지만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바로 이 역설 속에서 「미별」은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유한성을 교차시키며 존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계절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듯, 사랑 또한 육신은 떠나도 기억 속에서는 다른 형태의 생명으로 살아남는다. 특히 이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슬픔을 과장하지 않는 절제에 있다. “그대와 나눈 웃음, 끝없는 이야기 시간이 멈춘 그날 함께 사라져.” 이 짧은 문장에는 절규도, 원망도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담담하기에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큰 슬픔은 소리보다 침묵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그대 없는 나, 나 없는 그대.” 라는 구절은 존재론적 고독을 압축한 시어에 가깝다. 서로를 통해 존재하던 두 사람이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리는 순간이다. 그러나 곡은 끝내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기억만 남아.” 이 한 줄에서 「미별」의 미학은 완성된다. 상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시간이 그것을 기억으로 숙성시킬 뿐이다. 그리고 기억은 슬픔을 조금씩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미별」은 죽음을 노래하면서도 생명을 말하고, 이별을 노래하면서도 사랑을 완성한다. 김효근이 구축해 온 아트팝의 세계는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음악은 문학과 철학, 삶과 예술을 하나의 서정으로 엮어낸다. 선율은 귀를 지나 마음으로 스며들고, 노랫말은 시가 되어 오래 남는다. 그래서 그의 가곡은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살아내는 노래가 된다. 마지막에 반복되는 “아름답게 떠났네.” 라는 한 문장은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기도다. 떠남은 끝이 아니라 사랑이 기억으로 형태를 바꾸는 순간이며, 죽음은 관계의 소멸이 아니라 존재 방식의 변화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 노래를 통해 배우게 된다. 오늘도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또 누군가는 오래된 시간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간다.그들에게 「미별」은 위로를 건네려 하지 않는다.대신 조용히 곁에 앉아 함께 침묵한다. 그리고 그 침묵 끝에서 우리에게 말한다. 가장 깊은 사랑은 끝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기억으로 영원히 살아남는 것이라고.…
[손영미 칼럼] 위기와 속도의 시대, 젠슨 황의 5가지 경영 철학이 던지는 시사점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오늘날 글로벌 기술 시장은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모두가 외형적 성장과 단기 성과를 좇는 시대, AI 인프라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NVIDIA)의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가 강조해 온 다섯 가지 핵심 가치—회복탄력성, 전략적 선택, 수평적 협력, 본질에 대한 집중, 그리고 민첩성은 단순한 자기계발의 언어가 아니다. 이는 엔비디아가 수차례의 위기를 넘어 세계 최고의 AI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검증된 생존 전략이자 미래 경영의 원칙이다. 1. 회복탄력성(Resilience) : 실패를 견디는 힘이 경쟁력이 된다 젠슨 황은 모교 스탠퍼드대학교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고통과 실패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기대보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 즉 ‘맷집’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엔비디아 역시 창업 초기 첫 그래픽 칩 ‘NV1’의 실패로 존폐 위기를 겪었으나, 실패를 분석하고 기술을 재정비한 끝에 ‘RIVA 128’을 성공시키며 재도약했다. 이러한 회복탄력성은 위대한 리더들의 공통된 분모다. 아마존(Amazon)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역시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했다가 수천억 원의 손실을 낸 ‘파이어폰(Fire Phone)’의 역사적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그는 주주들에게 “아마존이 더 큰 실패를 다루지 못한다면 더 큰 혁신도 없을 것”이라며 실패를 상수로 받아들였고, 이 복원력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세계 1위로 키워냈다. 실패를 피하는 조직보다 실패를 성장의 자산으로 삼는 조직이 결국 오래 살아남는다. 2. 전략적 선택(Strategic Retreat) :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가 미래를 결정한다 “어떤 길을 포기할지 결정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젠슨 황의 이 말은 무조건적인 버티기가 능사가 아님을 뜻한다. 엔비디아는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자 과감히 철수했다. 대신 축적한 GPU 기술을 자율주행과 고성능 컴퓨팅(HPC), AI 컴퓨팅에 집중해 오늘날의 절대 강자가 되었다. 이는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1997년 경영 복귀 직후 단행했던 ‘제품 라인업 70% 퇴출’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당시 잡스는 회사가 방대하게 벌려놓았던 수십 개의 컴퓨터 모델을 단 4가지(데스크톱 2종, 노트북 2종)로 압축하는 과감한 포기를 단행했다. 자원을 분산시키던 비효율을 쳐내고 본질에 집중하는 현명한 후퇴가 있었기에, 애플은 파산 위기를 극복하고 아이맥과 아이폰이라는 세기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다. 3. 지식의 공유와 수평적 협력(Flat Organization) : 정보는 권력이 아니라 성장의 자산이다 젠슨 황은 임원들만 참여하는 폐쇄적인 회의를 지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입사원부터 최고경영진까지 동일한 정보를 공유하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정보를 독점하는 조직은 느려지고, 정보를 공유하는 조직은 빠르게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랫(Flat) 조직의 파괴력은 픽사(Pixar)의 창업자 에드 캣멀(Ed Catmull)이 고안한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제도에서도 증명된다. 픽사에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감독, 작가, 애니메이터가 한자리에 모여 제작 중인 작품의 문제점을 가감 없이, 날 것 그대로 비판하고 토론한다. 권위주의를 배제하고 정보와 아이디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수평적 협력은, 단순한 조직문화를 넘어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경쟁력이다. 4. 본질에 집중(Core Purpose) : 시장보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먼저 본다 “시장의 크기를 좇지 말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에 투자하라.” 이 철학은 CUDA 개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에는 시장의 외면과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았지만, 젠슨 황은 장기적인 기술 생태계를 믿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딥러닝 시대가 열리면서 CUDA는 오늘날 AI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플랫폼이 되었다. 당장의 이익 대신 인류가 해결해야 할 ‘본질적 과제’에 투신한 사례로 테슬라(Tesla)의 일론 머스크(Elon Musk)를 빼놓을 수 없다. 머스크가 전기차와 우주 산업에 뛰어들 때 월가와 전문가들은 파산을 점치며 조롱했다. 그러나 그는 내연기관의 종말과 우주 개척이라는 본질적 명제에 집중했고, 수차례의 부도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기술 개발에 매진해 패러다임을 바꿨다. 단기 트렌드가 아닌 인류의 본질적인 문제를 향한 긴 호흡만이 시대를 흔드는 위대한 유산을 남긴다. 5. 민첩성과 적응력(Agility) : 과거의 성공을 스스로 허물 수 있는 용기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 제조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 데이터센터 중심 기업으로 끊임없이 변신해 왔다. 젠슨 황은 과거의 성공 방식에 안주하는 순간 쇠퇴가 시작된다고 믿으며, 변화 앞에서 스스로를 리부트(Reboot)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강조한다. 과거의 영광을 스스로 깨부수고 성공한 대표적 명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3대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다. 그는 2014년 취임 당시, MS의 절대적 상징이었던 윈도우(Windows) 중심의 폐쇄적 성공 방정식을 과감히 버렸다. 경쟁사였던 리눅스와 오픈소스를 포용하고 클라우드(Azure) 중심으로 회사의 체질을 완벽히 리부트한 그의 민첩성과 유연성이 있었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올드한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탈피해 글로벌 AI 및 클라우드 리더로 부활할 수 있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의 조건 젠슨 황을 비롯한 글로벌 리더들의 경영 철학은 “더 독해지고 더 많이 일하라”는 맹목적인 채찍질이 아니다. 실패를 견디는 ‘맷집‘ 때로는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지식을 나누는 ‘연대‘,본질을 향한 ‘끈기,‘그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드는 ‘유연성‘에 관한 이야기다. 기업도 사람도 결국 같은 원리로 성장한다. 속도가 미덕이 된 세상이지만, 빠르게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 미래를 준비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잔기술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변화 앞에서 자신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다. 위대한 기업과 인생은 미래를 완벽히 예측해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거친 파도 속에서도 자신의 본질을 지키며, 미래가 올 때까지 단단하게 버텨낸 존재만이 결국 시대를 바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