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회사는 우수한 인력을 장기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2가지가 있는데, 바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경업금지조항[1]을 두어 경쟁사로의 전직을 방지하거나 사이닝보너스[2]를 이용하여 금전적으로 근로자를 구속하여 전직을 제한하는 것이다. 경업금지조항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효력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대법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경업금지약정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약정이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103조에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3]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에서는 우수한 인력에 대해 직접적인 효력이 있는 사이닝보너스를 이용하여 이직을 방지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리텐션 보너스[4] 조항의 효력에 대해 기업으로부터 문의가 들어왔다. 연봉의 30%를 보너스로 정하고, 첫해의 1월 급여일에 보너스의 50%를 지급하고, 다음 해의 1월에 나머지 보너스 50%를 지급한다. 그 대가로 근로자는 3년 차까지 근무해야 한다. 회사에서는 “리텐션 보너스의 효력기간 중인 근로자가 3년 이내에 퇴직하는 경우에는 수령한 금액 일체를 반납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설정하려고 하였을 때 그러한 보너스 반환 규정의 법적 효력 여부에 대해 검토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필자는 관련된 임금의 속성, 강제근로금지, 위약예정의 금지 등 법적 판단 하에 유사한 판례를 비교∙검토하여 3년간 리텐션 보너스 설정이 가능하다는 법적 의견을 최종적으로 제시하였다. II. 특별보너스의 성격과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판단 1. 근로기준법상 ‘임금’의 정의 및 고용노동부의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제2조의 규정에 의한 ‘임금’이라 함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상여금의 임금성 여부에 대해서는 그 지급이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지급조건과 지급시기 등이 정해져 있거나 전 근로자에게 관례적으로 지급하면 이를 임금으로 볼 수 있으며, 특별상여금의 경우에도 상기와 같은 요건이 충족될 때에 임금성이 인정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리텐션보너스’의 법적 성질에 대해 그 지급이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전혀 정한 바가 없고, 그 지급사유 등이 연장되는 근무기간에 한해 발생하는 등 사용자가 일시적으로 또는 임의로 지급하는 경우라면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5] 따라서 그러한 보너스는 퇴직금 계산 등을 위한 평균임금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2. 사이닝보너스 반환약정의 근로기준법의 위반 여부 근로기준법 제7조에서 규정한 ‘강제근로의 금지’는 “①사용자는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②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제공 의무를 이행하도록 지시, 감독하거나 적법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강제근로가 아니다. [6] 제7조(강제근로의 금지)의 벌칙조항은 5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제20조(위약예정의 금지) 위반의 경우에는 벌칙을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하고 있다. 사이닝보너스 반환 약정의 법적 유효성 판단에 있어서는 근로자의 자발적 의사로 그러한 약정이 체결되므로 폭행, 협박, 감금 등의 직접적 신체적 정신적 구속만을 규율 하는 근로기준법 제 7조보다는 ‘위약 예정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 20조의 적용이 타당하다고 본다. [7] 근로기준법 제20조에 규정한 ‘위약금 예정의 금지’ 조항은 “사용자는 ①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②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③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계약 불이행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실제로 발생한 손해의 종류나 정도를 묻지 않고 일정 금액을 배상하도록 미리 약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의 계속을 강제 당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이다.[8] 민법은 계약관계에 있어서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하여 계약체결 당시에 미리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약정할 수 있다(민법 제398조 ‘배상액의 예정’). 그러나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을 예정하는 것은 사용자에게는 우수한 인력을 장기간 확보하는 수단이 되지만 근로자에게는 퇴직을 원하더라도 위약금 지급의 부담 때문에 퇴직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하고 있다. [9] 위약예정을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 기존의 임금에 대한 위약금 형식으로 배상금을 예정하는 근로계약은 허용되지 않지만, 연수비 상환, 사이닝보너스의 경우에는 의무재직기간 설정에 있어 합리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내용인 경우에는 퇴직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으므로 허용되고 있다. [10] III. 사이닝보너스 반환 약정의 유효성에 대한 판례 1. 사이닝보너스의 반환약정이 유효한 경우 (1) 수원지방법원 2003.5.13. 선고 2002가합12355 판결: 입사 당시 회사로부터 전속계약금 조로 금 1억 5,000만원을 지급받기로 하고 3년간 회사를 위해 전속적으로 근무하기로 하되, 위 기간 중 회사와 동종의 사업목적을 가진 다른 회사로 전직할 경우에는 전속계약금 전액을 회사에 반환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한 직원이 입사 후 7개월 만에 경쟁업체로 전직한 경우 이러한 전속계약금 반환약정의 유효성이 문제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전속계약금은 회사가 직원이 근무하는 동안 지급받게 될 근로계약상의 임금과는 별도로 지급한 금액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20조의 적용을 배제하고, 직원은 회사에 전속계약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4.29. 선고 2013카합231 판결: 근로자는 회사로부터 사이닝보너스 5,000만원을 지급받고, 수령일로부터 2년 이내 퇴사시 수령한 사이닝보너스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을 체결하고, 7개월 만에 퇴사한 사안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회사가 근로자에 대해 별도의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일정기간 이내 퇴직하는 경우 이를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돼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3) 창원지법 2007.11.17. 선고 2007나9102 판결: 회사와 근로자간에 근속연수에 따라 통상임금의 12개월분에서 41개월까지 차등하여 회사가 근로자에게 특별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하되, 근로자가 이를 지급받은 날로부터 2년 이내에 회사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이 특별상여금은 2년을 채우지 못한 기간에 해당하는 비율의 금원을 회사에 반환한다’는 취지의 노사합의서가 체결되었다. 이에 따라 회사로부터 보상금을 지급받은 근로자가 보상금 수령일 익일에 회사에 사직원을 제출한 사안이다. 이에 법원은 노사간에 2년간 의무근무를 조건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고, 근무시간이 1년에 불과한 근로자가 종전에 수령한 임금을 반환하는 것이 아니고, 직장의 선택의 자유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하여, 회사의 반환청구를 긍정하였다. 2. 사이닝보너스 반환약정이 무효인 경우 (1) 대법원 2008.10.23. 선고 2006다37274 판결: 근로자가 입사하면서 회사로부터 5억원을 지급받되,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고 약정한 10년 동안 근무하겠다는 등을 약속하면서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에는 10억원을 지불하기로 하는 약정을 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 약정은 피고가 약정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는 등 위 약속을 위반하기만 하면 그로 인해 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행했는지 묻지 않고 바로 미리 정한 10억원을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하는 전형적인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해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2)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09.4.10. 선고 2007가합3994 판결: 근로자는 최소 5년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입사하고, 금 5,000만원을 지급받으면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계약금 성격의 지급금액에 대한 3배를 배상한다는 취지의 약정을 했으나, 입사 후 5개월 만에 퇴사했고, 이에 회사가 1억 5,000만원을 청구한 사안이다. 위 협약서는 직원이 약정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기만 하면 사용자의 손해를 묻지 않고 바로 1억5,000만원을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해야 하는 약정이므로,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3. 사이닝보너스 사건에 대법원 입장[11] (1) 사건경위: 로봇닥터(ROBODOC)를 제조하는 원고회사가 2009.1.13. 연료전지 분야의 유경험자로 약 4년 여 동안 S사에 재직하고 있던 피고를 스카우트 하면서 연봉과 별도로 1억원을 사이닝보너스로 지급한다는 채용합의서를 작성하였다. 이 채용합의서에는 원고회사가 7년간 피고의 고용을 보장하고, 피고는 원고의 회사에 7년간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는 2010. 4. 12. 개인사유를 이유로 원고회사에서 사직하였고 회사는 이를 이유로 사이닝 보너스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이에 대해 1심은 원고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동부지방법원 2010가합13266판결). 이에 원고회사는 항소하였는데,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회사가 피고에게 지급한 사이닝보너스는 ①이직사례금의 성격뿐 아니라, ②7년간 전속하는 데 따른 전속계약금, ③ 임금 선급금으로서의 성격을 전제로 한 것이고, 이러한 ‘7년 근속약정’을 위반한 피고는 회사에게 사이닝보너스의 일부인 7천만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1나22827판결). (2) 대법원의 판결 내용: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인 회사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기업이 경력 있는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근로계약 등을 체결하면서 ①일회성의 인센티브 명목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사이닝보너스가 이직에 따른 보상이나 근로계약 체결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만 가지는지, ②더 나아가 의무근무기간 동안의 이직금지 내지 전속근무 약속에 대한 대가 및 임금 선급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지는, 계약서에 특정 기간 동안의 전속 근무를 조건으로 사이닝보너스를 지급한다거나 그 기간의 중간에 퇴직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를 반환한다는 등의 문언이 기재되어 있는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전제로 봤을 때 본 사건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가적 지급성격이나 반환의무에 대한 기술이 없기 때문에 본 사건의 사이닝보너스는 사례금 성격으로 판단하였다. 즉, 본 사안에 대한 사이닝보너스는 제반 사정을 고려하였을 때 이직사례금의 성격만을 가지므로, 의무 재직기간 근무 위반을 이유로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IV. 사이닝보너스에 대한 판단기준 사이닝보너스의 판단기준은 다음의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i)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문제가 되는 경우에는 ①문언의 내용, ②그러한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③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④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12] (ii) 타 업체로의 전직을 막기 위한 특별한 목적으로 전직을 제한하면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과는 별도로 제공하는 사이닝보너스에 대해 기간만료 전의 전직 등 근로자의 특약불이행을 이유로 반환약정을 하는 것은 유효하다. 그러나 이러한 반환약정은 원칙적으로 ①제공되는 사이닝보너스의 액수와 근로계약기간 및 전직제한의 정도가 적정하게 균형을 이뤄야 하고, ②근로자의 전직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해서는 아니 되며, ③제공된 사이닝보너스가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며, ④근로자의 전직에 사용자의 귀책사유가 없어야 한다.[13] 다시 말해서, 사이닝보너스가 일정 의무복무기간을 근무할 것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여야 하고, 그러한 의무복무기간이 가급적 단기간 이어야 하며, 근로자가 의무복무기간 내에 전직하는 경우 그 배상액이 수령한 금액 내여야 하고,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경우에만 사이닝보너스 반환 약정이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사진=사이닝보너스(그림:정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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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 칼럼] 한 사람의 안목이 시대의 유산이 되는 순간, 프리마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상준 회장의 수집 미학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종로 인사동은 늘 시간을 품은 거리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붓끝의 숨결, 이름 모를 도자의 윤기가 골목 사이로 스며 나온다. 그 익숙한 예술의 결 위에 새롭게 문을 연 더프리마아트센터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오랜 안목과 집념이 마침내 공공의 문화 자산으로 확장되는 뜻깊은 공간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 것은 이상준 회장의 소장품 전시가 지닌 상징성이었다. 수집은 단순히 귀한 물건을 모으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미감을 읽고, 사라질 뻔한 시간을 붙들어 미래에 건네는 조용한 사명이다. 이상준 회장이 오랜 세월 곁에 두고 아껴온 작품들은 이제 한 개인의 서재와 응접실을 떠나 더 많은 이들의 눈과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먼저 다가오는 것은 작품의 ‘가격’이 아니라 ‘시간’이다. 도자의 표면에 스민 미세한 균열, 오래된 회화의 바랜 색감, 손때 묻은 고미술의 온도는 모두 한 시대의 호흡을 품고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우리 역사와 한민족 삶의 결을 증언하는 침묵의 기록물처럼 다가왔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이상준 회장의 오랜 수집 철학이 놓여 있다. 그의 컬렉션은 단순한 축적이 아니라 ‘끌림의 미학’이 수십 년간 응축된 결과다. 작품을 소유하는 차원을 넘어, 시대의 미감과 역사적 상흔을 지켜내려는 소명의식이 그 안에 서려 있다. 가장 상징적인 대표작은 단연 조선 18세기 달항아리다. 한때 해외에 머물던 이 백자는 치열한 경쟁 끝에 국내로 환수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둥글고 비어 있는 듯 충만한 그 형태는 조선 미학의 절정이자, 비움 속에서 완성을 이루는 한국 정신의 형상이다. 이상준 회장에게 이 달항아리는 단순한 명품 도자가 아니라 잃어버린 문화의 귀환이자 역사 회복의 상징물이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는 백자청화오조룡문호는 조선 왕실의 위엄과 상징 체계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용의 다섯 발톱이 상징하는 권위는 단순한 문양을 넘어 왕조의 질서와 미의식을 응축한다. 이 작품이 지닌 힘은 관람객에게 단순한 감상이 아닌 역사적 현존감을 선사한다. 근현대 회화 컬렉션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장욱진의 〈가로수〉다. 그의 소박한 선과 단순한 화면 속에 한국적 서정과 존재의 고요를 담아낸 이 작품은, 이상준 회장의 컬렉션이 고미술에 머물지 않고 근현대 미학의 결까지 폭넓게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공간이 특별한 이유는 소장품이 더 이상 사적인 기쁨에 머물지 않고, 후대에게 전해질 교육적·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 있다. 예술품은 벽에 걸리는 순간보다 이야기를 얻는 순간 비로소 살아난다. 이곳의 작품들은 백자는 조선의 숨결을, 회화는 근현대의 사유를, 고미술은 한민족의 미감을 품으며 우리 문화사의 또 다른 문장으로 존재한다. 더프리마아트센터는 그 문장들을 단순히 벽 위에 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역사와 감각을 다시 만나게 하는 문화적 해석의 장으로 기능한다. 개인의 안목이 공공의 미감으로 확장되는 이 순간, 수집은 더 이상 사적 취미가 아니라 시대에 대한 책임이며 후대에 대한 약속이 된다. 특히 고(故) 소운 이우복 회장이 50여 년에 걸쳐 수집한 총 487점의 도자 및 근현대 미술 컬렉션이 개관전으로 공개되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3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더프리마아트센터 2층에서는 <완당묵언, 추사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열려 조선 후기 서예와 문인 정신의 깊이를 보여준다. 추사 김정희의 예술 세계는 물론, 아들 김상우의 〈소동파입극도〉, 김정희에게 보내는 서간 등 당대 지식인의 정신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인사동 특유의 역사성과 예술적 분위기 위에 세련된 동선과 품격 있는 전시 연출이 더해져, 작품 한 점 한 점의 수집 서사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결국 이 전시는 소장품의 나열이 아니다. 한 사람의 취향을 넘어 시대를 관통한 미의식과 문화적 사명감이 후손에게 남기는 정신적 유산이다. 인사동 한복판에서 나는 다시 확인했다. 예술은 소유될 때보다 공유될 때 더 오래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을 세상으로 꺼내 놓은 이상준 회장의 안목과 결단은 오늘의 전시를 넘어 내일의 문화사로 오래 남게 될 것이다. <전시 정보> 더프리마아트센타 •위치: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7-11 •운영: 오전 10:30–오후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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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소비자저널=최규태 기자] 용인 맛집 ‘개성 상황버섯 삼계탕’ 오늘 기자는 우연히 용인 대학교를 지나 가던 중 발견한 삼계탕 집, 이 집은 상황버섯을 기본으로 하여 육수가 한약을 마시듯 깊은 맛이 느껴진다. 올 여름이 오기 전 상황버섯 삼계탕으로 미리 보신을 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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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인생이모작: 액티브 시니어가 인공지능을 만나면 달라지는 놀라운 변화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칼럼니스트] 한 번 크게 넘어져본 사람은 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나도 그 무게를 안다. 40년 이상 IT 업계에서 일했다. 유망 IT기업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고,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도 받았고 기술 트렌드를 읽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직업이자 자부심이었다. 그런 내가 몸을 다치면서 한 번 크게 넘어졌다. 쌓아왔던 사업은 휘청거렸고, 자신감은 바닥을 쳤다. 오랫동안 익숙했던 집무실과 명함이 사라지자,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제 세상이 나 없이 돌아가는구나.’ 아침에 눈을 떠도 갈 곳이 마땅치 않던 그 시절, 나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나 자신을 내려놓고 싶었다. 실패는 주머니 사정만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속에서 먼저 자신감을 무너뜨린다.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 “이 나이에 또 시작해도 될까?” 이런 질문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바깥보다 먼저 자기 안에서 주저앉는다. 그래서 인생이모작은 돈을 다시 버는 문제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다시 말을 거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그 갈림길 한가운데 인공지능이 서 있다고 느낀다. 많은 사람은 AI를 젊은 세대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손이 빠르고, 화면에 익숙하고, 새로운 기능을 겁 없이 배우는 사람들의 도구라고 여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AI를 진짜 잘 쓰는 사람은 손가락이 빠른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다. 무엇이 자기에게 필요한지 알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고, 나온 답을 자기 삶의 맥락 속에서 다시 골라낼 줄 아는 사람이다. 바로 그 점에서 액티브 시니어는 결코 늦은 세대가 아니다. 오히려 더 깊은 세대일 수 있다. 내가 가르치는 강의실에서 그걸 본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강의를 하다 보면, 디지털 기기에 서툰 중장년 수강생이 오히려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기능은 몰라도 자기에게 뭐가 필요한지는 정확히 아는 것이다. 어떤 분은 AI에게 30년 경력을 살린 창업 아이디어를 물었고, 또 어떤 분은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옛 동료에게 보낼 편지를 부탁했다. 버튼을 누른 것이 아니라 삶을 꺼낸 것이다. 젊음이 빠름의 힘이라면, 시니어는 방향의 힘을 가질 수 있다. 작년에 만난 한 60대 여성이 기억난다. 20년 동안 식당을 운영하다가 코로나 때 문을 닫았다. 재기를 꿈꿨지만, 세상은 너무 달라져 있었다. 배달앱, SNS 마케팅, 키워드 광고. 이름만 들어도 숨이 막혔다고 했다. 그런데 AI 활용법을 배운 뒤 달라졌다. “내 경험을 살려 작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이 한 마디로 대화를 시작했다. AI는 케이터링, 밑반찬 배달, 요리 클래스 같은 선택지를 내놓았고, 그중 하나를 골라 지금은 동네 주민센터에서 요리 강습을 한다. 완벽한 재기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분은 이렇게 말했다. “다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게 제일 커요.” 강의나 교육 콘텐츠를 준비하는 액티브 시니어에게도 변화는 크다. 현장 경험은 많은데, 그것을 목차로 정리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는 일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평생의 경험이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것이다. AI는 흩어진 경험을 구조화해주고, 강의안의 흐름을 잡아주고, 듣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게 내용을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 표현의 문턱 앞에서 멈췄던 시니어가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회고록, 자서전, 블로그 글, 강연 원고, 손주에게 남기는 편지까지. 마음속에만 있던 이야기를 AI와 함께 꺼내 적다 보면, 이름 붙이지 못했던 자기 삶의 의미가 문장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나 역시 새벽에 혼자 글을 쓰다 막히면 AI에게 묻는다. “이 문장을 더 따뜻하게 바꿔줘.” “논리가 허술한 데가 있으면 짚어줘.” 몇 번의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단지 글 한 편을 얻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을 다시 들여다보는 거울을 얻는다. 사람은 기능 하나를 더 배워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아날 때 달라진다. 물론 반론은 있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잘못된 답도 내놓고, 지나치게 그럴듯한 말로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들 때도 있다. 디지털 기기 자체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첫걸음조차 쉽지 않다. 무엇보다, “다시 시작하라”는 말 자체가 또 하나의 짐이 될 수 있다. 충분히 살았고 이제는 쉬고 싶은 사람에게 인생 2막을 강요하는 것은 선의의 폭력이다. 그래서 AI를 권하는 일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묻는 것이다. “무엇이 필요한가요?” “무엇을 해보고 싶으세요?” 그 답이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것도 존중해야 한다. 기술은 삶의 주인이 아니라 조력자다. 조력자는 필요할 때 쓰는 것이지, 의무가 아니다. 그러나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서 가능성까지 접을 이유는 없다. AI는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살아볼 용기를 북돋울 수는 있다. 사업에 다시 도전하려는 사람에게는 생각을 정리해주는 조력자가 되고, 강의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말을 구조화해주는 비서가 되며,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는 첫 문장을 밀어주는 동반자가 된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려고 발버둥 칠 때, AI는 작은 디딤돌이 되어줄 수 있다. 복잡한 계약서 조항을 풀어 물어보고, 새로운 사업 구조를 함께 검토하고, 낯선 분야의 기초 지식을 밤늦게 조용히 배울 수 있다. 거창한 변화가 아니래도 좋다. 다시 질문할 수 있게 된다는 것, 그게 전부가 될 수 있다. AI는 젊은 사람의 기술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세월은 몸을 느리게 만들 수는 있어도, 가능성까지 늙게 만들지는 못한다. 실패는 사람을 넘어뜨릴 수 있어도, 다시 배우려는 마음까지 빼앗지는 못한다. 인생이모작은 나이가 허락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다시 움직일 때 시작된다. 오늘의 작은 실천은 어렵지 않다. AI에게 거창한 미래를 묻지 말고, 딱 하나만 물어보면 된다. “내가 지금 가진 경험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무엇인가?” 인생 2막은 시간이 남아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용기가 다시 생길 때 시작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술을 주는 것일까? 아니면 잊고 있던 재기의 언어를 다시 돌려주는 것일까?
[손영미 칼럼] 예술가 출신 기관장의 시대적 의미 장한나, 예술의 전당을 지휘하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장한나의 예술의전당 사장 임명은 단순한 인사를 넘어, 한국 공연예술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 인사다. 1987년 개관 이래 첫 음악인 출신 여성 수장이자세계 무대의 최전선에서 예술의 언어를…
세계 최초 ‘ESG 기반 K-Skill’ 글로벌 기술교육 웅지세무대-(사)한국시스템에어컨유지관리협회 업무협약식 체결
▲사진=(좌)한국시스템에어컨유지관리협회 고정일회장 (우)웅지세무대학교 김종주 총장 ⓒ강남소비자저널=유부용기자 – AI 대체 불가능한 숙련 기술, ‘글로벌 자격 공백’ 시장 선점 노린다 – 대한민국 국가 자격을 넘어 전 세계 기술 표준 및 저작권 리드 선언 – 대학 인프라와 협회 독점 기술력 결합… ‘K-Skill’ 글로벌 확산 본궤도 ▲사진=(좌)위에서부터이준호.박병건.박용우.(좌)아래 고광식.한국시스템에어컨유지관리협회 고정일회장 .웅지세무대학교 김종주 총장.김정현 (존칭생략) ⓒ강남소비자저널=유부용기자 [2026년 4월 3일] –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시대, 인간의 숙련된 기술이 핵심인 ‘시스템에어컨 유지관리’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글로벌 기술 교육 및 자격 표준화에 나선다. 웅지세무대학교(총장 김종주)와 (사)한국시스템에어컨유지관리협회(협회장 고정일)는 지난 3일, 웅지세무대학교 본관에서 ‘ESG 기반, K-Skill UP 역량 확대 및 창업과 고용을 위한 기술교육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정봉수 칼럼] 외국인 근로자 보호에 관한 집단적 노사관계법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외국인근로자의 인권침해는 대부분이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에 해당되는 문제로 귀결한다. 동포근로자는 직장선택의 자유가 있어 내국인과의 노동법적 보호의 차이가 많지 않고, 전문외국인력의 경우에는 일정한 부분에 노동법적 보호의 제약이 있지만, 그래도 취업비자나 타사업장 이동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순기능 외국인근로자는 노동법 보호의 한계를 많이 가지고…
[강대옥 칼럼] 최진희의 꼬마인형, 금지된 사랑의 서사 기다림과 황홀 그리고 부서지는 모래성의 비유
– 불완전한 관계가 빚어내는 탐닉과 슬픔의 현상학 ▲사진=강대옥 국회입법정책연구회 수석연구원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강대옥 칼럼니스트] 1. 이 노래는 왜 애틋하게 들리는가 우리는 왜 타인의 비극적 사랑에 매료되는가? 특히 그것이 사회적 윤리의 테두리를 벗어난 ‘금지된 사랑’일 때, 그 서사는 더욱 강렬한 전염성을 띤다. 제시된 가사 속에…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액티브 시니어: 인공지능이 열어주는 인생 2막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칼럼니스트] 병원 예약 화면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던 한 어르신이 끝내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는 세상이 나 없이 먼저 가는 것 같아.” 나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표정이 남았다. 화면을 포기하는 순간, 그분의 얼굴에 스친 것은 짜증이 아니었다. 체념이었다. 사람을 늙게 만드는 것은 주름이 아니라, 세상에서 한 발짝 밀려났다는 감각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나는 인공지능을 생각할 때마다 기술 이전에 먼저 그 어르신의 얼굴이 떠오른다. AI가 단지 새롭고 똑똑한 기계가 아니라, 누군가를 다시 세상과 연결해주는 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은 AI를 젊은 세대의 기술이라고 여긴다. 손이 빠르고, 화면에 익숙하고, 새로운 기능을 겁 없이 배우는 쪽이 유리하다고 본다. 일리가 있다. 그런데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인공지능은 버튼을 빨리 누르는 사람이 잘 쓰는 기술이 아니다. 무엇이 자기 삶에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 더 깊이 쓰는 도구다. 같은 AI에게 물어도 어떤 사람은 검색엔진 수준의 답을 받고, 어떤 사람은 삶을 재정비할 실마리를 얻는다. 차이는 기기에서 갈리지 않는다. 질문에서 갈린다. 바로 그 점에서 액티브 시니어는 뒤에 설 이유가 없다. 젊은 세대는 기능에 익숙하다. 그러나 삶의 맥락까지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시니어에게는 시간이 쌓아준 것이 있다. 사람을 겪은 두께, 실패를 견딘 근력, 선택의 무게를 몸으로 배운 감각. AI 앞에서 “나한테 지금 뭐가 필요하지?”라고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앱 순위를 꿰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의 빈자리를 아는 사람이다. 내가 가르치는 교실에서도 그걸 본다. 디지털 기기에 서툰 수강생이 AI에게 던지는 질문이 오히려 날카로운 경우가 적지 않다. 기능은 몰라도 자기에게 뭐가 필요한지는 정확히 알기 때문이다. 어떤 분은 AI에게 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옛 동료에게 보낼 편지를 부탁했다. 기능을 쓴 것이 아니라, 삶을 꺼낸 것이다. 생각해보면 시니어의 일상에 AI가 들어올 자리는 이미 곳곳에 있다. 한 어르신의 하루를 상상해보자. 아침에 오늘 먹는 약의 부작용이 궁금해서 AI에게 물어보고, 낮에는 동사무소에서 받은 안내문의 어려운 문장을 쉽게 풀어달라고 하고, 저녁에는 손주 생일에 보낼 문자를 조금 더 따뜻하게 고쳐달라고 한다. 거창한 기술이 아니다. 하루를 조금 덜 막막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기능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나는 이제 늦었어”라고 생각하던 사람이 “이것도 한번 해볼 수 있겠네”로 바뀌는 순간이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서 달라지는 게 아니다.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아날 때, 사람은 달라진다. 오래 미뤄두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작은 가게의 홍보문을 직접 만들어보고, 궁금했지만 물어볼 데가 없던 것들을 밤늦게 조용히 AI에게 묻는다. 그 순간 기술은 기능을 넘어서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한다. 물론 여기서 한 발짝 물러서야 할 지점도 있다. AI가 만능인 것처럼 말하는 건 위험하다. 잘못된 정보도 있고, 화면 자체가 두려운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다시 시작하라”는 말 자체가 또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다. 충분히 살았고, 이제는 쉬고 싶은 사람에게 “인생 2막”을 강요하는 것은 선의의 폭력이다. 그래서 AI를 권하는 일에는 순서가 있다. 먼저 묻는 것이다. “무엇이 불편하세요?” “무엇을 해보고 싶으세요?” 그 답이 “아무것도”라면, 그것도 존중해야 한다. 기술은 삶의 주인이 아니라 도구다. 도구는 필요할 때 쓰는 것이지, 의무가 아니다. 그러나 그 한계를 인정한다고 해서 가능성까지 접을 이유는 없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는 것이다. 무엇이 정말 소중한지 더 분명해지고, 시간을 어디에 쓸지 더 또렷해진다. 인생 2막은 청춘의 반복이 아니다. 더 많이 쥐는 시간이 아니라, 더 분명하게 살아가는 시간이다. AI는 그 분명함을 도울 수 있다. 남은 시간을 더 자기답게 쓰도록 곁에서 거드는 조용한 조력자로. 기계는 정보를 건네지만, 인생 2막의 방향은 끝내 사람이 정한다. 글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병원 예약 화면 앞에서 전화를 내려놓던 그 어르신. 만약 그분 옆에 누군가가 앉아서 “제가 같이 해볼까요?”라고 말했다면, 그분은 전화를 다시 들었을까. 나는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더 쉬운 기술이 아니라, 옆에 앉는 한 사람이었을 테니까. AI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먼저가 아니다. “이제 무엇을 해보고 싶으세요?”라고 묻는 한마디가 먼저다. 인생 2막은 시간이 남아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이 다시 움직일 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