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문제의 제기 (사건 경위)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지사장은 2024년 2월 1일 입사한 후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전체 직원 15명 중 6명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및 컴플라이언스 위반으로 신고를 당하였다. 해당 직원들은 진술서를 작성하여 지사장을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고, 지사장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집단으로 퇴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한 본사는 2024년 11월 담당 임원을 한국에 파견하여 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였다. 이 사건을 맡은 본 노무법인은 피해를 신고한 직원 6명, 참고인 4명 및 지사장인 피신고인을 조사한 후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회사에 제출하였다. 신고된 행위는 총 18개였으며, 조사 결과 그중 12개 행위가 관련 법령 또는 회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행위의 정도가 중대하였고, 지사장이 더 이상 한국지사장의 직책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하 간의 신뢰관계가 훼손된 상태임이 확인되었다. 지사장은 한국지사 조직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일반 직원들과 달리 직장 내 괴롭힘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금지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자가 되었다. 특히 회사의 윤리행동강령은 관리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부과하고 스스로 본보기가 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리행동강령 위반행위가 8개에 이르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위행위는 지사장이 입사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전체 부하직원 15명 중 6명의 신고를 통해 확인되었다. 이에 회사는 2024년 12월 30일 지사장에게 징계위원회 개최를 통지하면서 구체적인 비위행위를 적시하였다. 이와 함께 지사장이 퇴직합의서에 서명할 경우 2개월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는 권고사직 제안도 하였다. 지사장은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여 징계해고를 당하는 것보다 합의퇴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회사의 합의퇴직 제안을 수용하였다. 이하에서는 지사장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사례로 삼고자 한다. II. 직장 내 괴롭힘 및 윤리행동강령 위반 내용 1. 회식자리에서 폭언 및 90도 문안 인사 지시 (1) 신고인 1의 진술: 2024년 2월 1일 지사장의 부임 회식 자리에서 폭언과 협박이 있었다. 사장은 내가 말끝마다 ‘요’자를 사용한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왜 ‘다’나 ‘까’를 사용하지 않느냐며 정색하면서 나무랐다. 순간 당황하여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대화를 이어갔지만, 나도 모르게 평소처럼 계속 ‘요’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자 사장은 갑자기 격분하며 “너 내가 누군지 모르지, 이 새끼야”, “어디서 건방지게 말투를 그 따위로 하고 있어!”, “개새끼가”,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부냐? 어디서 요자야!” 등의 폭언과 욕설을 하기 시작하였다. (2) 신고인 2의 진술: 새로운 직원이 입사하여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하였다. 회식 장소는 회사에서 약 10∼15분 정도 떨어진 횟집이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술을 마셨는데, 나는 술이 약한 편이어서 취기가 오른 상태였다. 피곤하고 발도 가려워 다리를 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장이 나를 노려보면서 “어디 내가 얘기하는데, 어디 씨발 네가 내 앞에서 다리를 꼬고 있냐”라며 욕설과 함께 폭언을 하였다. (3) 90도 문안 인사 지시 <신고인 1> 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로 기억한다. 오전에 사장실 밖에서 간단히 목례로 인사하였더니 사장이 사장실로 잠시 들어오라고 하였다. 이후 “인사를 왜 그런 식으로 하나. 하려면 똑바로 90도로 하라”고 말하였다. 직원들은 그때까지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 정도를 해왔는데, 사장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정확하게 자신에게 와서 90도로 인사하라고 지시하였다. 또한 다른 직원들에게도 이를 전달하라고 하였다. 내가 모든 직원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이○○ 차장에게 해당 지시를 전달하였다. 그 이후부터는 매일 사장이 출근하면 사장실로 찾아가 90도로 인사하였다. 2. 사적 이익 도모 (1) 자신의 책 구매 강요 <신고인 1, 2, 3> 사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단둘이 있을 때 먼저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내면서 “내가 책을 썼는데 말이야. 너 안 읽어봤냐?”라고 물었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자 “너는 사장이 쓴 책을 어떻게 읽어보지도 않을 수가 있냐”라고 말하면서 계속 책 이야기를 하였다. 이러한 발언은 사무실뿐만 아니라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나 외부 미팅을 위해 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되었다. 내가 책을 구매했다고 말할 때까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반복하였다. (2) 내기 골프 강요 <신고인 1, 2> 사장은 직원들과 골프를 할 때 내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었다. 2024년 6월 25일과 2024년 8월 7일에 골프를 쳤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처럼 상대적으로 골프를 잘 치지 못하는 사람은 돈을 많이 잃을 수밖에 없었고, 그날도 약 15만 원 정도를 잃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장이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하였기 때문에 억지로 내기 골프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3) 보너스에 대한 감사 표시와 대가 요구 <신고인 1> 인센티브 보너스를 받게 되었는데, 사장이 나에게 “제 덕에 전무님도 돈을 받게 되었으니까 술 한잔 사셔야죠. 골프도 한 번 치셔야죠”라고 말하였다. 이는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신고인 2> 당시 사장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여 직원들이 보너스를 받게 되었다고 말하였다.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똑바로 해”라고 말하면서 “나한테 떼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골프를 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3. 해고를 언급하며 고용불안 조성 <신고인 1> 사장이 HR에 영업 부문 직원인 나와 신고인 2, 신고인 3 중 반드시 한 명은 내보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내가 9월 25일 사장과 크게 언성을 높이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사장은 본사 영업팀 이사가 영업팀 직원들을 모두 해고하라고 하였지만, 자신이 이를 막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였다. <신고인 3> 사장과 함께 차로 이동하던 중 사장이 나에게 “회사 윗선에서는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라고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직원들과 잘 지내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이미 윗선에서도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내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4. 부당한 지시 거부에 대한 보복성 폭언 및 업무 배제 (1) 부당한 요구 및 이에 대한 거부 <신고인 5> 6월경 회사 행사를 진행하였는데, 행사 준비 상황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사장이 자신의 책 이야기를 꺼냈다. 정확한 권수는 말하지 않았지만, 법인카드로 자신의 책을 구매하라고 지시하였다. 당시 행사는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규모였으며, 해당 책의 내용은 행사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 책을 구매하지 않았다. (2) 업무능력 비하 6월에 내가 “사장님께서 추진하고 싶은 마케팅이 무엇인지 함께 공유해주시고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사장은 느닷없이 “김 부장, 너의 칼이 준비됐는지 안 됐는지도 모르는데, 네 칼이 짧은 칼인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는데 그것을 왜 너에게 공유하겠느냐”, “칼을 뽑았는데 빈 칼이라면 어떡하느냐. 서로 민망한 상황은 만들지 말자”라고 말하였다. 사장은 나를 마케팅 매니저라는 직책을 가진 직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단순히 세일즈 어드민 업무를 하면서 나이만 든 여성 직원으로 치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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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미의 감성가곡]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 · 안정준 작곡 – 노래 | 소프라노 김영미 · 소프라노 김향란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가을 들판이 천천히 무르익어 간다. 하늘에는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은 한결 낮아진 목소리로 나뭇잎 사이를 지난다. 계절이 이토록 깊어질 때면 문득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김현승의 시에 안정준이 선율을 입힌 <가을의 기도〉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지만, 김현승에게 가을은 오히려 자신을 비우는 시간이었다. 열매가 익을수록 가지는 낮아지고, 나무가 잎을 내려놓을수록 하늘은 더 많이 보인다. 어쩌면 시인은 그 오래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인간이 끝내 배워야 할 겸허를 바라보았는지도 모른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세 연을 이끄는 ‘~하게 하소서’라는 간절한 어조는 이 시를 한 편의 기도문처럼 만든다. 그러나 그 기도는 무엇을 더 갖게 해달라는 청원이 아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내려놓으며 가장 본질적인 것만 남게 해달라는 간구에 가깝다. 기도하고, 사랑하고, 마침내 홀로 서는 것. 그 세 단계 끝에 시인은 ‘절대 고독’의 자리로 걸어 들어간다. 김현승의 고독은 쓸쓸함이나 단절과는 조금 다르다.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외로움이 아니라, 온갖 소음과 욕망을 걷어낸 뒤 비로소 자기 영혼과 마주하는 고요에 가깝다. 그래서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라는 구절은 더욱 깊게 다가온다.…
[손영미의 감성가곡] 누군가가 그립다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그리움은 사랑이 떠난 자리가 아니라,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는 문득 소나기 한 줄기가 그리워진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비처럼, 지친 마음에도 잠시 쉬어갈 여백이 필요하다. 사랑도 그렇다. 너무 뜨거우면 서로를 태우고, 적당한 그리움이 있을 때 비로소 오래 머문다. 그래서 그리움은 사랑의 끝이 아니라사랑이 깊어지는 또 하나의 계절이다. SJ Park의 섬세한 선율과 정단의 시적인 언어가 만난 <누군가가 그립다〉는 바로 그 계절을 노래한다. 이 노래에서 비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차오른 그리움이 하늘을 빌려 흘러내리는 감정의 은유다. “빗물인지 눈물인지”라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의 슬픔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그려낸다. 어느새 우리는 비를 맞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라는 구절은 기억의 본질을 일깨운다.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얼굴보다 마음을 먼저 기억한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일수록 세월은 그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고 선명하게 새겨 놓는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겨울과 흰 눈의 이미지는 더욱 인상적이다. 낙엽이 이별의 시간을 상징한다면, 눈은 모든 상처를 덮어 주는 용서와 정화의 은유다. 그러나 눈부시게 하얀 풍경 속에서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 것은 한 사람을 향한 그리움이다. 이 노래는 떠난 사람을 붙잡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자신의 시간을 조용히 품고 살아가는 사람의 노래다.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랑은 끝날 수 있어도, 사랑했던 시간의 아름다움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그립다〉는 단순한 이별의 노래를 넘어, 사랑이 기억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을 노래하는 감성가곡이다. 삶을 깊이 살아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절제된 그리움의 품격이 이 노래의 가장 큰 울림이다. 특히 고성현의 깊고 절제된 바리톤은 이 곡의 서정을 더욱 깊게 완성한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한 음 한 음 눌러 담아내는 그의 목소리는 그리움을 절규가 아닌 삶을 통과한 사람의 담담한 고백으로 승화시킨다. 결국 <누군가가 그립다〉는 누군가를 잊지 못해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던 자신의 삶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노래다. 그래서 이 노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인생이 깊어질수록 더욱 가슴에 스며드는 한 편의 시가 된다. 누군가가 그립다 SJ Park 작곡 / 정단 작사 / 고성현 노래 쏟아지는 비야 너는 내 맘 알고 있니 늘 울고 싶고 누군가가 그립다 상처 투성이 내 눈은 이제 보이지 않아도 사랑했던 그 사람은 선명하게 그려진다 뚝뚝 떨어진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가을 지나고 올 겨울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서럽도록 아름답게…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청문회: 진실을 부르는 힘은 고성이 아니라 준비된 질문이다.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청문회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뒤에야 나는 그날의 장면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았다. 책상에 앉아 다른 문서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어느 대목에서 손이 멈췄다. 한 의원이 월드컵 경기 영상을 자료로 꺼내 들었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질문이 전제한 그 선수는 이미 그라운드를 뛰고 있었다. 전제부터 어긋난 질문이었다. 그리고 코치를 향해 이어진 질문은 더 허망했다. 그래서 왜 졌느냐고. 그 한 장면만이 아니었다. 증인이 설명을 시작하면 말을 끊고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다그치는 장면, 떠도는 의혹을 사실인 양 전제하고 던진 질문,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반박에 자료 대신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이어졌다고 언론은 전했다. 답변 태도를 두고 벌어진 실랑이에 질의 시간이 흘러가기도 했다. 물론 그날 모든 질문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심판 배정 구조의 이해충돌을 파고든 질의처럼, 자료를 읽고 온 질문은 분명히 남았다. 그래서 더 아쉬웠다. 나는 영상을 껐다가 다시 켰다.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부끄러워서였다. 저 자리를 맡긴 사람 중에 나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대한축구협회 현안 청문회를 열었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석에 앉았다.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협회 운영 전반을 따져 묻겠다는 취지였다. 위원장은 시작에 앞서 성적 부진만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전해진 장면들은 그 다짐과 자주 어긋났다. 2024년 현안질의와 국정감사에서 이미 다뤄진 내용이 되풀이됐고, 채택된 참고인 열세 명 가운데 실제로 출석한 사람은 네 명이었다. 고성은 회의장을 가득 채우지만, 준비되지 않은 질문은 확인되어야 할 사실을 회의장 밖으로 밀어낸다. 오해를 피하고 싶다. 이 글은 축구인을 탓하려는 글이 아니다. 국회를 조롱하려는 글은 더더욱 아니다. 축구 현장은 오랜 세월 땀으로 버틴 사람들의 세계이고,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묻는 공적 기관이다. 그래서 더 정확해야 한다. 감독 한 사람을 몰아세우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공개된 절차와 실제 절차의 간극을 복원하는 일이다. 회장 한 사람을 단죄하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의 사슬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다.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누군가 무너지는 장면이 아니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제도다. 여기서 AI를 생각하게 된다. 국회의원이 AI에게 답을 맡기자는 말이 아니다. 질문할 권한은 국민이 국회에 맡긴 것이고, 최종 판단은 선출된 대표자의 몫이다. 다만 질문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회의록과 보도자료, 감사 결과와 지난 질의의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정렬하는 일. 같은 사안을 두고 증언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대조하는 일. 보좌진이 사흘 걸려 겨우 표 한 장으로 만들던 것을 반나절 만에 초안으로 세우는 일. 그 초안 위에서 사람은 비로소 생각할 시간을 얻는다. 질문서 한 장이 달라졌다면 그날의 풍경도 달라졌을 것이다. 왜 졌느냐고 묻는 대신, 어느 회의에서 어떤 기준으로 최종 후보군이 좁혀졌는지 물을 수 있었다. 공개된 절차와 실제 진행된 절차가 갈라지는 지점을 의원이 표 한 장으로 들이밀 수도 있었다. 그 결정에 서명한 사람, 보고받은 사람, 이견을 냈다가 기록에서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차례로 짚어 갈 수도 있었다. 질문이 이렇게 바뀌면 답변은 감정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AI는 국회의원을 대신할 수 없다. 대신, AI는 부실한 질문이 국민의 질문으로 자라도록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국회가 AI를 모르는 공간도 아니다. 국회도서관은 뉴스와 소셜 데이터, 국회 안팎의 자료를 융합 분석해 의정 현안과 관련 자료를 제시하는 ‘AI시사분석 아르고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의회연맹이 펴낸 「의회를 위한 AI 지침」의 핵심도 분명하다. AI는 민주적 숙의와 의사결정에서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고 확장하는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구는 이미 와 있다. 남은 문제는 그 도구를 질문의 품격으로 바꿀 역량이다. 물론 반론이 있다. 정치인이 AI에 기대면 더 위험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타당한 걱정이다. 검증 없이 들고 나온 질문은 청문회를 더 초라하게 만든다. AI는 틀린다. 맥락을 오해하고, 없는 근거를 그럴듯하게 채워 넣는다. 그것을 사실로 포장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러므로 원칙이 필요하다. 출처를 확인할 것. 자료를 원본과 대조할 것. 개인정보와 민감 정보는 넣지 말 것. 마지막 질문의 책임은 의원과 보좌진이 질 것. 결국 준비를 마친 사람이 묻는 청문회여야 한다. 축구도 결국 질문의 경기다. 좋은 패스는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 공간을 읽고, 시간을 재고, 다음 장면을 미리 상상해야 겨우 나온다. 청문회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두 경기의 결과를 함께 물려받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도 동네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들이다. 그중 누군가는 언젠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것이다. 그날 그 아이 앞에 남아 있을 것은 이번에 확인된 사실과 그래서 바뀐 규정뿐이다. 고성은 그때까지 남지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분노는 하루치 기사를 만들고, 준비된 질문은 한 줄의 기록을 남긴다. 제도를 바꾸는 것은 언제나 기록 쪽이다. 우리도 회의에서, 교실에서, 저녁 밥상에서 누군가를 몰아붙이기 직전에 잠시 멈출 수 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어떤 자료가 필요한가. 내 분노는 사실 위에 서 있는가. 오늘의 작은 실천은 이 세 문장을 소리 내지 않고 되뇌어 보는 일이다. AI 시대의 시민성은 답을 빨리 얻는 능력에서 오지 않는다. 물어야 할 것을 끝까지 물을 준비를 갖추는 데서 온다. 경기장에서 길을 잃은 공은 훈련으로 돌아가야 하고, 청문회장에서 길을 잃은 질문은 준비로 돌아가야 한다. 그날 내가 영상을 껐다가 다시 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나는 아직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다음 청문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가장 먼저 물어야 하는가? 참고자료 1. 연합뉴스, 「국회 대한축구협회 청문회 개최…감독 선임 등 운영 전반 지적(종합)」, 2026.7.30. 2. YTN, 「문체위, 오늘 축구협회 청문회…정몽규·홍명보 출석·답변 주목」, 2026.7.30. 3. 일간스포츠, 「“왜 졌어요”·“예·아니요로만 답하세요”…또 입 막고 호통만 치고 ‘허탕’」, 2026.7.30. 4. 이데일리, 「답변 막고 호통만…축구협회 따지던 국회 청문회 오히려 ‘자살골’」, 2026.7.30. 5. 스포츠경향, 「고압적인 심판위원장, 각종 질문에 ‘회피성 대답’ 남발한 간부…축구협회 ‘성토의 장’이 된 문체위 청문회」, 2026.7.30. 6. 국회도서관, 「AI시사분석 아르고스」 서비스 소개. ▲사진=구글 제미나이(나노 바나나2)가 생성한 이미지 – 호통치는 의원과 당황한…
[정봉수 칼럼] 약정휴가의 종류와 운영방법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1. 개념 약정휴가는 사용자의 승인,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유급휴가를 제공함으로써 근로제공의무를 면제해주는 휴가로 경조휴가, 병가, 하계휴가, 특별휴가 등이 있다. 약정휴가는 연차유급휴가, 산전산후휴가, 배우자출산휴가와 같이 근로기준법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존중하고 근로자들의 복지차원에서 도입된 휴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약정휴가를 설정해놓지…
[손영미 칼럼] 한여름 태양을 마주하는 용기, 웰링턴 CC코스가 열어준 길 위에서
▲사진=손영미 극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손영미 칼럼니스트] 장마가 물러난 자리에 본격적인 한여름이 들어섰다. 짙어진 녹음은 절정을 향해 달리고 하늘은 한층 더 높고 강렬해졌다. 골프는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스포츠다. 계절은 같은 코스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바꾸어 놓고, 자연은 그날의 플레이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동반자가 된다. 폭염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열기와 정수리를 내리쬐는 태양 앞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 삶의 베테랑과 초보자의 경계마저 희미해진다. 결국 골프는 자연을 이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자연과 호흡하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잘 설계된 코스는 이처럼 혹독한 더위 속에서도 골퍼에게 길을 내어준다. 경기도 이천의 수려한 자연 속에 자리한 웰링턴 CC는 태양을 피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게 이끄는 품격 있는 코스다. 라운드가 이어질수록 코스 곳곳에 스며든 송호 골프코스 디자이너의 설계 철학이 선명히 드러난다. 인위적인 손길보다 능선과 계곡, 숲의 흐름을 존중하며 완성한 27홀은 신화 속 수호동물의 이름을 빌려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전략을 품고 있다. 송호 디자이너는 말한다. “골프란? 골프장 코스를 만드는 일이든 플레이하는 일이든, 결국 신이 빚어놓은 자연과 동행하는 일이다. 코스 디자인은 신의 작품 위에 사람의 손길을 더하는 경건한 작업이다.” 그의 철학은 웰링턴 CC 곳곳에서 고스란히 읽힌다. ■ Griffin Course 숲이 들려주는 전략의 언어 그리핀 코스는 울창한 원시림과 계곡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포레스트 레이아웃이다. 홀마다 독립성이 뛰어난 덕분에 다른 팀의 방해 없이 자연과 스스로의 플레이에 깊이 몰입할 수 있다. 착지 지점(IP)에 절묘하게 배치된 벙커와 계류는 장타보다는 정확한 클럽 선택과 신중한 레이업을 요구한다. 힘보다 지혜가 빛을 발하는 코스다. ■ Wyvern Course 도전 정신을 깨우는 입체적 무대 와이번 코스는 깊은 계곡과 능선을 넘나드는 역동적인 챔피언십 코스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경은 골퍼의 가슴을 탁 트이게 해주지만, 그 이면에는 고저차와 바람이라는 변수가 숨어 있다. 과감한 티샷과 치밀한 계산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코스는 길을 허락한다. ■ Phoenix Course 평온함 속에 숨겨진 섬세한 시험 피닉스 코스는 넓은 호수와 평원이 어우러져 가장 부드럽고 유려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린 주변의 난해한 언듈레이션과 정교한 핀 위치는 마지막 퍼트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가장 평온해 보이는 코스가 오히려 가장 섬세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셈이다. 웰링턴 CC의 진가는 독창적인 설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계절 푸른 페어웨이를 유지하기 위한 오버시딩 관리, 골퍼의 기량에 맞춘 6단계 티잉 그라운드, 앞뒤 팀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10분 간격 티오프 운영까지. 골퍼를 향한 세심한 배려와 가치가 코스 전체에 깊게 스며 있다. 평소 이곳의 그린은 3.0m 안팎의 빠른 스피드로 명성이 높지만, 최근 이어진 잦은 비의 영향으로 이번 라운드에서는 평소보다 다소 부드럽고 느린 컨디션을 보였다. 그럼에도 균형 잡힌 그린 관리와 자연스러운 언듈레이션 덕분에 웰링턴 CC만의 품격은 조금도 바래지 않았다. 골프는 결국 스코어를 남기는 운동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써 내려가는 한 편의 기록이다. 좋은 코스는 단순한 실력 시험장을 넘어, 플레이어의 시선과 태도까지 바꾸어 놓는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동반자들과 웃으며 걸을 수 있었던 하루. 그날의 ‘굿샷’은 버디의 숫자가 아닌, 자연을 존중하고 사람을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된 단 한 번의 스윙이었다. 좋은 골프장은 마음껏 행복하게 스윙하게 하며, 그 안에서 사람을 성장하게 만드는 곳이다. 명품 코스란 단순히 좋은 스코어를 안겨주는 곳이 아니라, 좋은 골퍼를 다듬어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된 골퍼는 결국 자연 앞에서 겸손함을 배운 사람이다.
[정봉수 칼럼] 판매위탁계약을 체결한 명품매장 점장의 근로자성 판단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I. 사건개요 00명품회사의 한국 법인 (이하 “회사”)로부터 2022년 7월에 불만족스럽게 계약이 해지된 매장 점장 2명이 2022년 10월에 퇴직금, 연차수당 등 법정수당을 회사가 미지급 하였다고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이 임금체불 진정사건에서 회사는 점장들이 수수료 용역 판매수탁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축구: 인공지능은 패턴을 찾고, 감독은 승부를 건다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경기가 끝난 밤, 중계석의 박지성 해설위원이 던진 한마디가 오래 남았다. 이기려고 한 경기가 맞는지 되짚어 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닷새 뒤 새벽, 선수단은 인천공항으로 조용히 돌아왔다. 국민이 아픈 이유는 단순히 졌기 때문이 아니다. 축구는 질 수 있다. 상대가 강하면 밀리고, 운이 없으면 골대가 외면한다. 그러나 준비 없이 진 것처럼 보일 때 국민은 더 크게 상처받는다. 선수들은 뛰었는데 팀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땀은 흘렸는데 전술의 흔적이 희미할 때, 우리는 패배보다 무거운 허탈감을 느낀다. 조별리그 탈락 이후 한국 축구를 둘러싼 말들이 거칠다. 감독의 전술 부재, 선수 기용, 경기 중 대응, 대한축구협회의 책임을 묻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 글은 특정 감독을 조롱하거나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글이 아니다. 묻고 싶은 것은 더 크다. 한국 축구는 아직도 감독 개인의 감각과 선수 개인의 능력에 너무 많은 것을 맡기고 있지 않은가. 세계 축구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경기를 읽는다. 우리는 여전히 “정신력”과 “경험”이라는 오래된 말에 기대고 있다. 축구는 감동의 경기이지만, 동시에 준비의 경기다. 90분 동안 공 하나가 굴러다니는 듯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길이 숨어 있다. 빌드업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공격수는 언제 수비 뒷공간으로 뛰는지, 상대는 실점 뒤 어느 쪽부터 흔들리는지까지, 모두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 좋은 팀은 우연히 공격하지 않는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만들고, 상대가 그 길을 막으면 다음 길을 연다. 이제 그 길을 읽는 데 AI가 쓰인다. 이번 월드컵에서 FIFA가 레노버와 함께 개발한 분석 도구 ‘FIFA AI Pro’는 참가 48개국 전 팀이 사용했다. 수백만 개의 경기 데이터를 뒤져 보고서와 그래프, 영상으로 몇 분 만에 답을 내놓는다. 구글 딥마인드가 리버풀 구단 전문가들과 만든 ‘TacticAI’도 상징적이다. 프리미어리그 코너킥 7천여 개를 학습해, 누가 공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지, 선수 위치를 어떻게 바꾸면 슈팅 확률이 달라지는지를 제안했고, 현장 전문가 평가에서 기존 전술보다 더 자주 선택받았다. 축구장의 직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직감이 놓친 장면을 다시 보게 만드는 새로운 눈이 생긴 것이다. 물론 우리 현장에도 밤새 영상을 돌려 보는 분석관들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그 노력이 감독 한 사람의 임기와 함께 흩어지는 구조다. AI는 상대의 전반 45분과 후반 45분을 나누어 읽을 수 있다. 에이스가 공을 받기 전 어떤 미끼 움직임이 있는지, 세트피스에서 반복되는 위치 이동은 무엇인지 찾아낸다. 그리고 그 분석은 훈련의 언어로 바뀌어야 한다. 선수에게 50쪽짜리 보고서를 읽히는 것보다 10초짜리 핵심 AI 영상 하나가 강할 때가 있다. “상대 에이스에게 허겁지겁 달려들지 말고, 그에게 공이 가는 길목부터 차단하라.” 이런 메시지를 실제 장면과 그라운드 도식으로 보여주면 선수는 몸으로 먼저 이해한다. AI가 장면을 모으면, 코치는 그것을 훈련으로 옮기고, 선수는 반복으로 익힌다. 그러나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된다. AI가 패턴을 찾는다고 감독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AI가 수만 개의 선택지를 내놓을수록 감독의 수준은 더 중요해진다. 어떤 데이터를 믿고 어떤 장면을 버릴지, 어떤 선수를 세우고 언제 승부를 걸지는 결국 감독이 정한다. 인공지능은 패턴을 찾고, 승부는 감독이 건다. 축구는 숫자로만 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의 몸 상태, 라커룸의 공기, 주장 한마디의 무게, 실점 직후의 흔들림, 교체 선수의 눈빛은 데이터 바깥에 있다. AI는 많은 것을 분석하지만 선수의 마음을 책임지지는 못한다. 그래서 좋은 감독은 AI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동시에 AI 뒤에 숨지도 않는다. 좋은 감독은 AI를 쓰되, AI에게 책임을 넘기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가 새겨야 할 것도 여기에 있다. 대표팀이 감독의 임기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즉흥 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국 전술 데이터베이스, 세트피스 분석실, 선수별 경기 영상 라이브러리, 분석관과 코치의 협업 체계를 제도로 남겨야 한다. 감독이 바뀌어도 대표팀의 축구 지식은 쌓여야 한다. 한 대회가 끝나면 사라지는 기억이 아니라,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자산이 되어야 한다. 감독의 역량도 달라져야 한다. 과거에는 경험과 카리스마, 선수 장악력, 승부사 기질이 먼저였다. 지금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는 AI를 부릴 줄 아는 능력이 감독의 기본기가 되어야 한다. 분석을 이해하지 못하면 선택할 수 없고, 선택하지 못하면 책임질 수 없다. 감독의 경륜은 데이터를 해석하고 버릴 줄 아는 판단력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데이터는 길을 보여주고, 사람은 그 길을 선택한다. 국민은 대표팀이 늘 이기기만을 바라지 않는다. 준비한 축구, 납득할 수 있는 축구, 지더라도 다음이 보이는 축구를 원한다. 세계가 AI로 전술을 읽고 훈련을 바꾸는 시대에, 한국 축구가 선수 개인의 번뜩임에만 기대고 있다면 그것은 패배보다 큰 후퇴다. 선수들의 재능은 소중하다. 그러나 재능은 전술 안에서 빛나고, 전술은 준비 안에서 완성된다. 전술은 감으로 찍는 것이 아니라 준비로 증명하는 것이다. AI는 그 준비를 더 촘촘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 박수든 비판이든 받아 안는 사람은 벤치의 감독이다. 한국 축구가 다시 일어서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 더 정확히는, 기술을 부릴 줄 아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독자에게 작은 제안 하나를 남긴다. 다음 경기를 볼 때 골 장면만 보지 말고, 골이 터지기 전 세 번의 패스를 함께 보시라. 그 세 번이 우연이었는지 준비였는지는 의외로 눈에 보인다. 패턴을 읽는 눈은 감독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음 월드컵이 끝난 밤, 우리는 중계석에서 어떤 질문을 듣게 될까? 참고자료 1. MBC 뉴스데스크. (2026.6.26). “전술이 없었다”…‘4강 신화’ 동료들마저 홍명보 비판. 2. 머니투데이. (2026.6.25). 박지성, 홍명보 전술 작심 비판 “이기려고 한 경기 맞나, 월드컵 준비 소홀”. 3. FIFA·Lenovo. (2026.7). All 48 Teams Use FIFA AI Pro at FIFA World Cup 2026 (레노버 공식 보도자료). 4. Google DeepMind. (2024.3.19). TacticAI: an AI assistant for football tactics (공식 블로그). 5. Wang, Z. et al. (2024). TacticAI: an AI assistant for football tactics. Nature Communications, 15, 1906. ▲사진=구글 제미나이(나노 바나나2)가 생성한 이미지 – 감독과 전술 보조 동반자 AI ⓒ강남 소비자저널
[인인칼럼 유준형] AI와 눈물: 인공지능은 인간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을까?
[강남 소비자저널=유준형 컬럼니스트]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 성냥을 켰을 때, 그 작은 불빛 속에서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안데르센이 그 동화를 쓴 지 오래되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장면 앞에서 잠시 멈춘다. 배고픔보다 더 추운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슬픔이다. 사람은 빵이 없어서도 울지만, 내 눈물을 알아주는 이가 없을 때 더 깊이 운다. 이제 우리는 그 슬픔조차 기계에게 먼저 말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밤이 깊으면 누군가는 휴대폰을 켜고 묻는다. “오늘 너무 힘들어. 왜 자꾸 눈물이 나지?” 인공지능은 곧바로 다정하게 답한다. “많이 지치셨군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위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그 문장 하나가 무너지는 마음을 잠깐 붙들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곧 다른 질문이 따라온다. 인공지능은 정말 슬픔을 이해하는 걸까, 아니면 이해하는 문장을 아주 잘 만들 뿐일까. 눈물은 그저 물방울이 아니다. 그 안에는 끝내 하지 못한 말, 오래 참아온 억울함, 놓쳐버린 사람, 미안해서 부르지 못한 이름이 고여 있다. 의학은 눈물을 생리 현상으로 설명하고, 심리학은 감정 반응으로 읽는다. AI는 표정과 목소리와 단어의 흐름을 분석해 슬픔의 확률을 계산한다. 그러나 추정과 이해는 다르다. 눈물은 데이터로 읽을 수 있지만, 눈물의 무게는 함께 울어본 사람만 안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해마다 72만 명 넘는 사람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자살이 15~29세 사망 원인 가운데 세 번째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2024년 자살 사망자가 1만 4,872명,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숫자 앞에서는 어떤 도구도 함부로 밀어낼 수 없다. 위험한 문장 하나를 AI가 먼저 알아채 상담자와 가족, 의료진에게 더 빨리 이어준다면, 그것은 한 생명을 붙드는 신호가 된다. 다만 슬픔을 다루는 기술은 그만큼 조심스러워야 한다. AI는 “괜찮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그 말의 끝까지 책임지지는 못한다. 우울의 신호를 감지할 수는 있어도, 그 사람의 밤을 함께 건너가지는 못한다. 깊은 우울, 자해의 위험, 상실의 충격은 AI와 단둘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짐이다. AI는 눈물을 발견하는 등불은 될 수 있어도, 눈물을 닦아주는 손은 끝내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더 섬세해진다. 우는 아이에게 필요한 건 ‘감정 점수 83점’이 아니다. 왜 울었는지, 누구에게 마음을 다쳤는지, 하고 싶은데 못 하는 말이 무엇인지 들어주는 어른이다. 유네스코가 생성형 AI 교육에서 인간 중심과 교사 역량을 강조하고, 유럽연합이 학교와 직장의 감정 추론 AI를 엄격히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이 미워서가 아니다. 아이의 침묵을 데이터로 단정하는 순간, 교육이 돌봄에서 감시로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AI가 교육이나 상담에 짐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잘 쓰면 교사는 위험 신호를 더 빨리 알아채고, 학생은 말하기 힘든 감정을 먼저 적어보며, 상담 현장은 위기의 아이를 더 촘촘히 지킬 수 있다. 이미 많은 교사와 상담사, 의료진이 그 자리를 지켜왔다. 문제는 순서다. 감지는 AI가 앞서도 좋지만, 판단은 사람이 한다. 기록은 기계가 도와도 좋지만, 관계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회복된다. 문학 속 눈물도 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었다. 장발장은 법의 판결이 아니라 미리엘 주교의 자비 앞에서 무너졌고,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되었다. 성경에서 예수는 라자로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신앙의 해석은 저마다의 몫이지만, 그 짧은 장면은 오래 남는다. 거룩함은 슬픔을 모르는 무표정이 아니라, 슬픔 곁에 함께 머무는 마음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AI는 울지 않는다. 다만 우는 사람의 언어를 배운다. 상처받지 않는다. 다만 상처받은 이에게 건넬 법한 말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러니 그 위로가 전부 가짜라고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어떤 밤에는 그 문장 하나가 한 사람을 아침까지 버티게 하기도 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사람에게로 건너가는 다리로 써야 한다. 사람을 대신하는 방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슬픔은 지워야 할 오류가 아니다. 사랑했다는 증거이고, 잃은 것이 소중했다는 표시이며, 아직 마음이 살아 있다는 신호다. 울지 않는 사람이 강한 게 아니다. 울고 나서 다시 누군가의 손을 잡는 사람이 강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미래는 눈물을 지우는 AI가 아니라, 눈물 뒤에 숨은 사람을 더 빨리 알아보게 해주는 AI다. 결론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슬픔을 어느 정도 읽는다. 슬픔의 단어를 가려내고, 위험을 감지하고, 위로의 문장을 건넬 수 있다. 그러나 끝까지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해란 정보 처리의 결과가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곁을 지키는 삶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AI는 눈물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지만, 사람은 그 눈물 옆에 앉아줄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아무에게도 못 한 슬픔을 검색창에 적을 것이다. 그 문장을 기계가 먼저 읽는 시대라면, 사람은 더 늦지 않게 응답해야 한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 따뜻해져야 한다. 성냥팔이 소녀가 마지막까지 보고 싶어 한 것도 첨단 기계가 아니라, 자신을 안아줄 할머니의 얼굴이었다. 나는 오늘, 누구의 눈물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인가? 참고자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5. 3. 25.). Suicide fact sheet. 2. 통계청·보건복지부. (2025. 9. 25.). 2024년 사망원인통계 — 자살률 29.1명, 2011년 이후 가장 높아. 3. OpenAI & MIT Media Lab. (2025. 3. 21.). Early methods for studying affective use and emotional well-being on ChatGPT. 4. UNESCO. (2023, updated 2026). Guidance for generative AI in education and research. 5. European Commission. (2025–2026). AI Act application timeline and prohibited practices. 6. Fang, C. M. et al. (2025). Ho ▲사진=구글 제미나이(나노 바나나2)가 생성한 이미지 – 노인의 눈물과 슬픔을 분석하는 AI ⓒ강남 소비자저널
[정봉수 칼럼] 해고분쟁 사례를 통해 본 합리적 합의퇴직의 필요성
▲사진=정봉수 노무사, 강남노무법인 ⓒ강남 소비자저널 [강남 소비자저널=정봉수 칼럼니스트]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할 것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이에 응해 사직서를 제출해 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을 권유할 때 실업의 고통을 아는 근로자는 권고사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